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피에스타] 두산 최원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한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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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 대졸임에도 과감히 이런 선택을 한 데는 선수의 잠재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작용했다. 하지만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찾아온 빈번한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건강을 회복하자마자 뿜어낸 잠재력은 기대이상이었다. 한 시즌 만에 추격조에서 포스트시즌(PS) 2선발로 고속승격. 건강한 최원준(26·두산 베어스)은 그런 투수다.

최원준의 올 시즌 시작은 불펜, 정확히는 롱릴리프였다. 지난해 34경기에서 54.1이닝을 소화하며 1승2패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ERA) 2.65를 기록하며 사실상의 1군 데뷔시즌을 성공적으로 소화했기에 기대가 컸다. 물론 출발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추격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도 실점하기 일쑤였다. 첫 24경기(1선발) 34이닝에서 거둔 2승, ERA 4.76의 성적은 지난해 보여준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전은 보직 변경에서 비롯됐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었다. 7월 1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임시선발로 나서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18경기에서 8승2패, ERA 3.44로 안정감을 뽐냈다. 같은 기간 ERA는 전체 7위, 토종 2위였으니 반짝 활약도 아니다.

최원준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70~80개씩 공을 던지는 연습을 했으니 시즌 중반 갑작스레 보직이 바뀌어도 잘 대비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현승 선배가 (유)희관 선배 예를 들며 ‘임시선발로 시작해도 충분히 고정선발이 될 수 있다. 자신감을 가져라’고 해주셨던 게 도움이 됐다. 나 역시 희관 선배처럼 꾸준한 선발투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후반기 완벽에 가까운 성적을 냈으니 PS에서도 큰 역할을 맡는 것은 당연했다. 최원준은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 2경기(2.2이닝) 승부처에 등판해 위기를 지우는, ‘가장 강한 불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PO부터는 역할이 달라졌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PO 개막 전부터 최원준을 2차전 선발투수로 낙점했다. 롱릴리프로 시작한 시즌, PO 2차전 선발은 고속승진이다. 그러나 이견은 별로 없다. 2020년 최원준은 자격이 충분한 투수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는 “모든 운이 나한테 오는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운은 준비된 자만 잡을 수 있다. 불쑥 찾아온 임시선발 기회를 자신의 자리로 만든 것은 오롯이 최원준 스스로의 힘이었다. 롤모델을 묻자 “다른 사람이 날 롤모델로 삼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답했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대학으로 향했지만 그 무대를 평정하고 당당히 1차지명자가 됐다. 연이은 부상으로 출발은 다소 늦었지만 건강한 최원준은 리그에 화려한 족적을 남기는 게 이상하지 않은 투수다. 최원준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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