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다나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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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뉴스]
 
다나카 마사히로(32)는 일본 야구를 대표하는 투수였다.
 
고교 시절부터 '괴물'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2006년 일본프로야구(NPB) 신인 드래프트에서 4개 구단으로부터 1순위 지명을 받은 다나카는 추첨을 통해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에 입단했다. 그리고 이듬해 마쓰자카 다이스케 이후 8년 만에 고교 1년 차 신인왕에 오른 그는,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며 전설적인 기록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그 절정은 2013년이었다. 2013년 다나카는 정규시즌 24승 0패 1세이브 212이닝 183탈삼진 평균자책점 1.27을 기록하며 '시즌 무패', '28연승'이란 업적을 달성했다. 게다가 일본시리즈에선 6차전 9이닝 4실점 완투패(투구수 160개)를 했지만, 2차전 9이닝 1실점 완투승에 더해 7차전 세이브를 기록하면서 소속팀의 첫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그렇게 일본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마친 다나카는 MLB 포스팅을 신청, 뉴욕 양키스와 역대 아시아 출신 최고액인 7년 1억 5500만 달러(약 1723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이는 당시 기준 MLB 역대 투수 계약 중 4번째로 높은 금액이었다. 빅리그에서 공 한 개도 던진 적 없는 투수로서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다나카 마사히로의 연도별 성적
 
2014년 13승 5패 136.1이닝 141탈삼진 ERA 2.77
2015년 12승 7패 154.0이닝 139탈삼진 ERA 3.51
2016년 14승 4패 199.2이닝 165탈삼진 ERA 3.07
2017년 13승 12패 178.1이닝 194탈삼진 ERA 4.74
2018년 12승 6패 156.0이닝 159탈삼진 ERA 3.75
2019년 11승 9패 182.0이닝 149탈삼진 ERA 4.45
2020년 3승 3패 48.0이닝 44탈삼진 ERA 3.56
[통산] 78승 46패 1054.1이닝 991탈삼진 ERA 3.74 WAR 17.6승
 
그러나 빅리그 첫 시즌 전반기, 다나카는 12승 4패 129.1이닝 135탈삼진 평균자책점 2.51를 기록하고 아메리칸리그(AL) 올스타에 선정되며 자신이 왜 천문학적인 포스팅 금액을 받았는지를 실력으로 입증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7월 초 팔꿈치 부상을 입으면서 후반기에는 2경기 출전 7이닝 8실점(6자책)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어 2015년에도 시즌 중반 팔꿈치 부상이 재발한 다나카는 12승 7패 154이닝 평균자책점 3.51로 명성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2016시즌 다나카는 14승 4패 199.2이닝 165탈삼진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하면서 빅리그 진출 후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냈고, 팔꿈치 부상에 대한 우려를 지움과 동시에 자신에 대한 평가를 역전시켰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현재, 다나카에 대한 평가는 과연 같은 투수가 맞나 싶을 정도다. 2020시즌을 마지막으로 양키스와의 7년 계약이 끝난 다나카는 A급 FA 선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퀄리파잉 오퍼(QO)를 받지 못한 데 이어, 얼마 전 MLB.com의 FA 5등급 분류에서는 3등급에 그쳤다. 대체 그사이 다나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최근 몇 년간 다나카의 부진을 다루는 데 있어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주무기인 '스플리터'의 위력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빅리그 진출 후 첫 3년간 다나카의 스플리터는 피안타율은 .173에 그치고, 헛스윙률은 35.7%에 달하는 '마구'에 가까웠다. 2017-2018년 들어선 다소 위력이 반감했지만, 여전히 피안타율 .206 헛스윙률 37.2%로 나쁘지 않았다.
 
이러한 강력한 스플리터는 지난해까지 다나카가 포스트시즌 통산 5승 3패 46이닝 평균자책점 1.76으로 가을야구에 특히 강한 모습을 보인 비결이기도 했다. 정규시즌에는 부상 방지 등을 위해 아껴뒀던 스플리터의 구사율을 가을에는 높이면서 한층 더 위력적인 투수로 변모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다나카의 스플리터는 그렇지 못했다.
 
2019-2020시즌 다나카의 스플리터는 피안타율 .265 헛스윙률 19.6%에 그쳤고, 피장타율은 .432(12피홈런)에 달했다.
 
다나카의 스플리터에 생긴 변화
 
2017년: [구속] 87.8마일 [RPM] 1761회 [낙차] 20.1cm
2020년: [구속] 87.7마일 [RPM] 1905회 [낙차] 13.2cm
 
그 원인은 줄어든 '낙차'에서 찾을 수 있다. 2018년까지 다나카가 던진 스플리터의 평균 수직 무브먼트는 1.52인치(3.9cm)로 패스트볼(9.46인치)과 20.1cm나 차이를 보였다. 타자 입장에서는 20.1cm만큼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2020시즌 들어선 스플리터 수직 무브먼트 3.7인치(9.4cm), 패스트볼 8.9인치(22.6cm)로 두 구종의 차이가 13.2cm로 감소했다.
 
즉, 타자 입장에서 느끼는 낙차가 거의 7cm가량 줄어든 것이다. 이런 낙차의 감소는 2018년에는 헛스윙이 됐을 공이 2020년에는 배트 중심 부근에 맞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를 의식한 다나카가 두 번째 구종인 슬라이더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그의 볼 배합은 단조로워지고, 타자들의 노림수에 걸려들어 장타를 맞는 경우가 늘어났다.
 
따라서 다나카의 반등을 위해 현재로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잃어버린 스플리터의 낙차를 되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나카에게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스플리터의 낙차 감소가 신체적 노쇠화에 의한 것은 아닐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다나카의 2020시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2.2마일(148.4km/h)로 빅리그 진출 후 가장 빨랐던 2017시즌과 같으며, 스플리터 역시 평균 87.7마일(141.1km/h)로 2017시즌 대비 0.1마일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한편, 제구 역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유일한 차이라면 스플리터의 분당 회전수(RPM)가 2017년 1761회에서 2020년 1905회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패스트볼과 스플리터는 모두 백스핀을 하는 구종이다. 그럼에도 스플리터가 패스트볼과 낙차가 생기는 원인은 손가락을 벌려 잡음으로써 회전수를 억제하는 구종이기 때문이다. 즉, 다나카의 스플리터의 낙차가 줄어든 원인은 늘어난 회전수에 있다는 것이다.
 
회전수가 늘어난 원인을 찾고, 그 부분을 개선할 수 있다면 다나카의 스플리터는 과거의 위력을 되찾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야구계에는 초고속 카메라 및 레이더 장비를 활용해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한 사례가 많다. 2017년 휴스턴으로 이적 후 초고속 카메라를 활용해 슬라이더의 회전축을 수정하면서 반등에 성공한 벌랜더가 대표적이다.
 

 
 
2017시즌 벌랜더는 슬라이더를 던질 때 커터에 가까운 그립을 잡고 던졌다. 그러면서 커터처럼 구속은 빠르지만, 슬라이더치고는 움직임이 적은 어중간한 구종이 됐다. 이것이 슬라이더가 망가진 원인이라고 분석한 휴스턴은 그립을 보다 전통적인 슬라이더에 가깝게 바꾸자고 제안했고, 이후 벌랜더는 시즌을 마칠 때까지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06을 기록했다.
 
휴스턴을 비롯한 일부 구단만이 이러한 장비와 전문인력을 갖췄던 2017시즌과는 달리,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은 대부분 이와 같은 일을 하고 있다. 다나카 역시 비슷한 과정을 통해 반등에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내년 시즌 다나카는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한편, 다나카의 반등 가능성을 믿고 그를 영입하는 팀은 어디일까?
 
올겨울 다나카의 행보를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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