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MLB] 오승환의 슬라이더, 돌아올 수 있을까
2015년 메이저리그의 <스탯캐스트>가 공식 출범하고 가장 익숙해진 용어 두 개는 출구 속도(Exit Velocity)와 발사 각도(Launch Angle)다. 그리고 우리는 투수가 던지는 공의 분당 회전수(Spin Rate)도 알게 됐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던진 포심 패스트볼의 분당 회전수 평균은 2255회였다(베이스볼서번트). 1000개 이상을 던진 선발투수 50명 중 최고는 저스틴 벌랜더(휴스턴)의 평균 2542회. 최하위 기록은 숀 마네아(오클랜드)의 1979회였다.
선발투수 포심 회전수 상위(1000구 이상)
2542 - 저스틴 벌랜더
2503 - 맥스 슈어저
2500 - 다르빗슈 유
2481 - 딜란 번디
2467 - 리치 힐
회전수가 높으면 중력의 영향에 저항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따라서 그렇지 않은 공보다 덜 떨어지면서 들어온다. 더 높은 수직 무브먼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일본 와세다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회전수 2500회 공과 2000회 공은 7cm의 차이를 나타냈다. 대략 공 하나 차이다. 덜 떨어진 공은 타자에게 라이징 패스트볼처럼 보인다.
지난해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가 기록한 포심의 분당 회전수는 2340회. 50명 중 17위로 최상위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커쇼는 규정 이닝 투수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직 무브먼트(11.9인치)를 기록했다. 회전수 2위 딜란 번디(11.1인치)보다도 좋았다. 이는 커쇼의 포심이 이상적인 회전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12시 방향에서 공을 뿌리는 오버핸드 투수일 경우 <완벽한 백스핀>에 필요한 회전축은 지면과 수직을 이루는 180°다. 반면 6시 방향에서 공이 나오는 투수는 0° 또는 360°다.
지난해 커쇼의 포심은 회전축이 179°였다(브룩스베이스볼). 수직 무브먼트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회전축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사이드암 투수에 가까운 크리스 세일(보스턴)의 포심은 128°였다. 반대로 이는 좌우의 움직임에 효과적인 회전축이다. 지난해 세일은 포심의 수평 무브먼트(10.1인치)에서 규정 이닝 투수 1위에 올랐다. 한편 숫자가 가장 많은 우완 스리쿼터 투수의 평균적인 포심은 회전축이 210˚ 근처에서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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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불펜투수였다. 40이닝 이상 투수 중 fWAR 5위(2.6) bWAR 6위(2.8)였다. 그런데 지난 시즌에는 fWAR 154위(0.1)와 bWAR 152위(-0.1)로 추락했다. 슬라이더가 2016년처럼 결정구가 되어 주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회전수에 큰 변화가 없었다(2016년 2234회 / 2016년 2215회). 하지만 떨어지는 각과 휘어져나가는 각이 모두 줄었다.
오승환의 헛스윙/스윙률 변화
2016 [포심] 29.0% [슬라이더] 45.2%
2017 [포심] 26.5% [슬라이더] 28.9%
눈에 띄는 점은 포심의 경우 2016년(205˚)과 2017년(204˚) 회전축에 변화가 없었던 반면 슬라이더는 2016년(141°)과 2017년(175°)의 차이가 컸다는 것이다. 175°는 켄리 잰슨의 커터(156°)보다도 더 포심 패스트볼에 가깝다(맥스 슈어저 슬라이더 127°). 그렇다면 오승환의 슬라이더가 회전축이 틀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몇 가지 가설을 제기했다.
먼저 커터성의 빠른 슬라이더가 문제일 수 있다. 잰슨은 아예 커터의 무브먼트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그립을 잡고 던진다. 하지만 오승환이 종종 보여주는 90마일에 육박하는 빠른 슬라이더는 포심의 그립을 잡고 손끝으로 만들어내는 공이다.
후자일 때 투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손목의 각도가 틀어지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커터를 장착했던 로베르토 오수나(토론토)에게도 일어났던 일이다. 지난해 오승환은 처음으로 손가락 물집 부상을 경험했다. 이는 변형 슬라이더를 시도했을 때 많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김선우 위원이 의심하는 또 하나는 마운드다.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는 2012년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 9이닝당 4.2개의 볼넷을 내주며 제구가 크게 흔들렸다. 다르빗슈는 앞발을 착지할 때 발바닥의 바깥쪽을 먼저 내딛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부드러운 일본 마운드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딱딱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는 불안한 착지를 불러왔다. 마이크 매덕스(사진) 투수코치와 함께 데이빗 프라이스의 비디오를 본 다르빗슈는 프라이스처럼 발 전체를 이용해 내딛기 시작한 후 제구가 한결 나아졌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