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들 상대로 무자비했던 조현우, 다시 불붙은 벤투호 주전 골키퍼 경쟁

[BO]스포츠 0 904 0


'형님'의 선방에는 자비가 없었다.

24년 만에 열린 형과 아우의 대결 승자는 '형님' 벤투호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컵 올림픽 대표팀과 친선경기 2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1·2차전 합계 5-2로 벤투호의 최종 승리. 이에 따라 1억 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성금은 벤투호 이름으로 기부된다.

1차전 2-2 무승부로 살짝 금이 갔던 벤투호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승리였다. 올림픽 대표팀에서 '월반'한 이동준(부산)과 이동경(울산)이 선제 결승골을 합작했고, 이주용(전북)과 이영재(강원)가 후반 막판 릴레이 골을 터뜨리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물론 '아우' 올림픽 대표팀의 반격도 거셌다. 이유현(전남)의 기습적인 슈팅, 오세훈(상주)의 날카로운 헤더 등 골을 노리는 동생들의 공격이 벤투호의 골문을 거세게 위협했다. 12개의 슈팅 중 골문을 향한 슈팅만 7개. 그러나 벤투호의 골문 앞에는 조현우(울산)가 있었다.

조현우는 후반 막판 오세훈의 연이은 헤더 그리고 김대원(대구)과 엄원상(광주)의 슈팅까지 침착하게 막아내며 무실점으로 골문을 지켰다. 올림픽 대표팀을 지휘하는 김학범 감독이 경기 후 "공격적으로 골도 넣고 재미있는 경기를 하려고 했는데 상대 골키퍼 조현우가 너무 잘하더라"며 웃었을 정도다. 김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와일드 카드로 조현우를 선택해 금메달로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벤투 감독 역시 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친 수비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벤투 감독은 "수비적으로 특히 완벽한 경기를 했다. 상대에게 몇 차례 세트피스 기회를 내준 것을 제외한다면 전체적으로 우리가 잘 컨트롤한 경기"라며 "우리가 원하는 축구를 했다"고 강조했다. 수 차례 이어진 슈팅을 선방으로 막아낸 '최종 수비수' 조현우의 활약이 없었다면 벤투 감독이 말하는 '완벽한 경기'도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조현우는 K리그에서 최고의 골키퍼로 입지를 다진 것과 달리 벤투호에선 '넘버 원' 골키퍼로 확실하게 자리잡지 못했다. 주전 경쟁에선 김승규(가시와 레이솔)가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벤투 감독이 부임한 후 치른 경기 중 15경기에서 김승규가 선발로 나섰고, 조현우는 그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7경기를 뛰었을 뿐이다. 그것도 대체로 친선경기 중심이라 주전으로서 무게감은 김승규 쪽에 더 실렸다.

내년 3월 재개될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앞두고, 조현우가 벤투 감독 앞에서 자신의 장점을 확실하게 보여준 건 분명히 긍정적인 결과다. 김승규가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 문제 때문에 합류하지 못한 상황에서 치른 이번 친선경기는 조현우에게 주전 경쟁을 재점화할 좋은 기회였다. 아우들과 치른 경기라곤 해도, 팀의 마지막 자물쇠 역할을 해내면서 완벽한 수비로 벤투 감독에게 신뢰를 심어줬다. 오랜만에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겐 감탄을, 월드컵을 향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벤투 감독에겐 믿음을 안겨준 조현우의 선방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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