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편대' GS칼텍스, 흥벤저스의 유일한 '대항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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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미리보기 ⑤]서울 GS칼텍스 KIXX

[양형석 기자]

프로 출범 후에도 투자에 인색하기로 유명했던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2014년 정대영과 이효희(도로공사 코치), 2016년 배유나, 2017년 박정아를 차례로 영입하며 순식간에 F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도로공사의 과감한 투자는 2017-2018 시즌 프로 출범 후 첫 통합우승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도로공사가 팀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요소는 비로 '투자'였던 셈이다.

반면에 2013-2014 시즌 2번째 챔프전 우승 이후 4시즌 연속 우승은커녕 봄 배구와도 인연이 없었던 GS칼텍스 KIXX는 여러 차례 투자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리빌딩'을 선택했다. 팀 내 이소영, 강소휘, 안혜진 등 재능 있는 유망주가 많다고 판단한 GS칼텍스는 과감한 투자보다는 유망주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면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조금씩 열매를 맺고 있다.

2018-2019 시즌 5년 만에 봄 배구 진출에 성공한 GS칼텍스는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된 지난 시즌 승점 1점이 부족한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지난 컵대회에서는 '배구여제' 김연경이 가세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꺾고 정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제 GS칼텍스는 경험이 쌓인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2013-2014 시즌 이후 7시즌 만에 정상도전에 나선다.

승점 1점 차이로 아쉽게 놓친 정규리그 1위
 


▲  V리그 역대 최장신 선수 러츠는 신장 만큼 뛰어난 실력을 뽐내며 GS칼텍스를 이끌었다.

ⓒ 한국배구연맹


 
2018-2019 시즌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GS칼텍스는 외국인 선수 알리오나 마르티니우크가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2차전부터 출전하지 못했음에도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도로공사와 3경기 연속 풀세트 접전을 벌이며 선전했다. 5년 만의 챔프전 진출은 아쉽게 무산됐지만 GS칼텍스로서는 '쌍포' 이소영과 강소휘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GS칼텍스는 2019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많은 구단이 기량에 대한 우려를 보내던 206cm의 역대 최장신 외국인 선수 메레타 러츠를 지명했다. 물론 높이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러츠의 신장은 커다란 매력이지만 상대적으로 순발력과 스피드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러츠는 지난 시즌을 통해 자신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잘못됐는지 증명했다. 

지난 시즌 GS칼텍스가 치른 27경기에 모두 출전한 러츠는 득점(678점)과 공격성공률(41.39%) 2위, 블로킹 5위(세트당 0.63개)에 오르며 공수에서 GS칼텍스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밝은 성격으로 동료들과 잘 어울리며 GS칼텍스의 팀 색깔에 금방 녹아 들었다. 실제로 스탠퍼드대에서 질병 역학 석사학위를 딴 러츠는 국내에 코로나19가 확산될 때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국에 머물렀다.

득점 8위(405점,국내선수4위)에 오르며 토종 에이스로 성장한 강소휘의 활약도 차상현 감독을 기쁘게 했다. 지난 시즌 1라운드에서 44.23%의 공격 성공률(1위)과 세트당 0.61개의 서브득점(1위)을 기록한 강소휘는 GS칼텍스의 1라운드 전승을 이끌며 데뷔 후 처음으로 라운드 MVP에 선정됐다. 시즌 종료 후에는 이재영(흥국생명)과 함께 레프트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되며 V리그 정상급 공격수임을 또 한 번 인증 받았다.

GS칼텍스는 정규리그 1위를 굳힐 수 있었던 분기점이었던 지난 3월 1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경기에서 0-3으로 패했고 GS칼텍스는 승점 1점 차이로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한국배구연맹은 그 경기를 끝으로 코로나19사태로 리그를 전면 중단했다. 결국 시즌 조기종료까지 결정되면서 GS칼텍스는 한끗 차이로 정규리그 1위 자리를 아쉽게 놓치고 말았다.

GS칼텍스 세터진, 자랑이자 '불안요소'
 


▲  안혜진 세터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세터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 한국배구연맹


 
5위->4위->3위->2위. 지난 4시즌 동안 GS칼텍스의 순위 변화다. 매 시즌 한 단계씩 순위를 끌어 올리고 있는 GS칼텍스가 이런 추세대로라면 이번 시즌은 우승을 할 차례다. 팀 내 주축 선수들이 대거 FA자격을 얻은 다른 구단과 달리 GS칼텍스는 팀 내 FA가 중앙 공격수 문명화 한 명 밖에 없었고 문명화는 GS칼텍스와 연봉 8000만원에 재계약하며 잔류했다. 외국인 선수도 '당연히' 이번 시즌에도 러츠와 함께 하기로 했다.

GS칼텍스는 지난 5월 도로공사와 2: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겉으로 보기엔 차상현 감독이 이효희의 은퇴로 세터 자리에 구멍이 생긴 절친 김종민 감독에게 이고은 세터를 '조공'한 트레이드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GS칼텍스 역시 6개 구단에서 가장 똘똘한 벤치자원으로 꼽히는 유서연과 세터 유망주 이원정을 데려왔기 때문에 결코 손해 본 트레이드가 아니다. 실제로 유서연은 지난 컵대회 4강전에서 교체선수로 투입돼 맹활약한 바 있다.

이고은 세터의 이적으로 인해 GS칼텍스의 세터진이 다소 약해진 것은 분명하다. 차상현 감독은 이번 시즌 안혜진과 이원정을 당일 컨디션과 상대에 따라 돌아가면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GS칼텍스는 주력으로 활약할 안혜진과 이원정 외에도 2년 차 이현과 전체 1순위 루키 김지원 등 유망주군도 풍부하다. 다만 젊다는 것은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의미와 경험이 적다는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GS칼텍스의 세터진은 팀의 자랑이자 불안요소다.

지난 시즌 블로킹 3위(세트당 0.66개)에 오른 한수지가 한 자리를 지킬 것이 매우 유력한 가운데 한수지의 파트너가 될 중앙 공격수 한 자리는 GS칼텍스의 고민거리다. 경험이 풍부한 김유리는 스피드에서 약점이 있고 높이가 좋은 문명화는 여전히 기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상현 감독은 윙스파이커와 센터로 동시에 활약할 수 있는 2년 차 권민지의 성장에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컵대회에서 GS칼텍스가 '거함' 흥국생명을 침몰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러츠-강소휘-이소영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적절한 공격분담 덕분이었다. 주전들의 부상이 없다는 전제 하에 기량이 무르익은 삼각편대와 풍부한 벤치 자원들만 적절히 활용해도 GS칼텍스는 이번 시즌 충분히 상위권에 머무를 수 있는 전력을 가지고 있다. 많은 배구팬들이 GS칼텍스를 흥국생명의 가장 위협적인 대항마로 분류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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