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in 캠프] 콜로라도 타자들, “류현진의 모든 구종 확인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류현진.(사진=이영미)>
2018시즌 시범경기 첫 선발 등판. 그것도 ‘천적’으로 불리는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하는 LA 다저스 류현진(31)은 항상 그랬듯이 담담한 표정으로 1회 마운드에 올랐다. 로키스의 주축 타자들이 대부분 출장한 라인업은 정규 시즌 경기를 보는 듯 했다. 찰리 블랙몬(중견수)-DJ 르마이유(2루수)-놀란 아레나도(3루수)-트레버 스토리(유격수)-이안 데스먼드(1루수)-헤라르도 파라(좌익수)-크리스 이아네타(포수)-데이비드 달(우익수)-노엘 쿠에바스(지명타자)가 류현진을 상대하기 위해 타석에 들어섰다.
류현진은 1회 로키스 상위 타선을 맞아 삼자범퇴 처리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특히 놀란 아레나도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1회 던진 투구수는 7개. 2회에는 썩 좋지 않았다. 2사 후 볼넷을 내준 후 크리스 이아네타에게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맞은 것. 류현진은 3회 2사 후 DJ 르마이유에게 안타를 내줬고, 아레나도에게 볼넷을 허용한 다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바뀐 투수 팻 벤디트가 트레버 스토리에게 2타점 2루타를 맞는 바람에 류현진의 자책점은 4점으로 늘어났다.
류현진은 이날 2⅔이닝 2피안타 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4실점과 투구수는 56개를 기록했다. 최고 구속은 92마일. 크리스 이아네타에게 투런포를 허용한 공은 체인지업이었다.
다음은 류현진을 상대한 로키스 타자들과 다저스 전담 MLB.com의 캔 거닉 기자, 그리고 류현진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콜로라도 타자들이 본 류현진
2회 로키스의 크리스 이아네타가 류현진을 상대로 투런포를 터트리기 전의 상황이다. 류현진은 1이닝 동안 세 명의 타자를 상대로 7개의 공을 던졌지만 2회 크리스 이아네타를 상대하기 전까지 세 타자한테 12개의 공을 던졌고, 이와네타에게 5개의 공을 던진 후 홈런을 맞았다. 경기 후 만난 이와네타는 이 상황을 떠올리며 “류현진은 내게 3개의 패스트볼을 던졌고 두 번째 체인지업을 구사할 때 타이밍이 잘 맞은 공이 담장을 넘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범경기 동안에는 투수들의 타이밍을 맞추는데 집중하는 상황에서 이와네타의 공략이 잘 맞아 떨어진 셈이다. 또한 이와네타는 “오늘 류현진은 모든 구종을 보여줬다. 그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뽑아낸 DJ 르마이유는 “풀카운트에서 패스트볼이나 변화구를 가리지 않고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면 무조건 쳐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패스트볼을 받아쳐 안타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모든 구종을 확인했던 게 수확이란 말도 덧붙였다.
로키스 1번 타자 찰리 블랙몬은 류현진을 맞아 삼진 1개와 땅볼 아웃을 기록했다. 그는 “류현진이 2스트라이크 이후 최대한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나려는 공을 던졌는데 내가 이 부분에 속아 넘어가면서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찰리 블랙몬은 “오늘 류현진의 투심을 본 것 같은데 그는 자신이 원할 때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하여 던질 줄 안다. 그게 장점인 것 같다”는 얘기를 전했다.
<1회 놀란 아레나도를 상대하는 류현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사진=이영미)>
MLB.com의 캔 거닉 기자
캔 거닉 기자는 작년과 비교했을 때 올시즌 류현진의 모습에 상당한 기대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건강하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그는 건강했지만 부상으로 보낸 시간이 길어서인지 자신감이 부족했다. 그런데 올시즌 스프링트레이닝 캠프에서 보인 류현진은 내가 아는 그 선수를 보는 것 같다. 사실 작년에는 그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그는 건강한 모습으로 캠프에 나타났고 건강이 그를 강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캔 거닉 기자는 류현진이 최근 회전수가 가미된 커브를 던지려고 노력하는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
“그런 도전과 연습을 해보라고 스프링캠프가 있는 게 아닌가. 많은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느낀 부분이지만 어떤 건 선수들이 쉽게 이해하는 것 같고, 또 어떤 부분은 그들에게 어려운 숙제같아 보인다. 그런데 그게 어려운 숙제인지는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류현진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고 있는 중이다.”
로키스전에서 류현진이 보인 커브에 대해선 “아직까지 류현진이 새로운 커브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하려니 당연히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한테는 좋은 무기가 있다. 새로운 변화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그냥 이전에 했던 대로 던지면 되는 것이다. 다시 자신의 루틴대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캔 거닉 기자는 류현진이 시도하고 있는 커브가 성공한다면 엄청난 무기가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직구처럼 보이면서 끝에 커브가 있는 공은 상대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기존의 구종들에 이런 공을 하나만 섞을 수 있다면 아주 훌륭한 투구 내용을 보여줄 것이다.”
<불펜에서 몸을 풀고 경기를 위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류현진.(사진=이영미)>
경기 후 만난 류현진 인터뷰
원정 클럽하우스 밖에서 진행된 류현진과의 인터뷰. 그는 투구 밸런스가 무너진 걸 크게 아쉬워했다. 다음은 류현진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경기 소감이 궁금하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 제구였는데 볼넷을 2개나 허용한 것과 주자 나간 이후 투구 밸런스가 무너진 부분이 아쉬웠다. 그것 빼고는 괜찮았던 것 같다.”
투구 수가 56개였다. 원래 예정된 투구수였나.
“50개에서 55개 정도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투구수는 비슷하게 맞췄다고 생각한다. 3회까지 마무리하고 내려왔으면 좋았을 텐데 3회 투구수가 많아지면서 마무리를 못했던 게 마음에 남는다.”
콜로라도 로키스는 류현진 선수의 천적으로 꼽힌다. 그런 부분이 부담스럽진 않았나.
“그렇지는 않았다. 시범경기 첫 경기이고 마운드에서 던질 수 있는 것만 던지자고 마음먹고 올라갔는데 투구수가 늘어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오늘 던진 구종 중에 투심이 많았나. MLB.com 게임데이에는 투심이 1개로 나왔다.
“아니다. 여러 개의 투심을 던졌다. 커브는 지난 번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B경기 때 던진 것보다 적었지만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투구수가 적지 않았는데 나중에 따로 불펜에서 공을 더 던진 이유가 무엇인가.
“마지막에 밸런스가 좋지 않았는데 그걸 떠올리며 불펜에서 더 공을 던져봤다.”
2사 이후 볼넷이 나오는 걸 제일 싫어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오늘 그런 상황이 나왔고 결국 홈런으로 이어졌다.
“그렇다. 볼넷을 제일 싫어하는데 첫 시범 경기에서 2개나 내줬다. 몸 상태는 괜찮다. 첫 경기 치고 아쉬움도 있지만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오늘 최고 구속이 92마일까지 나왔다. 물론 전광판에는 100마일이 찍히기도 했다(웃음).
“그건 타구 스피드이다. 첫 경기에서 92마일이 나온 건 이 시기에 오랜만의 일인 것 같다. 몸 상태는 전혀 문제없다.”
더그아웃에서 계속 쉐도우 피칭을 했다고 들었다.
“2회 부터 갑자기 동작이 빨라지며 밸런스가 무너졌다. 그걸 잡으려고 더그아웃에서 쉐도우 피칭을 했던 것이다.”
커브를 구사할 때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드나.
“스핀을 많이 주려다 보니 제구가 아직까지 확실히 안 잡히는 것 같다. 빠지거나 너무 빨리 꺾인다.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할 것 같다.”
작년 기록을 보면 커브를 구사했을 때의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올시즌 커브 회전수에 변화를 주는 이유가 무엇인가.
“일단 타자들에게 어렵게 던지려면 항상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구종에 스핀이 많으면 타자가 치기 어렵다. 그런 부분을 생각한 것이다. 이건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생각해서 하는 것이다.”
다음 등판 때까지 보완해야 할 부분은?
“주자 나갔을 때 제구와 투구 밸런스를 더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