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은 날고 뛰는데…스포츠토토는 15년 된 규제에 갇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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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에서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탕진한 빚을 갚기 위해 74차례에 걸쳐 노동조합비 1억2323만원을 횡령한 부산 북구청 노조 사무장이 적발돼 큰 충격을 안겼다. 목포에서는 불법 인터넷 도박에 빠진 30대가 5000만원의 채무 상환 독촉을 받자 금은방에서 강도를 벌였다. 그는 금은방 주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해 경찰에 체포됐다.

불법 도박으로 시작된 범죄는 지금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베팅 참여자가 피해자인 경우는 더 많다. 이변 경기를 통해 큰 배당을 받게 된 참여자에게 돈을 주지 않기 위해 사이트를 폐쇄하고 '먹튀'하는 운영자들은 셀 수도 없다. 이들은 며칠 만에 새 사이트를 개설해 불법 영업에 다시 나선다.

그런데도 상당수의 베팅 참여자들은 좀처럼 불법 스포츠도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국민체육공단이 발행하는 스포츠토토 외에는 모두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는 불법 도박인 걸 알고도 빠져나오지 못한다.

불법 스포츠도박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소비자의 편익을 맞추기 때문이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불법 스포츠도박은 경기 중에도 참여할 수 있고, 전 세계 모든 스포츠 종목에 베팅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베팅 상한액도 없다.

게다가 불법 스포츠도박의 환급률(베팅업체의 수익과 기금 등을 제외하고 참여자에게 돌려주는 비율)은 90~95%에 이른다. 1만원을 베팅하면 9000~9500원이 되돌아오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스포츠토토의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스포츠토토는 오프라인 판매점이나 PC를 통해서만 살 수 있다. 대상 경기도 야구·축구·농구·배구·골프 등 국내 5대 스포츠에 한정됐다.

베팅 참여자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환급률이 낮다. 스포츠토토의 실제 환급률은 60~65%에 그치고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보다 30% 가량 낮다. 베팅 참여자들이 '불법'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어둠의 시장으로 뛰어드는 이유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도박 중독과 과몰입 방지를 위해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사행사업 전문가들은 "불법 도박을 단속하는 기능 강화하는 한편, 음지에서 덩치를 키우고 있는 베팅 수요를 합법 사업이 흡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모바일 베팅, 대상 경기 확대 등 스포츠토토의 경쟁력 강화가 필수다.

무엇보다 토토 50%, 프로토 50~70%에 불과한 실제 환급률 조정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스포츠토토의 환급률은 경마(환급률 73~80%), 카지노 머신 게임(92%) 등 다른 합법 사행사업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는 2005년 시행된 법령(국민체육진흥법 시향령 제33조)에 근거한 것이다.

불법도박 시장이 다양화·전문화·신속화하며 급성장하는 가운데, 스포츠토토는 15년 전 법안에 갇혀 있는 걸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사행산업 전문가는 "베팅하는 사람들도 불법 시장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환급률 차이가 너무 커 불법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환급률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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