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코어 [서형욱] '이쯤되면 월클' 4경기 7골, 손흥민의 괄목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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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게임=서형욱] 이쯤되면 '주모'가 과로로 쓰러질 지경이다. 경기만 열렸다하면 전국에서 "주모~"를 외쳐대니 그럴 수 밖에. 


손흥민이 오늘도 멀티골을 넣었다. FA컵 로치데일전을 시작으로 4경기 연속골. FA컵과 리그, 챔피언스리그 등 대회를 가리지 않는 득점 행진, 게다가 그 중 3경기는 멀티골이다. 1월 13일 에버턴전 선제골 이후 한 달 반 동안 잠잠했던 득점포가 최근 12일 사이 무려 7차례나 터졌다. 4경기 7골. 그야말로 리그 최정상급의 맹활약이다. 

'원톱' 흥민, 역전골부터 쐐기골까지


12일 새벽, 본머스 원정 경기로 치러진 EPL 30라운드에서 손흥민은 위기에 처한 팀의 구세주가 되었다. 상대에게 선제골을 내준데다 주포 해리 케인마저 부상으로 교체아웃된 위기 상황에서 화려하게 빛났다. 역전골과 쐐기골을 연달아 꽂아 넣으며 팀의 4-1 역전승을 이끈 것이다. 


이날 토트넘은 본머스의 전진 압박에 고전했다. 선제골 외에도 여러 차례 위기를 맞이했고 공격 전개는 더뎠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스 해리 케인이 무산된 득점 과정에서 발목을 다쳐 실려 나갔다. 갑작스런 상황에 고심하던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 대신 라멜라를 투입했다. 그리고 라멜라를 공격 2선에 밀어넣는 대신, 손흥민을 케인이 빠진 최전방으로 밀어 올렸다.  



 

결과적으로 케인의 공백이 별로 느껴지지 않은 시합이었다. 전후좌우로 활발히 움직이며 팀 공격의 활로를 모색한 손흥민은 여유있는 플레이로 왼발로만 2골을 만들어냈다. 최근의 상승세가 반영된 자신감에서 비롯된 멋진 장면이었다. 공격의 리더 역할에 부담이나 초조함 따위 느끼지 않는 모습이기도 했다. 

3월의 흥민, 케인 못지 않은 존재감

손흥민의 활약은 케인이 빠진 경기, 케인이 남겨둔 최전방 자리로 전진 배치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더 인상적이다. 손흥민은 케인과 다른 스타일의 선수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에이스 역할을 해낼 역량이 있다는 것을 최근 매 경기 입증하고 있다. 

사실, 손흥민이 케인의 부재를 적극적으로 보완한 것이 이 경기에서만은 아니다. 케인이 부상으로 쉬는 동안 원톱 역할을 종종 맡아왔던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손흥민은 잠시 득점력 난조에 빠진 케인의 여백을 훌륭히 메우는 중이다. 케인이 2월 25일 크리스탈 팰리스전 이후 4경기 동안 무실점에 빠진 사이, 손흥민은 이 4경기에서 전 경기 득점에 성공하며 7골을 몰아 넣었다. 결국 탈락으로 이어진 패배로 귀결된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도 유벤투스를 상대로 골을 터뜨린 것은 손흥민이었다. 적어도 3월의 토트넘에서 가장 강력한 선수가 손흥민이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손흥민이 EPL 최고의 골잡이 해리 케인보다 나은 공격수라 평가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토트넘이라는 팀에서 케인의 존재에 기대지 않고 오롯이 팀 공격을 이끌 선수를 꼽으라면 손흥민이 유일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토트넘의 공격은 해리 케인을 꼭지점으로 움직이는 다양한 형태의 다각형 구도인데, 손흥민은 그 도형 바깥에서 자기만의 궤적으로 골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존재다. 케인이 있든없든, 동료들이 비워둔 자리로 침투해 들어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골을 만들어낸다. 슛팅의 위치나 각도, 박스 안으로 공을 끌고 들어가는 방식, 마무리의 방법이나 타이밍이 매번 다른 형태로 이뤄진다. 동료의 도움을 받지 않는 공격수는 존재할 수 없지만, 결정적인 도움이 아니더라도 골로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은 특별한 공격수에게만 발견되는 것이다. 그리고, 2018년의 손흥민은 어느새 그 경지에 도달한 골잡이의 면모를 자주 보여주고 있다. 둘은 서로 다른 스타일의 공격수인데다 같은 팀에서 협력하는 관계이니 직접적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기도 하다. 

멈추지 않고 성장하는 손흥민 
- '우리 흥'을 너머 '우리 월클'로
 


지금 손흥민에게 열광하는 것은 한국인들만이 아니다. 우리가 "주모~"를 외치는 동안, 영국에서는 수 많은 팬과 전문가들이 손흥민의 활약을 칭송하며 "쏘니"를 외치고 있다. 올 시즌 여러 대회 통산 18골을 기록하고 있다고는 해도, 본머스전 2골을 통해 이제야 EPL 득점 랭킹 TOP10에 진입한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처럼 현지에서 손흥민이 실제 공격 포인트 이상의 후대를 받는 것은 그가 몰아치기에 능하고 중요한 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것도 있지만 수치 이상의 기여도, 즉 내용 면에서 괄목성장한 덕이 크다. 1992년생으로 한국 나이 스물 일곱이 된 손흥민은, 20대 중반이 지난 후에도 기량이 크게 발전하고 있는 흔치 않은 케이스다. 파워와 테크닉을 겸비한 슛팅을 앞세운 골결정력은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에도 유명했지만, 지금의 손흥민은 당시의 약점으로 꼽히던 투박함이나 공중전에서의 약점을 많은 부분 제거해나가고 있다. 볼 트래핑이 더욱 간결해지고 섬세한 드리블링이 가능해지면서 상대 지역에서 좀 더 자신있게 볼을 끌고 나가는 모습이 잦아지는 중이다. 동료들과 주고받는 짧은 패스의 질도 크게 향상됐고, 여전한 약점으로 꼽히는 공중전도 개선되고 있다. 올 시즌 헤딩으로만 2골을 뽑아낸 것은 그 증거다. 

포체티노 감독에 의해 윙백으로 기용되거나 라멜라 등 동료들에게 선발 기회를 내주기도 했던 손흥민의 입지는, 점점 더 '언터처블'한 지점으로 올라서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올 여름 월드컵이 끝나고 난 뒤 지금과 다른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의 모습을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토트넘이 걱정해야 할 것은 해리 케인을 빼앗기는게 아니라 손흥민을 빼앗기는 것일지 모른다는 지인의 농담이, 더는 그저 허튼소리로만 들리지 않는 요즘이다.



기사제공 서형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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