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의 칼럼] 유벤투스 vs. 나폴리 : 끝없는 결투
매년 9월, 시즌 초반에 자신이 지도하는 유벤투스가 그닥 좋지 못한 플레이를 하고 승리도 많이 거두지 못할 때마다 알레그리 감독은 늘 같은 말만 반복했다.
“나는 언제나 내년 3월을 더 좋은 컨디션으로 맞을 수 있게끔 준비하고 지도한다. 시즌을 결정짓는 건 3월이기 때문이다.”
정말 이 말대로 알레그리 감독이 3월에 팀 전체가 제 폼에 이르도록 여름 훈련 계획을 잘 짠 건지, 단지 그의 코멘트들이 시즌 초에 쏟아진 날선 비판들에 시간을 벌어보려는 것에 불과한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올해 3월 역시 유벤투스에게 매우 결정적인 한 달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세리에 A는 2017년 8월 19일의 첫 라운드부터 2월 말에 이르기까지 나폴리가 범접할 수 없는 리그 단독 선두를 지키고 유벤투스가 그 뒤를 쫓는 모양새를 지켜왔다. 정작 3월 초가 되자 나폴리는 승리를 향한 행보 중 두 걸음을 삐끗하고 말았다. 로마를 상대로 홈에서 2-4의 패배를 당했고 산시로에서 인테르를 상대로 0-0의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다.
그리고 유벤투스는 마침내 몇 달전부터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추월을 이뤄냈다. 28라운드가 끝난 후 나폴리보다 승점 4점을 앞선 상황에서 나폴리에게 다행스럽게도 지난 토요일 SPAL 을 상대로 한 생각지도 못한 무승부 때문에 두 팀의 승점 차는 4점에서 2점으로 줄어들었다. 시즌 종료까지 남은 9경기에서 나폴리가 시즌 말의 전력질주를 이어가려면 더 이상 상대에게 승점을 헌납하면 곤란하다.
유벤투스든 나폴리든 어느 팀이 리그 우승을 하든 간에 둘 다 믿을 수 없이 훌륭한 한 시즌을 치렀다고 말할 수 있다. 마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 스타일을 보는 듯한 이러한 치열한 경쟁은 최근 몇 년간 세리에 A에서는 거의 본 적이 없었다.
나폴리와 유벤투스 모두 29경기에서 고작 2패만을 당했다. 유벤투스가 승점 2점을 앞서고 있는 것도 유벤투스가 무승부를 총 4번을 기록한 나폴리보다 고작 한 번의 무승부가 덜한 데서 온 차이이다. 29라운드가 끝난 지금 두 팀의 승점은 합쳐서 148점에 이르며 유럽 각 리그의 선두 1,2위팀들을 고려해 본다면 이는 유럽의 최고 기록이다.
거기다 올 시즌 가장 놀라운 사실은 바로 한 시즌에 이 두 라이벌이 전혀 미끄러지거나 한 것이 아님에도 이 정도로 많은 승점을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유벤투스의 독주를 저항할 수 있었던 팀은 나폴리와 로마 정도였지만 올해에는 라치오, 인테르, 밀란이 상당히 강해졌고 과거의 높은 수준을 회복한 상태였다.
그중 라치오는 이미 유로파 8강 진출을 확정한 상태이다. 이렇게 선두를 추격하는 네 팀 외에도 삼프도리아, 피오렌티나, 아탈란타처럼 유벤투스나 나폴리를 꽤 난처하게 만들 수 있는 팀들도 존재하지만 이 두 팀은 결국 연승에 연승을 거듭하는 놀라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유벤투스와 나폴리, 이 둘이 스쿠데토를 향한 마지막 전력질주를 어떻게 해 나갈지, 마지막 이탈리아의 챔피언이 될 가능성은 누가 더 높은지를 짚어보도록 하자.
나폴리의 상황
유벤투스에게 역전을 허용한 후 나폴리의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은 단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수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았다. 이 자리에서 승점 100점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을 팀 전체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결국 남아있는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9경기가 남아있는 현재 나폴리는 홈구장인 산파올로에서 키에보, 우디네세, 토리노, 크로토네와 네 번의 홈경기를 치르고 승리해서 12점을 벌어들인다는 계산이다. 원정으로 치르게 될 남은 5경기는 사수올로, 밀란, 유벤투스, 피오렌티나, 삼프도리아를 상대하게 되는데 이 경우에 이 경우에 나폴리의 목표는 다소 복잡해질 수 있다.
산파올로로부터 꽤 멀리 떨어져 있는 팀들과의 경기는 매우 힘들기도 하고 나폴리의 팀 역시 그것을 잘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지금까지 나폴리가 치른 원정 경기 성적은 홈에서보다 훨씬 좋다. 12번의 원정 승리와 2번의 무승부 (키에보, 인테르와 각각 0-0)를 기록했으며 원정패는 단 1패도 없다. 역설적으로, 사리의 전술이 더욱 잘 먹혔고 더욱 굳건했다는 것이다.
사실 산파올로에서는 오히려 중요한 승점을 잃은 경우가 많다. 유벤투스와 로마를 상대로 각 1패씩을 기록했으며 인테르와 피오렌티나를 상대로 무승부를 거뒀다. 이 사실은 결국 중상위권 이상의 상대를 만나게 될 경우 산파올로의 뜨거운 경기장은 나폴리 선수들에게 매우 민감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유벤투스에게 추월을 허용한 직후 마우리치오 사리의 반응은 사실 나폴리의 팬들과 주위 모든 이들을 매우 불쾌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사리는 경기 이후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소신을 밝힌 적이 있다.
“우리는 스쿠데토를 따 내야하는 의무를 지고 있는 이들이 아니다. 스쿠데토 경쟁은 유벤투스에게 달려있는 문제다. 우리는 어려운 삶의 문제들을 되돌려 놓을 힘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모든 관점에서 볼 때 유벤투스는 다른 혹성에서 온 존재같은 팀이다.”
하지만 사리도 나폴리 선수단도 모두 라커룸 내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나폴리 선수단은 현재 자신들이 나폴리의 팀 역사상 가장 강했던 팀 중 하나임을 잘 인식하고 있다. 지금까지 훌륭하게 시즌을 치러오고 있고 팬들에게 이탈리아 챔피언의 꿈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마지막 그 순간까지 사력을 다할 것이다. 올시즌의 결과물이 이 팀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쿠데토 획득은 올 여름 구단주인 데 라우렌티스의 통큰 투자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이탈리아 리그뿐 아니라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팀을 꾸리기 위한 전력 강화를 꾀할 수 있음을 뜻한다. 반면에 나폴리가 리그 2위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면 데 라우렌티스는 챔피언스리그 행 티켓을 따 낸 것에 만족하며 현재에 최적화된 팀의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할 공산이 높다. 몇몇 선수들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이적하기 위해 팀을 떠나는 결정을 내릴 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조르지뉴의 경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관심을 계속 받고 있으며 쿨리발리는 첼시가 매우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 중이다. 물론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벨기에 출신 공격수인 드리스 메르텐스다. 이들은 대략 2천 8백만 유로 정도의 계약종결 조항이 따라붙어 있는 상황이며 시즌이 종료된 후 대략 4백만 유로 이상의 연봉을 보장하며 이적료를 지급할 준비가 되어있는 클럽이 등장하게 된다면 선수가 또다른 도전을 위해 팀을 떠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배제할 수는 없다.
유벤투스의 상황
지금까지 유벤투스의 2018년은 대단하기 그지없었다. 지난 토요일 무승부를 기록할 때까지 리그에서 12연승을 달성하며 최근 10경기는 모두 클린시트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의 모든 경기에서 무실점 중이라는 이야기다. 올 시즌 역시 수비진은 유벤투스의 가장 큰 장점임이 드러나고 있다.
팀의 득점력은 다소 줄었고 아주 화려한 축구를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지만 결국엔 골을 거의 내주지 않기 때문에 승리하고 있다. 알레그리는 수비진의 조직력을 다지는데 익숙한 사람이며, 본인 스스로도 최근의 인터뷰를 통해 최고의 공격진보다 최고의 수비진을 선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스쿠데토 경쟁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혔다.
“나폴리가 이에 매우 가까이 와 있고 스쿠데토를 따 내기 위해서는 승점을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 시즌 막판에는 늘 열광적으로 흥분된 시간을 살아내야하지만 그렇다고 오버하거나 거만해서는 안된다. 한 걸음이라도 잘 못 디뎌서는 안되며 실제 스쿠데토 경쟁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실수를 범해서도 안된다.”
이후의 9경기는 유벤투스는 나폴리에 비해 매우 어렵고도 험난한 일정이 예상된다. 홈에서 밀란, 삼프도리아, 나폴리, 볼로냐, 베로나를 상대하는데 마지막 볼로냐와 베로나 경기는 상대적으로 좀 수월할 수 있지만 밀란과 삼프도리아, 나폴리와의 경기들은 시즌의 향방을 결정짓는 경기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4월 22일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치러질 나폴리와의 경기가 가장 결정적일 것이다.
원정으로 치르는 네 경기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첫 두 경기인 베네벤토와 크로토네는 매우 수월할 테지만 이어서 밀라노에서 인테르를 만나야하고 올림피코 스타디오에서 로마를 상대로 시즌 종료에서 두 번째 경기를 치러야 한다. 인테르도 로마도 챔피언스리그 한 자리를 확정짓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복잡하기 그지없는 경기들이며 유벤투스를 상대로도 승점을 벌어들이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기세이다.
나폴리에 비해 월등히 어려운 일정 외에도, 유벤투스는 4월 첫 2주동안에 치러질 챔피언스 리그 8강전 레알마드리드와의 두 경기, 밀란을 상대로 5월 9일 치르게 될 코파 이탈리아 결승전에도 집중해야한다는 사실 때문에 다소 불리하다. 게다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이번 턴을 제대로 통과한다해도 남은 경기들은 보다 더 힘들어지고 더 많은 노력을 요한다.
콰드라도와 베르나르데스키는 여전히 부상 중이어서 아마도 시즌 종료까지 복귀가 어려워보인다. 알레그리 감독은 계속해서 평소대로 디발라, 이과인, 만주키치를 공격진에 활용하면서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양쪽에서 전혀 탈락의 가능성을 두지 않고 있다. 공격수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최근 알레그리는 알렉스 산드루 선수를 여러 번 왼쪽에 치우친 트레콰르티스타의 형태로 활용해 보고 있는데 그 결과가 썩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콰드라도나 베르나르데스키처럼 원래 그 자리에서 뛰는 공격수들을 활용하는 것과는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반면, 올 시즌의 끝을 향해 가는 유벤투스의 강점은 역시 베나티아와 더글라스 코스타이다. 지난 시즌 대부분을 벤치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던 베나티아는 마침내 바이에른과 로마에서 뛰던 시절의 수준으로 돌아왔고 키엘리니와 함께 철옹성 같은 수비 콤비를 구성하고 있다.
시즌 초 다소 좋지않은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그의 영입을 돈낭비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더글러스 코스타는 2018년이 되면서 자신의 몸값 4천만 유로의 돈값을 충분히 하고 있다. 그의 빠른 역습가속도와 예측불가능한 드리블은 공격작업시에 유벤투스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수비 전환과 역습시 속공을 치고 나가는 그의 스피드는 특히나 볼을 소유하고 돌리기 좋아하는 팀들을 상대할 때 매우 유용하다. 반대로 수비에 치중하며 경기 초반을 유벤투스에게 내어주는 전술을 펼치는 팀을 상대로 할 때 사람을 달고 다니는 더글러스 코스타의 능력은 공간을 만들어내는데 뛰어나서 그 속으로 파고들어간 디발라나 이과인이 마무리를 짓는다.
분명 시즌 말기는 유벤투스에게 있어서도 모든 면에서 매우 힘들고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비안코네리는 결정적인 시합에서 직접적으로 마주치는 모든 상대들보다 자신들이 훨씬 우수한 팀이라는 것을 보여줘야만 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페라라에서 SPAL 을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한 경우처럼 승리가 쉽게 예상되는 팀들을 상대로 해서 승점을 잃지 않기 위한 집중력 결여도 반드시 피해야만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숨가쁘게 지켜봐야할 유벤투스와 나폴리의 우승 경쟁 외에도 이번 시즌을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할 관전 포인트는 바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놓고 벌이는 3, 4위권의 경쟁이다. 현재 리그 순위표는 로마가 59점으로 3위, 인테르가 55점으로 4위, 라치오와 밀란이 각각 54점, 50점으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인테르와 밀란은 밀라노 더비에서 맞부딪히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은 아직 여지가 많이 남아 있으며, 로마의 두 팀(로마, 라치오), 밀라노의 두 팀에게 있어 최종 순위나 또는 최소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은 그들의 올 시즌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지어줄 중요한 바로미터이다.
강등권 팀들도 마찬가지다. 강등을 피하기 위한 승부는 최종전에서 결정지어질 것이다. 현재 순위표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베네벤토는 이미 사실상 세리에 B 행이 확정되었지만 승점 29점부터 22점을 기록하고 있는 칼리아리, 사수올로, 키에보, SPAL, 크로토네, 베로나까지 총 6개 팀 중 둘은 최종 강등된다.
스쿠데토를 놓고 벌이는 격전부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싸움, 강등권 싸움에 이르기까지 5월 20일까지 대략 두달 간 세리에 A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펼쳐질 피터지는 혈전을 기대하시라.
기사제공 알베르토 몬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