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승 골프칼럼] (28) 점점 더 위험해지는 디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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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에 개최되는 마스터스 대회를 앞두고 미국의 골프 미디어들은 브라이슨 디셈보의 우승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리고 있다. 미디어에서는 디펜딩 챔피언인 타이거 우즈에 대한 우승 가능성을 겨우 35:1로 잡으면서 우승에 대한 기대를 이미 포기하다시피 했고, 27세의 골프 과학자 디셈보의 우승 확률을 최고치인 8:1로 잡았다.

1997년 타이거의 우승과 디셈보의 우승 가능성

1997년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했던 타이거 우즈의 기록은 마스터스의 역사를 완전히 바꾼 사건이었다. 타이거의 메이저 첫 우승이었던 21세의 우승은 최연소 기록이었고, 18언더파 270타의 우승 스코어도 아직까지 지켜지고 있으며, 2위 톰 카이트와 12타 차이 우승도 신기록이었다. 당시 타이거의 플레이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드라이버 거리였다. 그 우승을 계기로 1997년 6월에 세계랭킹 1위가 된 타이거는 23년이 지난 오늘날 까지도 골프 황제로 인정받고 있는데 황제의 자리를 넘겨 받을 선수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마도 그 자리를 물려받을 후보자 중에서 디셈보가 가장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충분히 현실적이다.

골프 역사상 위대했던 선수들은 모두 드라이버 거리가 당대 최고였다. 샘 스니드, 벤 호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의 경우를 보면 드라이버 거리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증명이 된다. 현재 PGA 최고의 장타자는 브라이슨 디셈보이며 위대한 선수의 계보를 이을 기본 조건을 갖췄다. 골프샷의 필수 조건은 ‘멀리, 똑바로(Far and Sure)’인데 디셈보는 그 조건을 훌륭하게 갖췄다. 지난 9월 US오픈에서 우승한 그의 페어웨이 안착률은 41%로서 필드의 평균인 38% 보다 더 똑바로 쳤다. 티샷으로 인한 유리함을 나타내는 스트로트 게인 (Stroke Gain)의 통계를 보아도 이번 시즌에 1.3타로 1위이다.

다음 주 마스터스에 나타날 디셈보는 어떤 전략으로 코스를 공격할까? 전문가들은 파3의 티샷을 포함한 18홀 전체의 어프로치 샷 중에서 5번 아이언을 두 번 사용하고 8번 아이언 한 번, 나머지 15개 홀에서는 9번 아이언이나 웨지로 어프로치샷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4개의 파 5홀을 모두 아이언으로 쉽게 2온 시킬 수 있어서 파4 홀이나 다름없이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다.

드라이브 샷의 높이가 중요하다

이런 예상이 가능한 이유는 디셈보의 티 샷 높이 때문이다. 거리로만 보면 캐머런 챔프나 더스틴 존슨 등 비슷한 선수들이 있지만 디셈보 만큼 높게 공을 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높은 나무 위를 넘겨서 가로지르는 티 샷을 할 수 있다면 이제까지 보지 못했고 상상할 수 없었던 공략이 가능해 진다. 타이거를 포함한 다른 선수들은 높은 나무로 수비하고 있는 대부분의 홀에서 나무 라인을 따라 볼을 휘어지게 하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 공략법 이었다. 타이거의 전성기에 그가 그린까지 공략하는 최 단거리 라인을 “타이거 라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번 마스터스가 끝나고 나면 나무를 넘겨 치는 “브라이슨 라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지도 모른다.



US오픈 우승 후 4주 동안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마스터스를 준비 중인 디셈보는 몸무게 4.5킬로그램을 더 늘리고 48인치 길이의 드라이버를 준비하겠다고 예고했다. 결국 드라이버 거리를 더 멀리 치겠다는 예고인데 그가 정말 48인치 드라이버를 들고 나올지 관심이 크다. 열흘 전에 디셈보가 올린 인스타그램의 트랙맨 사진을 보면 45.5인치 드라이버로 이미 403야드의 거리와 211마일의 볼 스피드를 기록하고 있다.

불리한 변수도 있다

이번 마스터스에는 디셈보에게 불리한 룰도 생겼다. 선수들이 가지고 오는 그린 리딩북을 사용할 수 없도록 로컬룰을 만든 것이다. 디셈보는 그린북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기록하여 사용하는데 이번 대회부터는 그것이 불가능해 진다. 선수의 눈을 통해서 그린의 경사를 파악하여 퍼팅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것은 디셈보가 극복할 수 있는 불리함일 것으로 예상된다.

11월에 처음 개최하는 마스터스는 4월과 다른 낮은 기온, 바람, 길게 플레이 되는 페어웨이 컨디션 등으로 인해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터 내셔널 코스는 걱정스럽고 두려운 마음으로 디셈보의 공격을 막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1997년 타이거의 공격으로 유린 당했던 코스는 “타이거 프루프(Tiger Proof)”라는 프로젝트로 코스의 길이를 늘이는 작업을 했었다. 만일 다음 주에 디셈보가 우승한다면 “브라이슨 프루프(Bryson Proof)”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2021년 마스터스 대회까지 겨우 5개월 밖에 남지 않아서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 충분치 않으므로 또 한번 디셈보가 우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디셈보는 자기가 컨트롤 할 수 없는 것이 바람과 잔디의 길이 뿐이라고 말했다. 오거스터 내셔널 코스에는 러프가 없으므로 그를 막을 수 있는 변수는 바람뿐일 것이다.

골프의 뉴 노멀

2016년 21위, 2018년 38위, 2019년 29위를 기록했던 디셈보가 헐크로 변신한 후에 마스터스 코스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인지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다음주를 기다린다. 이번 글은 디셈보에 관한 세 번째 칼럼이다. 과학자로서의 지식과 상상력, 그리고 연구를 뒷받침하는 풍부한 자원을 갖춘 디셈보는 골프의 뉴 노멀을 창조해 내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필자는 앞으로도 디셈보에 대한 이야기들을 독자에게 계속 전달할 계획이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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