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에도 어렵다더니… 여자농구 ‘우리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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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국가대표 차출·부상 악재 극복… 개막 9연승 ‘무적신화’ 이어가



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은 2018-2019 시즌 여자프로농구(WKBL) 개막을 앞두고 “비시즌 주축 선수들의 국가대표 차출과 부상으로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올 시즌은 정말 힘들 것 같다”고 걱정했다. 위 감독은 지난 시즌 개막 전에도 “올해는 정말 쉽지 않다”고 비슷하게 얘기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언제나 보란 듯이 왕좌에 올랐고 지금도 1위를 질주 중이다.

이제 농구팬은 매년 계속된 위 감독의 하소연을 강자의 엄살 정도로 치부하는 판이다. 타 구단은 수년째 ‘타도 우리은행’을 외치며 우수한 신인들을 수혈하고 있지만, 우리은행은 흔들리지 않는다. 위성우 감독-전주원 코치 체제로 지난 6시즌 동안 다져놓은 조직력이 워낙 탄탄한데다 매번 특급 조연들이 등장해 기존 선수들을 도와 무적 신화를 써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4일 현재 개막 9연승으로 WKBL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무패를 기록 중이다. 국보센터 박지수의 존재로 ‘우승후보’ 평가를 받은 청주 KB스타즈(7승 2패·2위)와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도 모두 이겼다.

우리은행의 힘은 우선 토종 빅3와 외국인 선수의 조화에서 나온다. 국가대표 가드 박혜진이 경기당 평균 17.56점을 책임져 주는 가운데 김정은(10.56점)과 임영희(10.11점)도 꾸준히 두 자릿수 득점을 해내고 있다. 3명의 공격이 동시에 터지는 격이어서 상대 팀으로서는 수비하기가 쉽지 않다. 외국인 선수 크리스탈 토마스는 득점력(12.78점·7위)이 뛰어나지 않아도 리바운드가 12.67개로 1위일 정도로 수비 가담이 좋다.

물론 천하의 우리은행도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들면서 체력 부담이 커지는데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다. 더욱이 경쟁 구단들은 신인드래프트 선순위를 부여받고,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을 통해 전력을 강화했다. 위 감독이 “식스맨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힌 이유다.

다행히 우리은행은 ‘특급 조연’들의 성장세가 도드라진다. 최은실은 올 시즌 29분10초를 뛰며 6.33득점 4.44리바운드를 기록 중인데, 우리은행의 어엿한 주전 대접을 받고 있다. 루마니아 출신 혼혈선수 김소니아는 올 시즌 국내 코트로 복귀했음에도 17분39초 출전에 5.33점 6.67리바운드의 알토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KB와의 두 차례 경기에서 단신(176㎝)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20㎝ 이상 큰 박지수를 골밑에서 악착같이 막고 3점슛도 거침없이 쏴 팀의 승리를 이끈 바 있다. 용인 삼성생명에서 팀을 옮긴 ‘이적생’ 박다정도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17분43초를 뛰고 있다.

이는 올해만 눈에 띄는 현상이 아니다. 과거에도 우리은행은 홍보람 김단비 등 식스맨들이 주전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는 활약을 펼치며 우승에 일조했다. 결국 우리은행의 선수 양성 시스템이 체계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팀도 이 부분을 인정한다. 올 시즌 부임한 정상일 수원 OK저축은행 감독은 처음 우리은행을 상대해 봤다. 그는 “우리은행은 지난 6년간 다져온 조직력이 있다. 빅3 외 누가 들어가도 될 정도로 시스템이 잘 정착돼 있어 나머지 선수들도 잘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 입장에선 빅3로부터 파생되는 공격 찬스까지 막아야 하는데, 벤치 선수들이 잘 해주니 정말 막기 까다롭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성장에는 강도 높기로 소문난 ‘위 감독표 훈련’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김소니아와 박다정은 비시즌의 혹독한 훈련을 받고 한 단계 성장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박다정이 처음 팀에 와서 훈련이 힘들어 따라하지 못했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소니아에 대해선 “국내 복귀 후 팀과 훈련을 대하는 태도가 성숙해졌다. 실전에 가까운 집중력을 요구하는 훈련도 잘 하더라”고 설명했다.

위 감독은 9연승 직후 “올 시즌 팀 득점이 떨어진 대신 수비로 메우고 있다. 박다정, 김소니아, 최은실 등이 수비에서 궂은 일을 해줘서 지난 시즌보다 수비가 더 탄탄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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