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 놓친 한화, FA 외면 받은 냉혹한 '꼴찌 핸디캡'

[BO]스포츠 0 983 0




[OSEN=이상학 기자]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2년 겨울, 한화는 FA 시장에서 차가운 현실에 직면했다. 당시 리그 8위로 꼴찌에 머물렀던 한화는 외부 FA 영입을 적극 시도했으나 경쟁팀들에 빼앗겼다. 심각한 전력 약화로 꼴찌가 유력했던 한화에 선수들이 오고 싶어 하지 않았다.  

2013년 예상대로 9위 꼴찌로 마친 한화는 FA 시장에서 두 번 실패하지 않았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승부했다. FA 최대어였던 내야수 정근우, 외야수 이용규에게 각각 70억원, 67억원으로 총액 137억원을 투자하며 국가대표 테이블세터를 영입했다. 다른 팀들이 경쟁에 뛰어들기 전에 훨씬 비싼 금액으로 속도전을 펼쳤다. 

꼴찌팀이 외부 FA를 영입하기 위해선 이렇게 ‘돈’으로 빠르게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 선수라면 누구나 이기고 싶어 하고, 강팀에서 뛰는 것을 선호한다. 팀이 이겨야 선수 가치도 올라간다. 웬만한 조건이 아니고선 꼴찌팀에 갈 선수는 많지 않다. 게다가 한화는 대전 연고의 지방팀, 수도권 팀의 선수라면 터전까지 옮겨야 한다. FA 영입에 있어 불리한 조건이다. 

창단 첫 10위로 추락한 한화의 2020년 겨울은 어느 때보다 춥다. 8년 전처럼 FA 시장에서 또 외면을 받았다. 올 겨울 유일한 FA 외야수 자원인 정수빈 영입을 위해 공을 들였지만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지난 10일, 14일 정수빈 측과 두 차례 만남을 갖고 총액 앞 자리 숫자까지 바꿔 최대치를 제안했으나 끝내 ‘꼴찌 핸디캡’에 발목 잡혔다. 

정수빈은 15일 밤 원소속팀 두산과 협상을 통해 6년 FA 계약에 합의했다. 16일 공식 발표 예정이다. 7명의 선수들이 내부 FA로 풀린 두산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승부했다. 허경민에 이어 정수빈에게 과감하게 베팅했다. 지난 10일 허경민을 4+3년 최대 85억원에 붙잡은 뒤 정수빈과 계약에 집중했다. 

두산은 최주환과 오재일이 각각 SK와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FA 보상금까지 넉넉하게 확보, 우선 순위였던 허경민과 정수빈 투자에 여유가 생겼다. 6~7년 장기계약 카드로 팀에 애정이 큰 두 선수를 눌러앉혔다. 

연평균 금액으로는 오히려 한화가 앞서는 조건이었지만 정수빈은 11년간 몸담은 두산을 택했다. 새로운 도전보다 안정과 의리를 추구했다. ‘과도한 오버페이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운 한화로선 어쩔 수 없이 물러서야 했다. 

정수빈 영입이 물건너가면서 한화는 냉혹한 현실을 재확인했다. 금전적인 조건을 떠나 선수의 도전 의식을 자극할 수 있는 팀 환경부터 제대로 갖춰야 한다. FA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팀, 관심을 기울일 만한 매력적인 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FA 시장에서 꼴찌 핸디캡은 매해 반복될 것이다. /[email protected]

0 댓글
Hot
[ 스포츠뉴스 ]

롯데의 100승 듀오, '특급 신인'…

2020.08.27
Hot
[ 스포츠뉴스 ]

일본 복귀 이보미 "KLPG…

2020.10.20
Hot
[ 스포츠뉴스 ]

"완벽한 몸 상태로 2월에 …

2020.12.02
Hot
[ 스포츠뉴스 ]

'학폭 의혹' KT 배정대 "…

2023.08.17
Hot
[ 스포츠뉴스 ]

日 고민 '차라리 져서... 조 3위…

2024.01.24
Hot
[ 스포츠뉴스 ]

토트넘 수비 최악 '총체적 난국', …

2020.03.02
Hot
[ 스포츠뉴스 ]

"故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 …

2020.07.02
Hot
[ 스포츠뉴스 ]

"모두 내 잘못" …

2020.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