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스카우트들, 김유성 투구만 챙겼다 [현장스케치]

[BO]스포츠 0 1128 0

'2020 파워쇼케이스' 마지막날 일정이 진행된 9일(한국시간) 글로브라이프필드. 고등학교 선수들의 연습경기가 시작되자 홈플레이트 뒤편 관중석에는 스피드건을 든 사람들이 여섯 명정도 모이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밀워키 브루어스 등 복수의 구단에서 이날 행사를 관찰하러 스카우트를 파견했다. 이들은 경기 초반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4회초가 다가오자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스피드건은 김해고 3학년 우완 김유성(18)을 향해 있었다. 김유성은 이날 내야안타 2개와 수비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내며 1사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세 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최고 구속 94마일의 패스트볼과 84~85마일의 슬라이더, 78마일의 커브를 구사하며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타자들의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에 입국한 뒤 시차적응도 제대로 되지 않아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본인이 갖고 있는 구위를 보여줬다.
경기장을 찾은 스카우트들은 5회초 다른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자 하나둘 짐을 싸서 경기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이날 이들은 말그대로 김유성의 투구만 지켜봤다. 김유성과 동행한 관계자는 "구단들은 드래프트로 치면 3라운드 지명감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등판을 마친 그는 "다른 것 상관없이 내 공만 던지고 내려오자고 생각했다. 올라가서 잘 던진 거 같다"며 자신의 투구에 대해 평가했다.


스카우트들이 자신을 지켜보기 위해 왔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던 그는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는 포수만 보였다. 집중해서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곳에 와서 야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메이저리그 구장을 처음 방문한 소감도 전했다.
그의 이름은 한때 전국 뉴스에 오르내렸다. 좋은 일은 아니었다. 지난 8월 NC다이노스에 1차지명을 받은 이후 과거 내동중 시절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다는 폭로가 나왔다. NC는 우선지명을 철회했고, 2차 드래프트에서도 외면받았다.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이와 관련된 법정 소송이 진행중이지만, 어떤 판결이 나오든 앞으로 그는 당분간 '학교폭력 이력'이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가야한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친구같은 존재인 야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는 "그 일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다. 기회가 있으면 부모님과 친구에게 사과하고 싶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야구밖에 없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보자 이런 생각으로 하고 있다"며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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