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코어 [인사이드MLB] 2018 MLB 주목할 세 명의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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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저스틴 벌랜더(35·휴스턴)는 트리플 크라운 달성과 함께 사이영상과 리그 MVP를 모두 거머쥐었다. 1963년 샌디 코팩스에 이어 역대 두 번째였다.

그러나 속쓰린 2위를 두 번(2012 2016)이나 하는 동안 옛 동료 맥스 슈어저가 역대 10번째 3회 수상 투수(2013 2016 2017)가 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기록한 승리기여도(fWAR 32.1)가 투수 1위(클리프 리 30.6 클레이튼 커쇼 29.2)였던 벌랜더는 2014-2015년 31위(5.9)에 그쳤다. 하지만 2016-2017년 6위(9.4)와 영웅적인 포스트시즌 활약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약혼녀도 그의 퇴조를 불러왔다는 오명을 벗었다.

벌랜더는 14번째 시즌인 올해 또 다른 도약을 노린다. 다른 버전의 체인지업을 던지는 것이다.

2017 벌랜더의 구종 분포(피안타율/헛스윙률)

패스트볼(58%) 0.207 / 10.1% 
슬라이더(22%) 0.216 / 17.6%
커브볼 (16%) 0.236 / 9.0%
체인지업(04%) 0.341 / 10.3%

디트로이트에서 함께 한 시절(2010~2014) 벌랜더와 슈어저는 서로를 도왔다. 슈어저는 벌랜더 덕분에 커브를 던지기 시작했고 벌랜더는 슈어저에게서 슬라이더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둘은 체인지업 연구도 함께 했다. 하지만 슈어저의 체인지업이 리그를 지배하는 공(2017년 피안타율 0.110)이 된 반면 벌랜더는 그렇지 못했다. 지난해 벌랜더의 투 스트라이크 피치에서 체인지업의 비중은 2%에 불과했다(패스트볼 50% 슬라이더 28% 커브 20%).

그러나 벌랜더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휴스턴에서 브렌트 스트롬(69) 코치를 만났기 때문이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벌랜더의 고민을 들은 스트롬은 자신이 알고 있는 스플리터 그립을 소개했다. 토미존 수술 2호 투수였지만 재기에 실패한 스트롬은 스플리터의 전설 마이크 스캇으로부터 '저자 직강' 스플리터를 배운 바 있었다.

지난해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벌랜더는 2차전 9이닝 13K 1실점 완투승과 5차전 7이닝 8K 무실점 승리를 통해 팀을 월드시리즈로 인도했다. 특히 5차전에서 2회 애런 힉스와 4회 그렉 버드를 삼진으로 잡아낸 공은 기존의 서클체인지업이 아닌 스플리터 그립을 잡고 던진 공이었다.
 
벌랜더가 스플리터 장착에 성공한다면? 우리는 로저 클레멘스-커트 실링 이후 사라진 정상급의 강속구 스플리터 투수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전투력 측정기(스카우터)가 펑하고 터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해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6.2이닝 8K 무실점의 깜짝투를 선보였던 트레버 바우어(27·클리블랜드) 역시 구종 추가에 도전한다.

지난해 바우어의 후반기(15경기 10승2패 3.01)는 전반기(17경기 7승7패 5.24)와 판이하게 달랐다. 너클커브가 확실한 결정구로 자리를 잡은 덕분이었다. 그러나 바우어는 새로운 구종의 필요성도 절실하게 느꼈다.

너클커브 체인지업 컷패스트볼이 주무기인 바우어는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크게 흘러나가는 공이라고 판단했다(디 애슬레틱 인터뷰). 이에 코리 클루버의 '정체불명 변화구'(스탯캐스트 커브, PitchF/X 슬라이더) 자신과 팔 각도가 비슷한 마커스 스트로먼(토론토)이 던지는 슬라이더, 강력한 역회전을 자랑하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의 체인지업을 후보로 올렸다. 그리고 슬라이더를 택했다.

UCLA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며 드론 제작이 취미인 바우어는 화학공학자 출신인 아버지와 함께 초고속 카메라를 통한 회전수/회전축/무브먼트 분석을 직접하고 있다. 괴짜 취급을 받았던 애리조나 시절에는 자신이 개발한 그립이 19개라고 해 비웃음을 산 적도 있었다(애리조나는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뽑은 바우어가 고분고분하지 않자 '추신수 3각 트레이드' 때 클리블랜드로 보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연구소로 달려가 개발 계획에 착수한 바우어는 새로운 슬라이더를 올해부터 실전에 활용할 계획이다.

올 시즌이 기대되는 또 한 가지는 바우어의 지난 시즌이 불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바우어의 인플레이 피안타율(BABIP)은 자신의 통산 기록(0.293)과 메이저리그 평균(0.297)을 크게 상회하는 0.337였다. 이는 아메리칸리그 최악의 기록으로, 맹활약을 한 후반기도 마찬가지였다(전반기 0.337 후반기 0.338). 타구의 질 문제가 전혀 아닌 만큼 바우어의 BABIP는 정상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바우어(176이닝 196K 17승9패 4.19)가 더 성장하게 된다면? 이미 지난해 코리 클루버(203이닝 265K 18승4패 2.25)와 카를로스 카라스코(200이닝 226K 18승6패 3.29)가 사이영상 1위와 4위에 오른 클리블랜드는 최강의 원투쓰리를 선보일 것이다. 1967년 미네소타 트윈스가 유일한 200이닝-200K 트리오의 탄생도 기대된다(짐 캇, 딘 챈스, 데이브 보스웰).

그리고 여기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불운남이 있다. 제프 사마자(33·샌프란시스코)다.



2016년 잭 그레인키(애리조나)를 놓친 샌프란시스코는 자니 쿠에토(32)와 6년 1억3000만 달러, 사마자와 5년 9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첫 해 쿠에토는 승리기여도 5.5를 기록했다. 그러나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망쳤고(1.2) 옵트아웃을 포기했다(4년 9200만 잔여).

2016년 성적이 12승11패 3.81이었던 사마자는 지난해 9승15패 4.42에 그쳤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패배를 당했고 평균자책점도 크게 올랐다. 그러나 승리기여도는 2016년(2.7)보다 높은 메이저리그 15위(3.8)였다. 사마자의 수비배제평균자책점(FIP)이 잭 그레인키(17승7패 3.20)와 차이가 크지 않은 메이저리그 13위였기 때문이다(그레인키 3.31, 사마자 3.61).

사마자의 평균자책점이 FIP보다 크게 높았던 것은 샌프란시스코의 수비력이 참담했기 때문이었다(DRS 26위). 이에 에반 롱고리아(골드글러브 3회)가 3루를 맡고 중견수가 디나드 스팬(DRS -27)에서 오스틴 잭슨(DRS +1)으로 바뀐 올해는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2013년 FIP(4.24) 대비 평균자책점(5.71)이 지나치게 나빴던 에딘손 볼케스는 수비가 좋은 피츠버그에 입단한 2014년 FIP 4.15와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듬해 캔자스시티 우승의 주역이 됐다.

2012년 선발 전환 당시의 95마일 싱커가 그대로인 사마자는 제구에도 물이 올랐다. 지난해 사마자는 9이닝당 1.39개의 볼넷으로 커쇼(1.54개)와 클루버(1.59개)를 제치고 규정 이닝 투수 1위에 올랐다. 사마자는 5월4일부터 6월6일까지 7경기에서 1볼넷 59삼진(48.1이닝)을 기록함으로써 7경기 역대 최고 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K/BB 순위 1.클루버 2.세일 3.커쇼 4.사마자)

지난해 사마자는 내셔널리그 최다인 207.2이닝을 던지고 5년 연속 200이닝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사마자와 슈어저뿐이다. 대학 미식축구 스타(와이드리시버 출신)였던 '노틀담의 상어' 사마자는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는데 긴 시간이 걸렸다. 덕분에 사마자는 27세 시즌까지 344이닝밖에 던지지 않았다(펠릭스 에르난데스 1824이닝, 클레이튼 커쇼 1611이닝).

1958년 연고지 이전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샌프란시스코는 컨텐딩을 택했다. 하지만 다저스와의 전력 차이는 여전히 크며 애리조나/콜로라도와 경쟁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더 이상 불운하지 않은 사마자가 2016년의 범가너-쿠에토와 합쳐진다면? NL 서부의 지형도는 다시 쓰여질 것이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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