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코어 [한준, 전술조각모음] 무리뉴의 역습론, "공 없이 경기를 통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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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티키타카] “선수들에게 리버풀은 톱 팀이라고 이야기해줬다. 그들은 정말 강하다. 하지만 그들은 포뮬러원의 자동차 같다. 런던의 교통체증 속에 포뮬러원 자동차를 타고 나선들, 그 차가 빠르게 달릴 수는 없다.” 리버풀을 잡았던 카를루스 카르발랄 스완지시티 감독의 멋진 표현이다.


리버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월 22일 스완지시티와 프리미어리그 경기, 28일 웨스트브롬과 FA컵 경기 연패 이후 8경기 연속 무패를 달려왔는데,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만나 또 한번 약점을 드러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카르발랄 감독과 같은 방식으로 리버풀을 괴롭혔다. 


리버풀 수비수 피르힐 판데이크는 “맨유가 홈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뒤로 내려섰다”고 꼬집었지만, 무리뉴 감독은 “공 없이도 경기를 통제할 수 있다”며 전략적 접근일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공 없이도 경기를 통제할 수 있다. 공을 가졌을 때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전후반을 나눠서 생각했다. 전반전은 우리, 후반전은 리버풀이 주도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전반전의 우리가 골도 넣고 위험한 상황도 만들었다. 후반전을 보면, 내 생각은 스튜디오에서 평가하는 사람들의 의견과는 다를 것이다. 리버풀이 공을 통제했다고 보겠지만, 난 우리가 공 없이 경기를 통제했다고 생각한다. 즉, 우리 팀이 경기 내내 통제했다. 심지어 세트피스, 코너킥, 위험한 상황 모두 우리가 지배했다. 우리가 이길 자격이 있었다.” (주제 무리뉴)


무리뉴 감독은 수비 전술의 달인으로 불린다. 단단한 수비와 치명적인 속공으로 역습 축구를 가장 잘 하는 감독으로 꼽힌다. 클롭 감독의 축구는 속도감 있는 전방 압박과 전방위 공격으로 로큰롤 축구라는 별명을 얻었다. 앞서 카르발랄 감독이 ‘포뮬러원 자동차 같은 팀’이라고 했는데, 무리뉴 감독은 문전에 버스를 세워 리버풀이 달리지 못하게 했다. 



■ 교통체증에 갖은 리버풀 자동차, 무리뉴의 수비 디테일


카르발랄 감독의 스완지시티가 사실상 5백이라 할 수 있는 스리백 전환으로 해법을 찾았다면, 무리뉴 감독은 4-2-3-1 포메이션 구조에서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와 좌우 측면 미드필더에게 더 많은 전술적 규율과 집중력을 요구했다. 리버풀이 자랑하는 스리톱 사디오 마네, 호베르투 피르미누, 모하메드 살라는 맨유와 경기에서 전혀 번뜩이지 못했다. 


리오넬 메시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가짜 9번 역할의 신기원을 연 피르미누는 부상을 털고 한 달여 만에 선발 출전한 맨유 수비수 에릭 바이의 전진 수비에 고전했다. 맨유는 바이와 스몰링을 센터백으로 두고, 그 앞에 네마냐 마티치와 스콧 맥토미나이를 나란히 배치해 빌드업 보다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 지역에 수비 블록을 구축하는 데 더 집중했다. 


바이의 전진성과 스몰링의 안정적인 커버, 마티치의 견제와 맥토미나이의 끈덕진 수비 지원이 이 네 명이 버틴 공간을 죽였다. 피르미누가 즐겨 활용하는 공간을 통제했다. 


이 네 명의 블록은 자연스럽게 측면에서 중앙으로 잘라 들어오는 마네와 살라를 위한 공간도 막았다. 주목할 점은 맨유의 측면 선수들이 보인 집중력과 체력이다. 좌우 풀백 애슐리 영과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사이드라인 부근을 견제한 것이 아니라 센터백 부근으로 좁혀 들어와 리버풀 윙어의 커트인 동선을 차단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후안 마타가 라이트백의 수비 영역까지 빠르게 내려와 커버했기 때문이다. 반대편에서 마커스 래시포드도 수비에 적극 가담했다.


“리버풀을 상대할 때는 공을 가지고 있다가 나쁜 플레이를 하면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후반전에 우리의 목표는 공을 갖는 게 아니었다. 계획이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리버풀이 우리를 수비적인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통제했다. 우리에겐 서로 다른 전후반 모두 완벽한 경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주제 무리뉴)


맨유는 로멜루 루카쿠를 원톱으로 두고, 래시포드와 알렉시스 산체스, 마타를 2선에 배치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공을 소유하고 경기를 주도하며 공격 콤비네이션을 이룬 것이 아니라 제한된 인원으로 속공을 만드는 방식에 집중하며 수비를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는 상대가 공격을 전개할 때 공을 탈취해 속공으로 습격할 때 가장 위협적인 리버풀의 강점이 드러나지 않도록 구성한 경기 계획이다.



 

■ 진짜 9번의 가치 보여준 루카쿠, 무리뉴 앞에서 평범해진 클롭


루카쿠는 최전방에서 롱볼을 기다리며 리버풀 수비가 올라오지 못하게 부담을 줬다. 마타는 측면 수비 지원 외에 중앙 지역으로 들어와 공격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마티치와 맥토미나이가 중원 수비에 집중하면서 산체스가 중앙 미드필더 영역까지 내려와 공을 운반하고, 리버풀 수비형 미드필더를 끌어 당겨 공간을 만들었다. 래시포드가 왼쪽 측면에서 중앙 전방으로 잘라 들어와 슈팅 기회를 포착했다.


맨유의 두 골은 루카쿠가 뿌리고 래시포드가 마무리하며 나왔다. 루카쿠는 맨유의 롱 볼 플레이 작동의 핵심이었다. 좋은 위치를 잡고, 수비 견제를 합법적인 몸 싸움으로 뿌리친 뒤 공을 확보하겨 연결했다. 머리로 바로 내준 선제골, 직접 운반하며 전개한 두 번째 골 과정에서 루카쿠는 9번 공격수가 골 없이 발휘할 수 있는 전술적 가치를 완벽하게 보여줬다. 


“루카쿠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다. 공중볼 경합을 하면 대부분 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그 주변에서 떨어지는 공을 따내야 했다. 그러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 래시포드의 두 골로 이어졌다.” (위르겐 클롭)


물론, 승리로 가는 길에는 팀의 계획과 전술적 규율 외에 개인 능력의 힘이 필요하다. 래시포드는 전반 14분과 25분 찾아온 두 번의 기회에 단호하고 정확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이 두 골이 심리적으로, 전술적으로 리버풀에게 큰 부담을 줬다. 맨유는 단단한 수비와 빠른 역습으로 경기를 통제했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전 마지막 훈련이 끝나기 1분 전에 폴 포그바가 부상을 당해 명단에서 빠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맨유는 포그바가 그립지 않은 경기를 했다.



 

*vs 리버풀, 맨유 선수 수비통계

발렌시아(RB): 가로채기 2회, 걷어내기 1회

스몰링(CB): 태클 2회, 가로채기 2회, 걷어내기 12회, 슛불록 4회

바이(CB): 태클 1회, 가러채기 5회, 걷어내기 7회, 슛블록 1회

영(LB): 태클 6회, 가로채기 4회, 걷어내기 5회

마티치(CM): 태클 6회, 가로채기 1회, 걷어내기 3회, 슛블록 2회

맥토미나이(CM): 태클 1회, 가로채기 5회, 걷어내기 2회

마타(LM): 태클 1회, 가로채기 2회

산체스(AM): 태클 2회, 가로채기 1회

래시포드(RM): 태클 1회, 가로채기 1회, 걷어내기 2회

루카쿠(CF): 걷어내기 2회

교체 선수- 펠라이니:가로채기 1회, 걷어내기 3회


주지하듯, 좌우 측면 미드필더와 좌우 풀백이 수비적으로 90분 내내 집중력과 체력을 유지한 헌신이 주효했다. 측면 공격수로 전성시대를 연 영과 발렌시아가 이토록 뛰어난 풀백으로 성장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맨유는 특정 선수가 아니라 팀 전체가 잘 싸웠다고 할 수 있다. 무리뉴 감독은 래시포드와 더불어 맥토미나이의 활약을 따로 짚어 칭찬했다. 


“맥토미나이는 클래스와 성숙함을 보여줬다. 그는 정말로 내게 큰 인상을 남겼다. 팬들이 선수의 심장을 뛰게 몰아치는 상황에도, 그는 올바른 일을 했다.” 


무리뉴 감독은 공격을 원하는 홈 팬들의 외침에도 전술적 규율을 잃지 않고 통제한 맥토미나이를 격려했다.



 

뒤로 물러선 팀을 깨고, 끌어내기 위해선 적극적인 중거리 슈팅, 좋은 중거리 슈팅이 필요하다. 클롭 감독은 “후반전에 우리는 먼 거리에서 슈팅을 시도해 기회를 만들었지만 슈팅이 충분히 좋지 않았다”고 했다. 리버풀은 100% 컨디션을 되찾지 못한 바이의 실수로 자책골을 얻어 1골 차로 좁혔다. 클롭 감독은 “마네에게 가한 펠라이니의 파울은 명백한 페널티킥 감이었다”고 했다. 리버풀이 최소한 승점 1점을 가져올 만한 경기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 경기를 돌아보면 리버풀의 패배는 무리뉴 감독의 전략에 클롭 감독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클롭 감독도 그 점을 인식한 듯 “이런 라이벌전은 결과가 중요하고, 우리는 결과는 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배후 공간을 많이 두는 맨체스터시티에게 리그 유일한 패배를 안긴 클롭의 리버풀은, 맨시티와 우승 경쟁에서 사실상 뒤쳐진 맨유에게 졌다. 전술의 상대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클롭의 리버풀은 무리뉴의 맨유에 3연속 무승부를 거두다 패했다. 프리미어리그 전적 3무 1패. 스스로 노멀 원이라고 말한 클롭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의 스페셜 원과 대결에서 평범한 모습을 보였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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