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수원 잔류시킨 박건하 "홍명보 전무에게 조언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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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정신 강조…내년에는 즐거움 주는 축구할 것"
"염기훈 내년에도 함께…늘 미안했다"

(화성=뉴스1) 김도용 기자 = 위기의 수원삼성을 K리그1 잔류로 이끈 박건하 감독이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의 조언을 구하며 위기 상황을 넘겼다고 밝혔다.

박건하 감독은 11일 화성의 수원삼성클럽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도자 선배이자 현재는 대한축구협회에서 전무를 맡고 있는 홍명보 전 감독님께 조언을 구했다"며 "감독 경험이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조언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과 홍 전무는 코칭스태프로 오랜 시간 함께 했다. 박건하 감독은 지난 2011년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던 홍명보호에 코치로 합류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후 박 감독과 홍 전무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성과를 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함께 한 바 있다.

박 감독은 "홍명보 전 감독님 외에도 여러 분에게 조언을 듣고 있다.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도움이 되는 말을 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강등 위험에 빠져있던 수원의 지휘봉을 잡은 박건하 감독은 8경기에서 4승2무2패를 기록하며 팀을 잔류 시켰다.

박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 와서 잔류하는데 일조 한 것 같아 의미가 있다"며 "짧은 시간 선수들이 내가 원했던 것을 잘 이행하고, 따라줬다. 자신감이 떨어진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하나의 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위기에 강했던 수원 정신을 선수들에게 강조했고, 선수들이 이를 잘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박건하 감독은 "수원의 팬이었던 내가 이제 감독이 돼 팀을 이끌고 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더 다이나믹하고 빠른 축구를 통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 내년 상위 스플릿 진출을 목표로 두고 지금부터 준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다음은 박건하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올 시즌을 마친 소감은.
▶어려운 상황에 와서 잔류를 하는데 일조를 한 것 같아 의미가 있다. 내년도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

-내년에 구상하는 축구는 무엇이고, 이에 필요한 것은.
▶시즌 중에 와서 변화를 주기 어려웠다. 선수들이 잘해왔던 부분을 유지하려고 했다. 기본적으로 포백을 구사하고 싶지만 고집하지 않을 계획이다. 구성이나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백, 스리백 상관없이 조직적인 압박과 공격적인 전개를 원한다. 예를 들어 공을 옆이나 뒤로 돌리는 것보다 상대 진영으로 공을 보낸 뒤 거기서 공을 빠르게 뺏어 상대를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이를 선수들에게도 요구했다. 팬들이 수원 축구는 다이나믹하고, 빠른 축구를 한다고 인식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과거와 현재 수원의 상황이 다르다. 명가 재건을 위한 계획은 무엇인가.
▶선수생활 했을 때와 지금은 차이가 있다. 좋았던 부분을 재건하기 위해 내게 감독이라는 임무를 줬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나 한명으로 팀이 빠르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 선수들이 잘 따라줬는데 내년에도 이것이 잘 이뤄져야 한다. 과거에도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지만 선수들이 이를 잘 이겨냈다.

-다음 시즌 목표는.
▶올 시즌 수원팬들이 자부심을 잃어버렸을 것 같다. 이를 되돌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상위 스플릿 진출을 목표로 두겠다. 상황이 된다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순위에 오르도록 노력하겠다.

-부임 당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자신감이 떨어진 선수들을 살리기 위해 대화를 많이 하며 하나의 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훈련을 통해 패스 플레이와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하도록 했다. 선수들은 힘들었을텐데 잘 따라줬다. 하지만 더 많은 시간을 갖고 팀을 만들어야 한다. 서로가 더 잘 알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ACL 준비는 어떻게.
▶2패를 당했기 때문에 부담이 있다. 하지만 도전을 해야 한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첫 경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 경기가 중요하다. 그 경기 결과에 따라 대회를 운영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출전 명단에 어린 선수들이 많이 포함됐는데, 이들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본다.

-젊은 선수 중 기대하는 선수는.
▶올해 준프로 계약을 한 손호준, 정상빈을 기대한다. 둘 외에도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서 가능성을 보도록 하겠다. ACL 경험을 통해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구단 대표가 바뀌었다. 영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나
▶구단과 대화 중이다. 지금은 시즌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변화가 있을 것 같다. 공격 포지션 보강을 요청한 상황이다.

-슈퍼매치 위상이 떨어졌는데.
▶슈퍼매치가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은 수원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수원이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기대감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부임 초기에 급하게 팀을 맡았다. ACL은 어떤 점에 중점을 둘 계획인가.
▶젊은 선수들이 내가 요구했던 조직적인 수비와 빠른 공격을 잘 해주길 바란다. ACL은 결과도 내야하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준비하고 있다. 내년 시스템을 미리 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시즌 중반까지 구단이 흔들렸다. 지금은 달라졌나.
▶좋은 팀은 나뿐만 아니라 구단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 팀이 안정을 찾았기에 잔류할 수 있었다. 선수단 뿐만 아니라 구단 프런트와도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 이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수원 내부의 잡음을 줄이며 시즌을 꾸리고 준비하는 것이 감독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타가트 이적설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에 대해서 구단과 이야기 중이다. ACL 이후에 결정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크르피치만 고국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3명은 우선은 내년에도 함게 하는 걸로 보면 될 거 같다.

-전임 감독들에게 조언을 받은 적이 있나.
▶홍명보 감독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 과거 코치 시절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아직 내가 감독직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한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 선, 후배를 통해 조언을 구하고 있다.

-친정팀에 와보니 무엇이 달라졌나.
▶수원 출신으로 수원 감독직을 꿈꿨는데 영광스럽고 감사하다.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다. 팀을 맡고보니 선수들이 경기에서 많이 이기지 못해 자신감을 잃었다. 잔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많은 시간 고민했는데 잔류를 확정, 부담감을 이겨냈다. 잔류했지만 내가 할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올해 했던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내년에 이뤄야 한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코칭스태프, 선수, 프런트, 팬들이 합심해야 한다.

-수원 정신이 무엇이고, 어느 경기에서 잘 발휘된 것 같나.
▶선수 시절 과거에도 위기는 많았지만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서 이를 잘 극복했다. 지고 있다가 역전하는 경기도 많았다. 많은 경기에서 패하지 않는 것이 자부심이었다. 이를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강원FC와의 22라운드에서 가장 잘 발휘했다. 전 경기였던 포항스틸러스전에서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는데 0-0으로 비겨 위기감을 느끼고, 자신감이 떨어졌었다. 하지만 강원전에서 선제실점 한 뒤 2-1로 역전하면서 자신감을 가졌다. 이어 FC서울, 인천유나이티드까지 잡으며 3연승을 기록했다.

-염기훈 비중이 많이 줄었다. 내년에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염기훈은 경기장 내뿐만 아니라 외적으로 중요하다. 내년에도 염기훈은 팀 구성에 들어가 있다. 구단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 협의를 하고 있다. 시즌 중 염기훈과 미팅하면서 미안함을 표시했다. 조직적이고 빠른 축구를 원하다보니까 염기훈에게 기회를 많이 못줘 미안함을 갖고 있다. 주장으로 선수들을 잘 이끌어줬다. 잔류에는 염기훈의 주장 역할이 컸다.

-내년에 개선되길 바라는 점은.
▶선수들 경기력에 아쉬움은 크게 없었다. 짧은 시간인데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수원은 더 높은 곳으로 가야한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선수 보강을 잘해서 내년에 좋은 모습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지도하며 인상 깊었던 선수는.
▶한 선수를 특정해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경기를 많이 못 뛰었던 염기훈도 제 역할을 해줬고, 양상민도 노장임에도 계속 경기를 뛰면서 선수들을 경기장 안에서 리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위기 때 중간에서 한석종이 중원에서 헌신했다. 부주장이었던 김민우는 경기 때 주장으로 역할을 많이 해줬다.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이 많이 기용됐는데 한석희, 김태환 등 모든 선수들이 잘 해줘 힘든 상황에서 잔류했다고 생각한다. 모든 선수들이 잘해줬다.

-팬들에게 한 마디.
▶나도 수원의 팬이었다가 감독이 됐다. 팬들은 성적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경기력에서 더 많은 기대를 한다고 생각한다.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을 때 강한 모습을 보여줘 자부심을 갖도록 준비하겠다. 내년에도 많은 응원 부탁한다. 잘못된 부분은 질책을 받아야 하지만 잘했을 때 칭찬도 받았으면 좋겠다.

-김민우에게 다음 시즌 고정 포지션을 줄 생각인지.
▶좋은 선수는 한 포지션이 아니라 멀티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김민우는 올해도 많은 경기를 하면서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내년에는 경기장 안팎에서 팀의 중심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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