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체질”이라던 당찬 20살...‘진땀 세이브’로 느낀 클로저의 ‘중압감’ [SS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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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영현(오른쪽)이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두산전에서 9회 팀 승리를 지킨 후 포수 장성우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 [email protected]



[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기자] “막중한 임무다.”

KT 2년차 박영현(20)이 진땀을 뺐다. 언제나 당찬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은 쉽지 않았다. 마무리 투수의 중압감을 오롯이 느꼈다. 그래도 승리를 지켰다는 점이 중요하다.

박영현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과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9회 올라와 1이닝 4피안타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세이브를 올렸다.

시즌 3번째 세이브다. 마무리 김재윤이 하루 쉬는 날이었고, 필승조 박영현이 가장 마지막에 올라왔다. 15~16일에 이어 3연투다. 앞선 두 경기는 잘 던졌는데 이날은 흔들렸다.

9-5로 앞선 9회말 주권이 호세 로하스에게 솔로포를 맞았다. 8회말 잘 막은 후 9회까지 올라왔는데 일격을 당했다. 순식간에 9-6이 됐다. KT가 움직였고, 박영현을 올렸다.
 


KT 박영현이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두산전에서 8회말 올라와 역투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 [email protected]



박영현은 안타 4개를 맞으며 2점을 줬다. 9-8로 몰렸다. 1사 2,3루 위기도 계속됐다. 그러나 허경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조수행을 삼진으로 막고 경기를 끝냈다.

공을 받은 포수 장성우는 “공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반대 투구가 많았다. 제구가 좋지 않았다. 2스트라이크 이후 몰린 공이 들어왔다. 바깥쪽 요구했는데 몸쪽으로 오고 그랬다”고 짚었다.

흔들리는 상황이었지만, 대안은 없었다. 김재윤이 피로를 느껴 쉬기로 한 상황. 현재 KT 불펜에서 박영현 뒤에 낼 투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

대신 이강철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선수를 다독였다. 장성우는 “감독님이 ‘괜찮다. 점수 줘도 된다. 편하게 하라’고 했다. 또 ‘너무 힘이 들어갔으니 힘 빼고 하라’고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강철 감독(가운데)이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전에서 9회말 마운드에 올라와 흔들리는 박영현(오른쪽)을 다독이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 [email protected]



턱밑까지 쫓긴 데다 끝내기 패배까지 당할 상황이었지만, 질 것 같지 않았단다. “마음이 편하더라. 우리는 연승, 두산은 연패였다. 선수는 그런 것이 있다. 연패 탈출이 힘들다. 연승 때는 잘 풀리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2,3루니까 원래라면 (허)경민이를 걸렀을 것이다. 이상하게 안 채우고 싶더라. 막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감독님도 고의4구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뭔가 묘한 감에 의존한 셈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KT의 힘과 분위기가 좋다는 뜻도 된다. 그리고 박영현도 그 기운을 이어갔다.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았다.

경기 후 박영현은 “(김)재윤이 형이 쉬는 날이라 마무리 역할을 맡게 됐다. 이겨서 다행이다. 점수를 주기는 했지만, 팀이 이긴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담담히 말했다.
 


KT 박영현이 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SSG전에서 8회 위기를 넘긴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수원 | 강영조기자 [email protected]



대신 마무리가 어떤 것인지 새삼 느꼈다. “주로 8회에 등판하다가 9회에 나가게 됐다. 9회를 막는 것은 막중한 임무다. 무게감을 가지고 던지고, 집중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은 그래도 3점 차에서 올라왔다. 편하게 등판했다. 어쨌든 잘 막았던 것 같다. 어떤 상황이든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영현은 지난해 KT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데뷔 시즌부터 당찬 모습을 보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세이브를 따내기도 했다. 당시 박영현은 “긴장되지 않았다. 체질인 것 같다”며 당차게 말했다

2년차인 올시즌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를 완전히 잡았다. 다가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차출된 상황. KT가 벌써부터 걱정을 할 정도다.

이런 박영현이지만, 역시나 마무리 자리는 부담이 있다. 든든히 뒷문을 지키며 올시즌 21세이브, 통산 158세이브를 만들고 있는 김재윤의 존재감을 재확인한 셈이다. 언젠가 박영현이 마무리 롤을 맡을 전망이다. 경험치를 쌓고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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