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코어 [서호정의 킥오프] ACL 한·중전 열세, 현상이 아닌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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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 4차전은 한국과 중국 클럽 간의 정면 대결이었다. 전북 뿐만 아니라 수원, 울산까지 적극적인 선수 영입에 나서며 모처럼 활력을 얻은 K리그로서는 1, 2차전에서의 좋은 성과를 바탕으로 자신 있게 부딪혔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올 시즌 조별리그에서 벌어진 총 8차례의 한중전은 역대 가장 나쁜 결과로 남았다. 전북과 수원이 각각 홈과 원정에서 톈진 취안젠, 상하이 선화를 꺾었을 뿐이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상대로 홈, 원정에서 모두 패했다. 원정에서 상하이 상강과 비겼던 울산도 홈에서 패했다. 가장 늦게 열린 경기에서 전북이 원정에서 톈진에게 2-4로 패하며 8경기 전적은 2승 2무 4패로 끝났다. 


2017년 1승 2무 3패에 버금가는 부진이다. 그리고 2016년부터 이어진 한중전 열세의 흐름을 끊지 못했다. 광저우가 선봉에 선 축구굴기로 챔피언스리그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중국 축구지만 2015년까지 한국은 우세를 점해왔다. 하지만 2016년 2승 3무 3패로 처음 열세를 기록한 뒤 3년째 한국은 반전하지 못했다. 오히려 추는 중국에 더 기울어지는 형국이다.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한·중전 결과>

2018년: 2승 2무 4패

2017년: 1승 2무 3패

2016년: 2승 3무 3패

2015년: 3승 3무 2패

2014년: 3승 3무 2패

2013년: 2승 5무 1패

2012년: 3승 2무 1패


한 시즌 만의 현상이 아니라 세 시즌 동안 이어지는 흐름에는 이유가 있다. 이제 챔피언스리그에서 슈퍼리그의 강세를 이끄는 팀은 광저우만이 아니다. 예전에는 광저우만 피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 오히려 광저우 외의 슈퍼리그 팀과 한 조에 들어가는 것은 조별리그 통과를 위한 발판으로 통했다. 실제로 베이징 궈안, 귀저우 런허(현 베이징 런허), 산둥 루넝, 톈진 테다 등은 K리그 팀들을 상대로 많은 승점을 안겨줬다. 


광저우가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성과로 거둔 자신감은 슈퍼리그의 다른 팀에 전이되고 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에 좋은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며 전력을 증강하는 것. 그렇게 아시아 무대를 꾸준히 밟는 클럽들은 이제 자국뿐만 아니라 국제 경쟁력도 갖췄다. 광저우에 도전하는 치열한 내부 경쟁도 수준을 한층 높였다.



대표적인 팀이 상하이 상강이다. 2016년 처음 챔피언스리그에 등장한 상하이는 3년 연속 출전 중이다. 2016년 8강에서 전북에게 0-5 완패를 당하며 탈락했지만, 지난해에는 4강까지 오르며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올해는 4경기에서 3승 1무를 거두며 벌써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했다. 자국 리그에서는 광저우의 벽에 막혀 트로피를 들지 못했지만 아시아 무대에서 그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헐크, 오스카, 엘케손 등 외국인 선수들이 꾸준히 가고 우레이, 얀준링, 왕선차오, 차이휘캉 등 대표팀의 주축이 그대로 팀의 주축으로 활약 중이다. 


톈진 취안젠도 챔피언스리그 데뷔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북 원정에서 호된 맛을 봤지만 자신들의 홈에서 수비에 밸런스를 두고 빠른 역습을 가하는 냉철한 경기 운영으로 복수했다. 그들은 가시와 원정에서도 효율적인 경기를 하며 승점을 가져왔다. 현재 조 2위 이상으로 16강에 진출할 것이 유력하다. 



지난 시즌 리그 성적(11위)이 나빴던 상하이 선화의 경우 예상대로 부진하다. 하지만 광저우, 상하이에 톈진까지 16강에 오를 경우 슈퍼리그는 2년 연속 3개 팀이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성과를 내게 된다. 더 이상 광저우라는 슈퍼클럽만 돋보이는 리그가 아니라는 인증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한중전 열세가 이어지는 것은 결정력의 차이가 조직력의 차이의 앞지르기 때문이다. 과거 K리그는 슈퍼리그 팀을 상대할 때 그들이 보유한 특출 난 외국인 선수 3~4명만 막아내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제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그들의 힘이 10명의 조직적인 힘을 이길 수 없다고 믿었고, 실제로도 그런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중국이 보유한 외국인 선수의 결정력이 조직력으로 견뎌 낼 한계치를 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외국인 선수에 대한 사치세 100%를 부여하며 과도한 유명 선수 영입을 통제하는 중국 정부와 축구협회지만 이미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팀들은 좋은 선수를 확보한 상태다. 톈진의 앙토니 모데스테처럼 임대 형식의 우회 경로로 월드 클래스 공격수를 보유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 13일 있었던 울산과 상하이 상강의 경기가 그런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그 경기에서 울산은 주말 리그를 일정 부분 포기하면서까지 준비한 전략을 잘 펼쳤다. 하지만 수 차례 온 찬스에서 골을 넣지 못했다. 그 사이 상하이는 후반 5분 엘케손이 단 한번의 찬스를 골로 연결시켰다. 울산은 67.8%의 점유율 속에 무려 16개의 슛을 날리고도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문제는 조직력에서도 중국이 더 이상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내심을 갖기 시작한 슈퍼리그 상위권 팀의 구단 운영은 외국인 감독과 외국인 선수에게 신뢰와 시간을 주는 쪽으로 변했다. 자국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늘어나면서 조화가 이뤄지고 있다. 월드컵 최종예선을 통해 중국과 한국 자국 선수들의 능력 차는 크지 않다는 것도 확인됐다. K리그의 경쟁력을 발휘할 요소가 자연스럽게 더 줄어들었다. 


한중전 열세는 더 이상 집중력의 차이, 실수의 문제가 아니다. 감독들의 전술 능력, 운영 능력도 슈퍼리그가 앞서기 시작한 게 사실이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독일, 스페인 등으로부터 전술적 역량이 뛰어난 감독들을 계속 데려오고 있는 슈퍼리그는 분위기 싸움이 아닌 전술적 대비와 작전의 싸움을 한중전의 양상을 바꿔가고 있다. 과연 토너먼트에서 만나면 이전처럼 K리그가 슈퍼리그를 압도할 수 있을까? 앞으로는 보기 힘든 장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글=서호정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기사제공 서호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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