[인사이드MLB] 27번째 시즌을 준비하는 이치로
스즈키 이치로(44)가 메이저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8일 이치로는 1년 75만 달러(인센티브 125만) 계약을 맺고 시애틀 매리너스 입단식을 가졌다. 2012년 7월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후 거의 6년 만의 친정 복귀다.
제프리 로리아의 특별한 애정에 힘입어 지난 세 시즌을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뛰었던 이치로는 지난 시즌(.255 .318 .332)이 끝난 후 새로운 팀을 찾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치로는 18번째 메이저리그 시즌(2001~2018)을 맞이하게 됐다. 일본에서의 9시즌(1992~2000)을 더하면 27번째 시즌이다. 이를 메이저리그에 대입하면 놀란 라이언과 타이 기록이자 리키 헨더슨&에디 콜린스의 25시즌을 넘어서는 야수 1위 기록이 된다(1900년 이후).
언젠가 이치로는 동료 제이미 모이어로부터 '언제까지 현역으로 있고 싶냐'는 질문을 받은 바 있다(모이어는 49살까지 25시즌을 뛰었다). 이치로는 "목표는 45살, 꿈은 50살"이라고 답했다. 이로써 이치로는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이제 이치로의 꿈은 자신의 등번호인 51살까지 뛰는 것이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안타(3080개)를 때려낸 비미국인 선수다. 미일 통산 4358안타는 피트 로즈의 4256안타를 넘어선다. "큰 의미가 아니다"고 말한 이치로와 달리 로즈는 "나도 마이너 기록을 합쳐야 하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마이너리그 기록을 합친 로즈의 프로 통산 안타수는 4683개다.
이치로의 비미국인 최고 기록은 그와 악연이 있는 애드리안 벨트레(현재 3048안타)에 의해 깨지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치로를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점은 그가 만 27세의 나이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선수였다는 것이다.
3000안타를 달성한 나머지 30명 중 26세 시즌까지의 안타가 가장 적었던 선수는 531개를 기록한 웨이드 보그스다. 통산 4189안타의 타이 콥은 26세 시즌까지의 안타수가 1600개에 달했다(벨트레 1103개, 데릭 지터 1008개). 하지만 이치로는 0에서 출발해 이를 달성했다. 첫 10시즌 동안 3할-200안타-골드글러브를 한 번도 놓치지 않은 것 또한 다시 나오기 힘든 기록. 2009년의 26도루가 아니었다면 10년 연속 30도루도 추가됐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와 타율에 열광하는 시대가 지남에 따라 이치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장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치로의 조정득점창조력(wRC+)은 통산 104에 불과하며(추신수 통산 127) 타석수가 큰 도움이 된 승리기여도(bWAR) 또한 59.6으로 역대 야수 122위 수준이다(케니 로프턴 68.2). 그럼에도 달라질 수 없는 것은 지금까지 그가 해 온 노력에 대한 평가다.
열성적인 '베이스볼 대디' 덕분에 만화 같은 10대를 보낸 이치로는 고교 통산 타율이 0.459였다. 하지만 팀이 너무나 약했던 탓에 철저한 무명이었다. 다른 선수를 보러왔다가 그를 발견한 오릭스 만이 이치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오릭스는 이치로를 4라운드 41순위에서 지명했다. 1군 타격코치로부터 "1할도 치기 어렵다"는 혹평을 받은 이치로는 2군에서 1992년 0.366, 1993년 0.371를 기록했다. 하지만 1군 타율은 1992년이 0.253(40경기) 1993년이 0.188(43경기)였다.
이대로 사라질 수도 있었던 이치로에게 은인이 나타난 것은 1994년이었다. 오릭스에 새로 부임한 오기 아키라 감독은 "2군 타율이 그 정도면 1군에서도 반드시 통한다"며 이치로를 개막전 1번타자로 기용했다. 그 해 이치로는 일본 프로야구 신기록에 해당되는 210안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전무후무한 7년 연속 타격왕에 올랐다.
이치로는 태평양을 건너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 두 차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참가를 통해 일본에서처럼 정확성과 장타를 모두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다리 높이를 낮추고 타격 폼을 축소했다. 한편 이치로의 일본 통산 기록(.354 .421 .522)은 스탠 뮤지얼(.331 .417 .559)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단타'를 생존 무기로 택한 이치로는 라이브볼 시대에 나타난 데드볼 시대 타자였다. 2001년 이치로는 파란을 일으키며 리그 MVP를 따낸 역대 두 번째 신인이 됐다. 그리고 2004년 262안타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치로는 38세 시즌이었던 2012년까지 12년 동안 연평균 159경기에 나서고 연평균 217안타를 기록했다. 그것도 악명 높은 이동 거리를 가진 시애틀 소속으로 이룬 것이다. 이치로는 "작은 부분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을 그 비결로 들었다.
*이치로는 내일 경기 시작 시간을 역산해 취침과 기상 시간을 정한다. 이에 늘 같은 양의 잠을 잔다.
*기상 후 첫 식사의 메뉴는 메이저리그 진출 첫 7년 동안 항상 카레였다. 그 후로도 자신이 편안함을 느끼는 한 가지 음식을 정하고 한 시즌 동안은 그 음식 만 먹었다. 매일 같은 메뉴를 고집한 것은 음식을 너무 많이 먹거나 적게 먹는 의외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야구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경기다. 따라서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의 불확실성은 최대한 제거하고 싶다." 이치로의 생각이다.
*타자에게는 시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치로는 시력이 좋지 않다(가장 좋았을 때 0.9). 렌즈 착용도 시도했다가 포기했다. 이치로는 TV 시청이나 활자 보는 것을 최대한 피한다. 중요한 메일이 오면 아내에게 대신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이치로는 모든 야구 용품을 자신이 직접 관리한다. 그 중에서도 방망이는 마치 테드 윌리엄스가 그랬던 것처럼 그야말로 보물처럼 아낀다. 미즈노에는 이치로 전담 팀이 있다. 이치로는 경기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방망이를 집어던지고 나서 그 팀을 찾아가 사과했다.
*이치로는 대기 타석을 포함해 하루에도 수 백 번 스트레칭을 한다. 발 마사지 기계를 따로 가지고 다니며 호텔에서 수시로 사용한다. 허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푹신한 소파에 앉는 것을 최대한 피한다. 또한 스파이크를 신고 계단을 오르지 않는다.
*CC 사바시아가 "1년에 하루 크리스마스 만 쉬더라"고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이치로는 훈련을 달고 산다. 이치로는 2007시즌 종료 후 많이 지쳤다는 느낌에 시즌 종료 후 5일을 쉰 적이 있다. 하지만 더 참지 못하고 6일째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이처럼 엄청난 자기 관리 덕분에 이치로는 지금도 메이저리그 데뷔 때와 같은 체중(79kg)과 체지방률(6%)을 유지하고 있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