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성] 왜 맥토미니가 아니었을까?
맥토미니가 필요했던 경기였다
왜 맥토미니가 아니고 펠라이니였을까?
맨유의 선발은 두 자리가 바뀌어 있었다. 지난 주말 리버풀전과 비교해서다. 마타 대신 린가드가, 맥토미니 대신 펠라이니가 세비야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맨유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패착이었다.
맨유의 포메이션은 4-2-3-1 보단 4-1-4-1에 가까웠다. 유럽축구연맹의 공식 기술 보고서(Tactical Line-ups)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펠라이니가 공격 2선까지 올라갔다. 마티치, 맥토미니, 에레라 3명의 미드필더 체제의 4-3-3으로 싸웠던 세비야 원정 1차전 때와 비교하면 공격적으로 진영을 짠 맨유였다. 2차전이 홈에서 치러지는 만큼 공격적 판단을 한 무리뉴 감독이었다.
펠라이니의 피지컬을 활용하려는 측면도 있었다. 194cm의 펠라이니를 투입해 190cm의 루카쿠와 붙여 힘과 높이로 세비야의 수비벽을 흔들려 했다. 하지만 제대로 막혔다.
일단 펠라이니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펠라이니는 무릎 부상으로 한 동안 고생했다. 지난 주말 리버풀전 출전이 40여 일 만의 실전이었다. 지난해 11월 챔피언스리그 바젤전 이후 선발로 뛴 경기가 한 번도 없었다. 주말 리버풀전 출전 시간도 21분이었다. 그나마 리버풀전이 펠라이니가 바젤전 이후 가장 오랜 시간 뛴 경기였다. 몸이 좋을 수 없었다.
그런데 무리뉴 감독은 펠라이니를 지난 새벽 세비야전에 선발로 투입했다. 3개월 넘게 선발로 뛰지 않은 걸 생각하면 뜻밖의 선택이었다. 파격적인 승부수였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당연하게도 몸이 무거웠다. 부상 등으로 오랫동안 뛰지 못하다 돌아오면 체력은 물론 실전 감각을 서서히 끌어올리기 위해 점차 출전 시간을 늘리는 게 일반적이다. 화력을 높이기 위해 예열의 과정을 거치는 원리와 같다. 펠라이니의 선발 투입은 예열 과정을 생략한 선택이었다. 급하다고 젖은 장작에 불을 붙이는 일과 같은 펠라이니의 조기 선발 투입이었다. 패착이었다.
펠라이니 선발 패착
동료들과의 호흡도 좋을 게 없었다. 펠라이니가 올 시즌 리그에서 선발로 뛴 건 3경기가 전부였다. 동료들과의 합이 좋을 수 없었다. 거기다 힘과 높이로 싸우겠단 무리뉴 감독의 선택은 상대성에 있어서도 좋은 카드가 아니었다. 세비야의 센터백 라인은 렌글레(186cm)와 키예르(190)로 피지컬로 정면 승부해 뚫기 쉬운 벽이 아니다. 여기다 중앙 미드필더 은존지(190cm)도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다. 벽에 대고 몸만 부딪치려 했으니 될 일이 없었다. 그마저도 성치 않은 펠라이니의 몸이었으며 동료들과의 합도 잘 맞지 않은 부실한 라인이었다.
펠레이니를 끌어올린 선택은 전술적으로도 문제를 일으켰다. 펠라이니를 끌어올려 루카쿠와 ‘트윈타워’를 구성, 맨유의 공격은 상대적으로 측면으로 넓게 벌리는 게 필요했다. 중앙의 높이를 활용하기 위해 측면 돌파→크로스나 연계로 이어지는 공격이다. 측면 공격을 위해 무리뉴 감독은 산체스를 중앙이 아닌 측면으로 돌렸다. 왼쪽 측면이었다. 산체스가 왼쪽에 서면서 래시포드는 자연스럽게 오른쪽에 배치됐다. 여기서 문제가 또 꼬였다.
최근 맨유가 전술 해법을 찾았던 것 중 하나가 산체스의 활용과 적합 포지션의 배치였다. 지난겨울 아스널에서 이적해 와 초반엔 산체스를 왼쪽에 두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마시알, 래시포드 등 기존 왼쪽 공격 자원들과의 자리 충돌 혹은 활용의 애매함이었다. 시행착오를 겪은 뒤 최근 맨유는 산체스를 4-2-3-1이나 변칙 4-3-3의 중앙에 배치하는 것으로 해법을 찾았다. 산체스가 중앙에 서는 대신 왼쪽에 마시알과 래시포드가 서는 형태였다. 최근 첼시전과 리버풀전에서 승리하면서 활용한 전술이다.
산체스를 그대로 왼쪽에 두는 경기도 있었다. 세비야와의 1차전과 C.팰리스전으로 대신 이 경기들의 포메이션은 4-3-3이었다. 산체스를 왼쪽에 두는 대신 반대편 오른쪽에 마타나 린가드를 두어 직선적 돌파보단 안으로 좁혀 들어오는 공격 형태에 변화를 주었다. 스위칭, 위치 변화에 초점을 맞춘 전술이었다. 마시알과 래시포드를 오른쪽에 배치해 한쪽이 죽어버리는 걸 막고, 좌우 균형을 살리기 위한 4-3-3의 선택이었다. 동시에 중앙 미드필더를 3명 둠으로써 허리를 강화하는 형태였다.
2013년 레알 마드리드전 이후 OT 최다 슈팅 허용
하지만 지난 새벽엔 이 모든 게 또 다시 뒤엉키고 말았다. 펠라이니를 끌어올리면서 펠라이니와의 중복을 피하고, 동시에 측면을 강화하기 위해 산체스를 왼쪽으로 돌리면서 그 동안 어렵사리 찾았던 해법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루카쿠와 펠라이니가 중앙 깊숙이 침투, 산체스가 동선이 겹치는 걸 피하고 벌리는 공격을 위해 측면으로 넓게 포진하면서 자신의 강점마저도 발휘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맞고 말았다. 산체스의 전체 슈팅은 1개뿐이었으며 유효 슈팅은 단 한 개도 연결하지 못했다. 측면으로 벌려서기만 한 산체스가 세비야 골문에서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었다.
산체스가 왼쪽에 서면서 오른쪽으로 돌아간 래시포드가 별 다르게 힘을 쓰지 못한 것도 매한가지였다. 래시포드는 불편한 오른쪽에만 머물지 않고 넓게 움직이려 했지만 왼쪽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지난 주말 리버풀전의 날카로움은 좀처럼 보여주지 못했다. 측면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펠라이니의 중앙 전진 배치도 의미가 퇴색되고 말았다. 컨디션까지 좋지 못한 펠라이니는 공격적 위치에서 뛰면서도 단 한 개의 키 패스도 연결하지 못하는 저조한 플레이를 펼쳤다.
부진했던 펠라이니 대신 60분 투입된 포그바도 경기 흐름을 바뀌기엔 부족했다. 어이없는 패스 미스로 흐름을 끊기까지 했다. 부상 여파에다 포그바 개인 기량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하지만, 두 명의 미드필더가 받치는 4-3-3의 형태에서 능력을 극대화하는 포그바를 또 다시 다른 포메이션에서 활용했다는 점에서 전술적 실패라고도 할 수 있는 맨유의 세비야전 전술 운영이었다.
맨유는 홈 경기였음에도 거의 모든 공격 관련 스탯에서 세비야에 밀렸다. 전체 슈팅, 유효 슈팅, 키 패스, 공격 지역 패스성공률 하나 같이 세비야가 맨유에 앞섰다. 펠라이니를 끌어올린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 것이다. 역효과라고도 할 수 있는 결과다. 그렇다고 수비 시 펠라이니의 가담 등을 통한 수비 안정을 가져갔다고도 할 수 없다. 세비야가 지난 새벽 기록한 21개의 슈팅은 맨유가 2013년 레알 마드리드에게 허용한 22개의 슈팅 이후 올드 트래포드에서 내준 가장 많은 슈팅이다. 공격과 수비 어느 하나 제대로 되지 못한 맨유였다.
전술, 배치, 교체 모두를 뒤엉키게 만든 것
무리뉴 감독의 선택에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결과다. 스카이스포츠는 이날 무리뉴 감독이 전술적 카드로 선택했거나 포지션을 이동한 세 선수에 대해 양 팀 통틀어 최저 평점을 매겼다. 펠라이니, 산체스, 포그바로 10점 만점에 4점에 머물렀다. 오른쪽에 섰던 래시포드도 5점을 받는데 그쳤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왜 맥토미니를 선발로 활용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부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최근 부진했던 것도 아니다. 맥토미니는 주말 리버풀전을 포함해 자신이 선발로 뛴 최근 맨유 5경기를 4승1무 무패로 이끌며 찬사를 받았다. 개인의 뛰어난 잠재력에다 마티치와의 호흡, 팀 전술 움직임까지 맨유가 오랫동안 고민했던 중앙 미드필더의 블루칩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런데 정작 무리뉴 감독은 중요했던 승부처에서 맥토미니를 선발에서 제외, 벤치에 앉혀둔 채로 경기를 끝냈다.
맥토미니의 체력 부담을 말하기엔 그의 나이(21살)가 어리다. 맥토미니의 체력을 걱정한다면 쉬지 않고 뛰고 있는 마티치는 이미 쓰러져 뛰지 못할 것이다. 맥토미니의 결장이 아쉬웠던 건 맥토미니가 가지고 있는 기량도 기량이지만, 앞서 지적한 패착으로 귀결된 전술 문제 때문이다. 맥토미니를 펠라이니 대신 선발로 투입하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전술이 가능했다. 맥토미니가 마티치와 중앙 미드필드에서 짝을 이뤘다면 산체스가 왼쪽으로 돌아갈 일도 없었다. 그러면 래시포드도 익숙한 왼쪽 배치가 가능했다. 마티치, 맥토미니가 뛰고 있었다면 포그바가 교체 투입되더라도, 포그바가 편하게 여기는 왼쪽 인사이드 하프로 뛰게 하면서 교체 투입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펠라이니가 선발로 투입되면서 이 모든 것, 전술과 배치, 교체 모두 뒤엉키고 말았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세비야의 선제골이 경기의 향방을 좌우”했다고 했지만 경기의 흐름을 이미 바꾼 건 그의 선발의 선택이었다.
기사제공 박문성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