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안 감독의 작심발언 "사람이 아픈데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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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사람이 아픈데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는 꼴입니다.”

전화기 넘어로 들려온 경찰야구단 유승안 감독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경찰야구단의 해체가 눈 앞에 다가왔음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야구계를 지켜본 유 감독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부의 의무 경찰 단계적 폐지 방침의 일원으로 경찰야구단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당장 신규 선수 모집 중단이 확정됐고, 남아있는 20명으로 야구단을 꾸려가야하는 상황이다. 유 감독은 “정부의 정책에 반(反)할 생각은 없다. 다만 2020년 도쿄 올림픽 때까지만이라도 선수들을 뽑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도, KBO도, 구단도 제대로 준비를 할 수 있다”며 읍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 감독은 “아직 KBO 차원에서는 끝나지 않았을지 몰라도 이 문제는 일단 내 손은 떠나갔다”며 자신은 더 이상 손 쓸 방도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젠 KBO나 야구계가 정치권과 해결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유 감독이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경찰야구단의 회생을 위해 누구보다 발벗고 나서야 할 야구계의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축구쪽이 협회 차원이나 현역 감독들, 선수들이 축구단 해체를 막기 위해 발 벗고 나섰듯 야구계도 움직여줬으면 좋겠다. 지금은 경찰야구단이 없어지는 걸 안타까워하면서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다. 사람이 아픈데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005년 12월 1일 창단된 경찰야구단은 그간 상무와 함게 야구계에 순기능을 해왔다. 프로 선수들이 군복무 기간 경력 단절이 되지 않고 퓨처스리그에서 경기를 소화하며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합법적인 곳이 경찰야구단이었다. 장원준, 양의지, 정수빈, 안치홍 등 수많은 선수들이 경찰야구단을 거쳐 급격한 기량 발전을 이뤄냈다. 경찰야구단에서 보낸 시간이 자신의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됐다는 선수들도 많다. 그만큼 각 구단 뿐 아니라 야구계 전체에 경찰야구단이 미친 긍정적인 파급 효과는 컸다. 유 감독은 “여태까지 경찰야구단은 야구계에 소금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이렇게 허망하게 없앤다는 건 말이 안된다. 경찰야구단 해체로 우리만 피해를 보는게 아니다. 결국엔 한국야구 전체가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수 부족으로 야구단 운영이 힘들게 됐지만 경찰야구단은 내년 시즌에도 리그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유 감독은 “최근 경찰청에서 리그 참여에 대한 문의가 들어와 참여한다고 말했다. 무조건 리그에 참여할거다. 지금 남아있는 선수들을 그냥 일반병으로 보낼 순 없다. 실전 경기 없이 연습만 하고 있을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KBO 정운찬 총재는 지난 1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만나 “경찰야구단 선수를 뽑지 않는 게 확정된 만큼 대안으로 내년 국군체육부대(상무) 모집 인원을 10명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상무 충원 인원은 14명인데 정 총재의 요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총 24명이 상무에 들어오게 된다. KBO는 추가로 들어온 10명을 내년 퓨처스리그 때 경찰야구단에 파견해 정상적인 리그 참여로 이끌 계획이다. KBO 장윤호 사무총장은 “10명이 경찰야구단에 파견되면 총 30명의 선수들로 내년 퓨처스리그에 정상적으로 참가할 수 있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기존 20명이 전역하게 되고 파견됐던 10명이 다시 상무로 돌아오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대로라면 내년 시즌 종료 후 경찰야구단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경찰야구단이 그간 야구계에 기여한 바가 큰 만큼 마무리를 잘 할 수 있게 돕겠다는 것이 KBO의 입장이다. 물론 충원 요청이 받아들여져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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