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 그는 ‘대담한’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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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천안/강예진 기자] “과감하게 했네요.”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30일 우리카드와 벌인 천안 홈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둔 뒤 세터 김형진(25)을 두고 한 말이다.

경기 후 최태웅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승리해서만이 아니다. 약 한 달 전 트레이드로 데려온 세터 김형진이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경기 전 최 감독은 “기량 발전은 확실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김형진은 과감한 플레이로 답했다. 패스는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외인 다우디의 높이를 살려는 한편 신장이 작은 이시우에게는 빠르지만 정확한 공을 배달했다. 미들블로커 최민호와 호흡도 찰떡이었다. 이동하면서 속공 패스를 시도하는 과감함도 보였다.

첫 경기부터 자신에 대한 우려를 싹 지워냈다. 현대캐피탈은 근래 세터 불안 문제로 걱정이 가득했기에 김형진의 활약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으로 다가왔다. 김형진의 세트 성공률은 56.3%. 팀에 녹아든 모습이었다.

김형진은 대학 시절 자타공인 최고의 세터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2017-2018시즌 1라운드 4순위로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홍익대 전승 우승을 이끌고 연령별 대표팀 승선 경험이 수두룩했기에 기대감은 상당했다. 두 번째 시즌 주전 세터로 낙점되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하지만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흔들리는 모습이 잦았고 이는 ‘잘해야 한다’라는 심리적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4위에 그친 삼성화재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9월 2일 현대캐피탈 주전세터 이승원과 깜짝 트레이드 소식이었다. 김형진은 명세터 최태웅 감독 지도하에 맞는 폼을 찾으려 노력했다. 타이밍과 팔의 높이 등 세세하게 교정했다. 믿음이 있었기에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달라진 점을 또 있다. 심리적 압박감에서 벗어났다. 자신의 것을 밀고 나갈 자신감도 생겼다. 자신감이 생기니 패스에 힘이 실렸고 공격수들은 편하게 공을 때릴 수 있었다. 최태웅 감독도 이를 두고 “배짱 있고, 과감하게 했다. 걱정했던 내가 오히려 소심해 보일 정도”라며 머쓱해 했다.

한 경기로 모든 걸 판단할 순 없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확실히 달라졌다. 세터의 안정화, 여전히 건재한 중앙 그리고 전광인 입대로 생긴 공백은 이시우가 잘 메웠다. 수비는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리베로 박경민의 활약이 더해져 더 촘촘해졌다. 디그 후 반격 과정도 매끄러웠다.

최태웅 감독이 항상 강조하는 ‘ONE TEAM’의 첫걸음마를 뗀 현대캐피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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