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점차 뒤진 9회 불꽃투혼' 꼴찌 한화, 왜 포기하지 않았나 [★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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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한화 이글스는 리그 최하위(10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3-16으로 크게 패했다. 선발 장민재(30)가 무너졌고, 급하게 투입된 불펜진도 상대의 막강 공격 흐름을 끊어내지 못했다. 6회가 끝났을 뿐인데 스코어 1-14, 13점차나 벌어졌다.
보통 이 정도 점수차가 나면 선수들은 힘이 빠지고, 경기도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화 선수들은 엄청난 격차에도 9회까지 근성을 보였다. 8회초 포수 이해창(33)의 우전 적시타로 한 점 따라붙었다. 곧바로 8회말 다시 1점을 내줬으나, 9회초에도 한화는 끈질겼다. 외국인타자 브랜든 반즈(34)의 중월 솔로포로 추격했다. 이어 정기훈(25)이 몸에 맞는 볼을 얻어냈고, 상대 마지막 투수 채지선(25)도 폭투를 범해 1.2루 찬스를 만들었다.

더 이상 한화의 점수는 나오지 않았다. 노수광(30)과 이도윤(24)이 연속 헛스윙 삼진을 당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채지선을 당황하게 만들 만큼 한화 선수들은 어떻게든 최대한 많은 공격을 하려고 노력했다.

이미 기울어진 경기, 순위는 이긴다고 해도 크게 의미 없는 최하위. 그럼에도 9회까지 한화 선수들의 눈에 불꽃이 튄 이유가 있다. 그동안 최원호(47) 한화 감독대행은 시즌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유종의 미'를 강조해왔다.

이날 경기 전에도 최원호 대행은 "아무래도 하위권에 있으면 다른 팀들이 무시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남은 시즌 경기력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한화가 최하위라고 해도 껄끄럽다'는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내년 시즌에도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매 경기 상대 팀이 우리를 깔볼 수 없는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승패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진돗개 야구'를 펼쳐 상대에게 '한화는 약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화는 두산을 만나기 전까지 여러 차례 상위권 팀을 잡아내는 이변을 연출했다.


또 한화 선수들에는 간절함이 있다. 베테랑 선수들의 부진과 주전 선수들의 부상 등이 겹친 탓에 올 시즌 한화 라인업에는 새로운 얼굴을 여럿 볼 수 있다.
이날 선발 타순에 이름을 올렸던 노태형(25)은 올해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은 선수이고, 프로 6년차 내야수 이도윤은 지난 11일 대전 키움 히어로즈전에서야 생애 첫 안타를 기록했다. 그간 김민하(31), 최인호(20) 등도 출전시간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한화 선수들은 불꽃투혼을 펼쳤다. 김민하는 4회초 좌중간을 가르는 큼지막한 타구를 치고 순간 통증이 있었는지 주루 도중 절뚝거리는 보였다. 하지만 한 베이스라도 더 나아가려는 투지를 앞세워 어렵게 2루타를 만들어냈다. 4번 타자로 나선 '거포 유망주' 노시환(20)도 득점을 위해 주저 없이 홈 베이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만큼 한화 선수들은 한 타석, 한 타석, 경기장에 나오는 것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최원호 대행은 "어린 선수들이나 누구라도 인정하는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게 출전기회를 주고 싶다. 하지만 실력차가 너무 나면 기용할 수 없다. 경쟁 체제를 통해 이런 부분을 발전시킨다면, 자연스레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 올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이날 적지 않은 한화 팬들이 잠실구장을 찾았다. 홈 팀 두산 팬들과 비교하면 적은 수였지만, 이미 기울어진 점수차에도 끝까지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한화 팬들의 불꽃 응원. 한화 선수들도 끝까지 경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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