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체코전서 골 넣고 사라진 천재 미드필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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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국 축구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천재 미드필더가 등장했다.

U-17 대표팀 '에이스'로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던 윤빛가람(30·울산 현대)이 주인공. 창의성을 가진 미드필더로 넓은 시야와 함께 정확한 패싱력, 킥력도 가졌다. 많은 축구인들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재목"이라고 극찬했다.

그의 화려한 등장은 2010년 8월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이었다. 20세의 나이로 A대표팀에 첫 발탁된 윤빛가람은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조광래(66) 대표팀 감독의 '황태자'로 불렸다.

최고의 장면은 2011년 1월 2011 카타르 아시안컵이었다. 난적 이란과 붙은 8강에서 연장 전반 극적인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 승리가 한국의 이란전 마지막 승리다. 윤빛가람의 대표팀 마지막 영광이기도 했다.
 

 

이후 대표팀에서 윤빛가람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없었다. 조광래 감독이 사임한 뒤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2012년 9월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에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졌고, 이후 4년 동안 A매치에 뛰지 못했다. 2016년 6월 유럽의 강호 체코와 친선전에 출전해 1골을 기록하며 한국의 2-1, 기적적 승리를 이끌었음에도 다음이 없었다. 이 경기가 윤빛가람의 마지막 A매치다. A매치 15경기 출전, 3골. 윤빛가람의 A매치 시계는 이렇게 멈춰 있었다.

공교롭게도 소속 팀에서도 강렬함을 보이지 못했다. 2010년 경남 FC에 입단했을 때는 큰 주목을 받았고, 빼어난 활약을 했지만 이후 성남 FC, 제주 유나이티드, 연변 FC 등을 거치면서 빛을 조금씩 잃어갔다. 여기저기 구설수에도 오르며 '악마의 재능'이라는 꼬리표를 달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A대표팀과도 인연이 끊겼다.

그러다 올 시즌 반등의 시간이 왔다. 윤빛가람은 '우승후보' 울산으로 이적했다. 스타군단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안정적이고 노련하게 울산의 중원을 리드했다. 올 시즌 21경기에 출전해 3골을 넣었다.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 능력도 뽐냈다. 울산은 리그 1위를 질주 중이다.

이런 흐름은 그에게 다시 태극마크를 허락했다. 시즌 중반 만났던 울산의 한 관계자는 "올해 윤빛가람의 컨디션이 좋다. 정신적으로도 성장한 느낌을 받는다. 결혼을 한 뒤 안정을 찾은 것 같고, 이런 부분이 경기력으로 나오는 것 같다. 올해 A대표팀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윤빛가람이 A대표팀에 선발됐다. 오는 9일과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vs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에서 윤빛가람은 A대표팀 멤버에 포함됐다. 파울루 벤투(51) 감독 부임 이후 최초 발탁이다.

태극마크는 반갑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어색한 대표팀에 적응해야 한다. 험난한 주전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선수에게 기회를 잘 부여하지 않는 벤투 감독의 스타일과도 싸워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합류하지 못한 해외파 선수들과도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해야만 한다. 30대에 접어든 윤빛가람의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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