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부활, 디테일&심플의 절묘한 조화

보스코어 0 6545 1


[마이데일리 = 아산 김진성 기자] "자세하게 말해주면 더 헷갈려서 안 돼요."

정규시즌, 챔피언결정전 통합 6연패를 눈 앞에 둔 우리은행. 챔프 1~2차전 주인공은 단연 김정은이었다. 1차전서 4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14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 2차전서 37분56초를 뛰며 18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했다. 

내용이 더욱 알차다. 일단 수비에서 박지수를 철저히 막는다. 미스매치지만, 최선을 다해 박지수를 외곽으로 밀어낸다. KB는 박지수가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다미리스 단타스와의 동선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트윈타워의 위력이 반감됐다.

우리은행은 KB가 잘 하는 것을 봉쇄한 대신, 공격에선 자신들이 가장 잘 하는 것을 그대로 해낸다. 박혜진, 임영희와 나탈리 어천와의 2대2는 KB는 물론, WKBL 어느 구단도 막지 못하는 필살기. 사실 2대2에서 파생되는 박혜진, 임영희, 김정은의 외곽 공격이 상대에는 '카운터펀치'가 되는 경우가 많다. 

김정은이 이번 챔피언결정전서 KB에 카운터펀치를 잇따라 날렸다. 2대2에 의해 파생된 찬스는 물론, 박혜진과 임영희의 노련한 패스게임을 잘 마무리하면서 KB를 넉다운 시켰다. 현실적으로 KB 1~3번 라인은 우리은행 토종 삼총사를 막는 게 버겁다. 

김정은은 지난 두 시즌 자존심을 구겼다. 무릎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지금도 김정은의 무릎은 정상이 아니다. 시즌 후 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부담스러운 박지수 수비에, 공격에서의 알토란 활약까지. 

몸 상태를 감안하면, 이번 챔프전은 하나은행 시절에 볼 수 없었던 초인적인 활약이다. 김정은은 "정규시즌 경기력은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챔프전서는 독기도 생겼고, 나름 괜찮은 것 같다. 작년 여름부터 많이 운동한 효과를 보고 있다"라고 자평했다. 
 



김정은은 지난 여름 위성우 감독으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하나은행 시절에는 수비에서의 롤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우리은행에선 살아남을 수 없다. 위 감독은 김정은에게 기본적인 맨투맨부터 2대2 수비, 헬프 수비의 세부적 움직임을 일일이 가르쳤다. 

그리고 선수출신 남자 트레이너와 매일 1대1 연습을 시키며 체력과 기술을 동시에 단련시켰다. 이 과정에서 위 감독 특유의 선수 몸을 만드는 능력, 디테일을 주입해 세부적인 기량을 업그레이드 하는 능력이 발휘됐다. 그렇게 김정은과 한 시즌을 함께 했다. 

그런데 위 감독은 챔프 1차전 직후 "정은이에게 이런저런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오히려 헷갈려 한다. 간단하게 한, 두 가지만 얘기해줬다"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그렇게 하셨다"라고 말했지만, 김정은에겐 의미가 크다. 

그만큼 위 감독이 현 시점에서 김정은과 우리은행 선수들을 믿는다고 봐야 한다. (물론 김정은은 아니라고 웃었다) 이미 정규시즌서 7차례나 맞붙은 KB. 위 감독과 우리은행은 KB를 어떻게 이기는지 알고 있다. 김정은도 공격 기술이 다양하지 않은 박지수를 외곽으로 밀어내야 유리한 걸 잘 알고 있다. 

챔프전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김정은은 하던대로 충실히 박지수를 수비했고, 박혜진과 임영희의 도움과 개인기량을 조화시켜 공격에서도 제 몫을 했다. 오히려 위 감독의 단순한 지시가 챔프전 경험이 처음인 김정은에게 심리적으로 도움이 됐다. 

김정은도 "사실 지수를 막는 건 불가항력이다. 왼쪽, 오른쪽 돌파에 따라 막는 방법은 있는데, 그걸 너무 신경 쓰면 막상 경기서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있다"라고 웃었다. 수 개월간의 노력, 디테일의 주입으로 KB에 대한 대응법이 몸에 익숙해졌으니 챔프전서는 단순함의 미학이 빛을 발하고 있다. 

위 감독은 "김정은이 이 정도면 부활한 것 아닌가. 기록이 말해준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통합 6연패를 할지 하지 않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위 감독과 김정은은 시즌 전 "부활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침체에 빠진 WKBL이 스타플레이어 한 명을 건져냈다. 
 

0 댓글
Hot
[ 스포츠뉴스 ]

[월드컵, 이 순간] 세네갈 탈락, …

2018.06.29
Hot
[ 스포츠뉴스 ]

"그 사람들 죄 밝혀줘

2020.07.02
Hot
[ 스포츠뉴스 ]

[단독] "팀닥터, 중학생 …

2020.07.16
Hot
[ 스포츠뉴스 ]

맨시티, 흔치 않은 ‘홈 패배’

2018.03.08
Hot
[ 스포츠뉴스 ]

[SPO 이슈] 영국이 더 난리 'B…

2018.03.08
Hot
[ 스포츠뉴스 ]

악성 팬, 손흥민 밟은 바르잘리 SN…

2018.03.08
Hot
[ 스포츠뉴스 ]

佛 매체, "PSG, 콘테와…

2018.03.08
Hot
[ 스포츠뉴스 ]

[UCL] 맨시티가 얻은 것, 3달 …

2018.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