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MLB] 31홈런 테임즈의 다음 과제는?
팀의 공격을 이끄는 삼각편대는 대체로 1루수 3루수 우익수인 경우가 많다. 지난해 내야 양 코너 모두에서 30홈런 타자를 배출한 팀은 토론토(스모크&도널슨) 애리조나(골드슈미트&램) 콜로라도(레이놀즈&아레나도) 그리고 밀워키였다.
[2017 평균 ops] 1루수(.833) 우익수(.798) 3루수(776) 중견수(.764) 2루수(.754) 좌익수(.754) 유격수(.735) 포수(.726)
밀워키는 1루와 3루에 물음표를 가지고 시작했다. 하지만 메사추세츠주 보스턴과 대한민국 창원에서 온 두 선수가 팀내 최다인 31개의 홈런을 나란히 때려냈다. 트래비스 쇼(27)와 에릭 테임즈(31)다.
밀워키가 테임즈(사진)를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포함된 3년 1600만 달러 계약으로 잡을 때까지만 해도 의심 어린 시선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테임즈는 팀 야수 중 세 번째로 높은 승리기여도(fWAR) 2.1을 기록함으로써 1700만 달러에 해당되는 활약을 했다. 자기 연봉(400만)의 네 배를 해낸 것이다(2017년 기준 fWAR 1.0당 800만). 올해 테임즈의 연봉은 500만 달러다.
테임즈의 4월의 활약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개막 후 19번째 경기에서 시즌 10호 홈런을 기록한 것은 팀 신기록. 5경기 연속 홈런은 팀 타이 기록이었다. 이전 시즌을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않은 타자가 4월에 11개의 홈런을 때려낸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비록 더 이상의 돌풍은 없었지만, 테임즈는 31홈런 75타점과 함께 144명의 규정 타석 타자 중 30위에 해당되는 ops 0.877(.247 .359 .518)을 기록하고 시즌을 끝냈다.
테임즈 ops 변화
2014 - 1.111 (NC)
2015 - 1.288 (NC)
2016 - 1.106 (NC)
2017 - 0.877
강정호 ops 변화
2012 - 0.973 (넥센)
2013 - 0.876 (넥센)
2014 - 1.198 (넥센)
2015 - 0.816
2016 - 0.867
테임즈가 고무적이었던 것은 가장 중요한 임무인 우완 킬러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 것이다. 테임즈가 우투수들로부터 뽑아낸 ops 0.933(.265 .382 .551)은 우완을 상대로 400타석 이상 나선 124명 중 13위에 해당되는 기록이었다. 우완 한정 테임즈는 같은 좌타자 1루수이면서 시카고 컵스의 인기 스타인 앤서니 리조(.277 .398 .507 ops 0.906)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다.
테임즈 우완 상대 월별 ops
4월 - 1.158 (.323 .450 .708)
5월 - 0.892 (.245 .420 .472)
6월 - 0.741 (.176 .300 .441)
7월 - 0.972 (.323 .391 .581)
8월 - 0.786 (.200 .300 .486)
9월 - 0.982 (.327 .431 .551)
그러나 둘은 결정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다. 좌완 상대 성적이다. 리조의 좌완 ops가 우완 성적(0.906)과 거의 차이가 없는 0.881(.260 .374 .507)이었던 반면 테임즈는 0.664(.182 .270 .394)에 그쳤다. 결국 테임즈는 우타자 헤수스 아길라(좌완 상대 .301 .365 .524)와 출장 시간을 나눠야 했다.
테임즈가 처음부터 좌완에게 약점을 보였던 것은 아니다. 좌투수 상대 4월 ops는 무려 1.680(.421 .522 1.158). 우투수 상대 성적(1.158)보다 더 좋았다. 하지만 테임즈는 5월 이후로는 0.408(.125 .195 .212)에 그쳤으며 7월부터는 자동아웃 수준(32타수3단타 2볼넷 15삼진)으로 전락했다. 테임즈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첫 번째는 신시내티 효과다. 지난해 테임즈는 신시내티전 ops가 1.388(.351 .494 .895) 나머지 경기가 0.805(.233 .339 .466)일 정도로 신시내티를 만나면 마치 'KBO리그 시절 별명'처럼 활약했다. 이에 신시내티전 17경기에서 11홈런, 나머지 121경기에서 20홈런을 기록했다. 6개의 좌완 상대 홈런 중 네 개도 4월에 집중적으로 만난 신시내티의 좌완들(완디 페랄타, 토니 싱그라니, 아미르 개럿)로부터 얻었다. 테임즈의 4월 성적과 좌완 상대 4월 성적에는 신시내티 투수들이 큰 영향을 미쳤던 것. 특정 팀과의 첫 6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때려낸 타자는 테임즈가 최초였다.
그와 함께 5월 이후 메이저리그의 좌투수들이 찾아낸 사실은 테임즈가 바깥쪽 하이 패스트볼에 심각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좌투수가 스트라이크 존의 바깥쪽 상단으로 던진 공 11개 중에서 테임즈가 인플레이 타구로 만들어낸 것은 하나도 없었다(헛스윙 8개, 파울 1개, 루킹스트라이크 2개).
이에 좌투수들은 집중적인 바깥쪽 승부와 함께 높은 패스트볼과 낮은 변화구를 철저하게 분리하기 시작했고 낮은 변화구로는 갈수록 커브의 비율을 높였다. 지난해 테임즈가 좌완이 던진 바깥쪽 공을 장타로 연결시킨 것은 아미르 개럿이 4월에 제공한 높은 슬라이더 실투(홈런)가 전부였다.
세 좌타자의 좌완 상대 타구 속도(포수 시각)
*이미지 출처 : 베이스볼 서번트
흥미로운 점은 바깥쪽 하이 패스트볼이 바로 리조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는 것이다. 좌투수들이 걸어오는 바깥쪽 승부를 이겨내지 못한 리조는 2013년까지의 좌완 상대 ops가 통산 0.617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의 대변신 이후로는 0.878를 기록하고 있다. 2014년에 시도한 큰 변화 덕분이다. 같은 기간 좌완 상대 ops가 리조보다 더 좋은 좌타자는 조이 보토(0.957)가 유일했다(400타석 이상 58명 중). 그 해부터 리조는 바깥쪽 공을 치기 위해 홈 플레이트에 바짝 붙기 시작했다(사진).
2013년까지 리조의 몸맞는공은 13개(296경기)뿐이었다. 하지만 2014년 이후로는 같은 기간 메이저리그 최다인 85개(612경기)를 기록하고 있다(2위 브랜든 가이어 74개). 대신 리조는 바깥쪽을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투수들의 몸맞는공 협박에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미 한글 보호대로 무장한 테임즈가 한 번쯤 고려해 볼 만한 부분이다.
지난해 리빌딩 도중 급작스럽게 포스트시즌 도전을 하게 된 밀워키는 올해 로렌조 케인(31)과 크리스찬 옐리치(26)를 영입해 외야를 크게 강화했다. 여기에 도밍고 산타나(25)를 지킴으로써 좌익수 라이언 브론(34)이 1루수 출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는 물론 우타자인 아길라에게 더 직격탄이지만 2000만 달러를 받는 브론이 테임즈의 우완 상대 타석을 일부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테임즈는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 아니다. 모든 것을 잘할 필요는 없다. 뛰어난 플래툰 히터가 되기만 하더라도 자신의 몫은 충분히 할 수 있다. 과거 보스턴 레드삭스의 트롯 닉슨(2003년 ops 우완 1.058 좌완 0.671)이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좌완에도 약하지 않은 좌타자. 매일 출장할 수 있는 선수가 된다면 테임즈는 메이저리그에서 더 놀라운 성공 신화를 쓰게 될 것이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