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마지막 팀이었는데" KT 양해 구한 두산, 니퍼트 시구 초청 비하인드

[BO]스포츠 0 931 0






[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더스틴 니퍼트가 다시 잠실구장 마운드에 오른다.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두산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시구자로 니퍼트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정규 시즌을 3위로 마친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꺾고 올라온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잠실 홈'에서 시작한다.

니퍼트의 시구는 뜻 깊다. 그의 야구 인생의 최전성기를 두산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2011년 두산과 계약하며 처음 KBO리그에 입성한 니퍼트는 첫해 15승6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로 거듭났고, 이후 2017년까지 7시즌 동안 두산에서 뛰었다. 보통 외국인 선수들이 재계약 자체가 힘든 것을 감안했을 때 니퍼트와 두산의 '장수 동행'은 굉장한 일이었다.

니퍼트는 두산에서 영광의 시간을 모두 함께 했다.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그리고 2016년 통합 우승의 중심에 니퍼트가 있었다. 니퍼트는 2016년 22승3패 평균자책점 2.95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개인 성적과 팀 우승을 모두 다 이뤘다. 그해 두산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니퍼트는 정규 시즌 MVP(최우수선수)를 차지하며 절정에 올랐다.

2017년까지 두산에서 뛴 니퍼트는 외국인 선수 그 이상이었다. 선수들과의 관계도 매우 돈독했고, 팬들에게도 외국인 선수가 아닌 '에이스'로 기억되는 존재로 자리잡았다.

2018시즌을 앞두고 두산과의 재계약이 불발된 니퍼트는 KT 위즈로 이적해 1년을 더 뛰고 현재는 유니폼을 벗은 상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한국에서 살고있다. 아내, 아이들과 한국에 머물며 종종 야구장을 찾아 동료들과 반가운 포옹을 나누기도 한다. 그만큼 두산과 니퍼트는 뗄 수 없는 깊은 사이가 됐다.

두산은 이전에도 니퍼트는 시구자로 초청할 생각이었다. 올해 정규 시즌 중 니퍼트에게 시구를 맡기려고 했지만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두산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시구자를 부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다리다가 아쉽게 하지 못했다. 이제는 관중들도 들어오시고, 니퍼트가 두산의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 시구자로 등판하면 뜻깊을거라 생각했고 성사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과거 니퍼트와 함께 뛰었던 선수들에게 에너지를 전해주고, 오랜만에 잠실 구장 마운드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건넨다는 취지다.

물론 두산은 먼저 KT 구단에 양해를 구했다. 두산의 '에이스'라는 상징성이 크지만, 니퍼트가 은퇴전 마지막으로 뛴 팀은 KT다. 또 KT도 올해 정규 시즌을 2위로 마치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며 가을야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KT 구단에 양해를 구한 후 니퍼트의 준플레이오프 시구를 확정지었다. 두산 관계자는 "그래도 마지막 팀은 KT였지 않나. 당연히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투수 첫 100승. 영광의 시절을 함께 했던 '에이스'의 귀환. 두산은 니퍼트의 기운을 받고 다시 한번 2015년, 2016년의 기억을 재현할 수 있을까.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