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코어 [MLB in 캠프] 이젠 ‘텍사스 맨’ 팀 린스컴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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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린스컴이 훈련장에 나타나자, 기다리던 취재진들이 그의 동선을 따라 함께 움직였다.(사진=이영미)>
 
3월 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 마련된 텍사스 레인저스 스프링트레이닝 캠프 클럽하우스 안은 이전과 다른 분위기였다. 눈에 띈 이는 백업 포수 브렛 니콜라스. 그는 커다란 가방에 자신의 물품을 하나둘씩 집어넣고 있었다. 지나가던 동료들은 니콜라스를 찾아와 포옹을 하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표정이 어두운 걸 봐서는 니콜라스가 팀을 떠나는 상황임이 분명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9년을 뛰었던 포수, 브렛 니콜라스가 양도지명 처리되면서 라커룸을 비울 때 맞은 편 라커에선 캠프 동안만 14번을 달고 뛰는 팀 린스컴의 라커가 새로 마련됐다. 레인저스 구단은 8일 린스컴과 1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고, 40인 로스터에서 그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브렛 니콜라스를 양도지명 처리한 것이다.

클럽하우스가 미디어에 오픈된 시간 동안 팀 린스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후 선수단 훈련이 거의 마무리 될 무렵 기자실에 린스컴이 나타났고, 공식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은 시애틀 매리너스의 스즈키 이치로도 시애틀로 복귀 인터뷰를 가진 상황. 린스컴이 오전 10시 30분경에, 이치로는 오후 1시 30분에 차로 30분 거리의 서프라이즈와 피오리아에서 각각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180㎝의 작은 체구로 시속 150㎞짜리 강속구를 던지며 ‘괴물(The Freak)’이란 별명을 얻었던 팀 린스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1라운드 지명을 받고 2007년 빅리그에 데뷔한 뒤 2008년, 2009년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연속 올스타에 뽑혔고, 2008년부터 3년 연속 탈삼진 부문 1위에 올랐다. 2010년, 2012년, 2014년 세 차례나 샌프란시스코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2015년 고관절 관절와순 수술 후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린스컴은 2016년 LA 에인절스에 입단했다가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16을 찍고 방출 당했다.



<린스컴과 그의 매니저.(사진=이영미)>
 
린스컴한테는 2017시즌 기록이 없다. 그를 원하는 팀이 나타나지 않아 시즌을 통째로 쉬었기 때문이다. 올시즌을 앞두고 지난 2월 시애틀에서 쇼 케이스를 펼쳤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LA 다저스가 관심을 보인 끝에 레인저스와 새로운 인연을 맺었다. 린스컴의 통산 성적은 270경기에 등판해 110승 89패 평균자책점 3.74이다.

8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린스컴은 다저스의 구애를 거절하고 레인저스를 택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레인저스는 내게 특정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나는 불펜이든 뭐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내가 그걸 증명해내겠다고 말했다. 그게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찾는 게 급선무다. 지금 당장은 작년에 내가 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얼마 전까지는 불펜에서 투구할 때 다리를 신경쓰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조금씩 나의 이전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린스컴은 쇼 케이스를 마치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 합의를 이뤘지만 형인 션 린스컴이 37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하는 바람에 팀 합류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4일 형의 장례식을 치른 후 7일 애리조나로 이동 후 메디컬 테스트를 치른 다음 8일 공식 인터뷰에 나타난 것이다.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야구 인생을 이어가려던 그에게 형의 갑작스런 죽음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는 형의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힘들어 했다.

“형은 나의 롤 모델이었다. 훈련 파트너이기도 했다. 그런 형이 최근 생을 마감했다. 형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아버지를 존경하지만, 형도 아버지 못지않게 사랑했다.”



<9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처음으로 텍사스 더그아웃에 나타난 팀 린스컴. 그리고 그를 반기를 선수들.(사진=이영미)>
 
린스컴은 등번호로 44번을 고를 수밖에 없었던 배경도 설명했다.

“맨 처음 텍사스 레인저스 클럽하우스에 들어섰을 때 맷 무어를 만났다. 그는 여기서 55번을 달고 있었다. 그가 내게 55번을 양보하겠다고 말했지만 난 다른 번호를 쓰겠다고 말했다. 맷 무어도 55번에 많은 의미가 있을 것이고, 번호를 선택할 만한 위치에 있는 선수이다. 속으로는 12번이나 44번을 떠올렸다. 마침 12번은 오도어가 사용하고 있어 44번을 택했다. 그런데 44번은 스프링트레이닝 캠프에서 데스틴 후드가 사용 중이다. 그가 내게 또 연락을 했다. 문자로 내게 44번을 써도 된다는 내용을 보내왔다. 그러나 캠프 동안에는 14번을 달고 시즌 중에는 44번을 달겠다고 말했다. 내가 44번을 사용하고 싶었던 이유는 형이 44번을 달고 선수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44번의 등번호가 달린 유니폼을 입는다면 경기할 때마다 항상 형과 함께 필드에서 뛰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이날 인터뷰를 마친 린스컴은 레인저스 훈련복을 입고 개인 트레이너와 매니저를 동반해 훈련장에 나타났다. 레인저스가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 경기를 위해 캠프를 떠난 이후였다. 처음에는 가볍게 캐치볼을 하며 몸을 풀다가 트레이너와 다양한 구종을 시험해 보며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이어갔다.
 
그때 훈련 중인 린스컴을 향해 팬들의 외침이 시작했다. 사인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린스컴은 모든 훈련을 마친 후 한참 떨어져 있는 팬들에게 다가갔다. 55번이 달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부터 린스컴의 야구 카드, 린스컴 사진, 매거진 등등 다양한 소품들을 들고 있는 팬들에게 사인을 시작했다.

한 남성 팬이 린스컴에게 “마무리 투수를 맡을 것이냐”라고 물었다. 린스컴은 사인을 해주며 “마무리든 중간계투이든 주어진 일을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여성 팬이 “올시즌 행운을 빈다”고 말하자 선수는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한 중년 여성은 공을 건네며 특별한 주문을 했다. “3번의 월드시리즈 우승, 두 번의 사이영상, 08년, 09년을 써주세요”. 린스컴은 표정 한 번 찡그리지 않고 그 여성이 부탁한 내용을 공에 다 적어줬다. 또 다른 남성 팬. “공에다 ‘The Freak(괴물, 린스컴 별명)’이라고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린스컴은 살짝 미소를 띤 채 그가 건넨 공에다 ‘The Freak’라고 적었다.

린스컴은 원하는 팬들과 다정히 어깨 동무를 한 채 사진까지 찍었다. 한 어린아이를 안아주려다 그 아이가 크게 울자 아버지랑 가벼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팬들에게 거리를 두지 않고 다가가려 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댄 워슨 코치와 친근한 인사를 주고 받는 린스컴.(사진=이영미)>
 
한편 린스컴을 맞이한 제프 배니스터 감독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린스컴을 당장 실전에 투입시키기 보다는 여유를 갖고 그가 최고의 실력을 보일 수 있도록 기다리겠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많은 기자들이 내게 ‘언제 어떻게 어디서 그를 기용할 것인지’를 묻는다. 우리는 그가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시간적인 여유를 주고 싶다. 그가 팀에 합류하면서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서두르지 않고 그가 마운드에 오를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배니스터 감독은 느긋하게 기다리겠다고 말했지만 실제 린스컴은 9일 바로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그가 직접 말한 투구수는 35개. 그의 불펜피칭을 지켜본 제프 앤드루스 보조 투수 코디네이터는 린스컴의 투구에 대해 “굉장히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특히 포수 미트에 정확히 공을 집어 넣는 모습이 좋았다. 사실 그를 영입하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는 것 같다. 포심과 투심, 커브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제프 앤드루스는 린스컴이 스프링트레이닝 캠프에 늦게 합류한 것과 관련해선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가 캠프의 절반 동안을 타자들과 상대하지 못했다는 게 사실이지만 걱정하진 않는다. 남은 시간 동안 그의 투구를 관찰하며 그가 어느 경기에 들어가야 할지를, 그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알아볼 것이다. 지금 린스컴의 상태는 놀라울 정도로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린스컴은 9일, 시카고 화이트삭스 경기가 열린 서프라이즈 스타디움 더그아웃에 모습을 드러냈다. 텍사스 레인저스 합류 후 더그아웃에 나타난 건 이날이 처음이다.

경기 후 만난 추신수는 린스컴과 인사 나눈 내용을 소개했다. 자신이 신시내티 레즈 시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린스컴을 상대했을 때인 2013년 2개의 2루타와 홈런 1개, 볼넷 1개를 기록했는데 린스컴이 그 기록을 떠올리며 “널 한 팀에서 만나 반갑다”라고 인사했다는 것.

팀 린스컴은 텍사스 레인저스와 1년 1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린스컴은 훈련장을 찾은 팬들에게 모두 사인을 해줬다. 텍사스에서 맞이할 올 한 해가 그의 야구인생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사진=이영미)>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이영미 기자, 통역 이윤혁>


기사제공 이영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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