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아주 큰 행운을…" 다저스도 감탄한 김택연 구위, 9위 한 번 했는데 이런 횡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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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자랑하는 ‘특급 신인’ 김택연(19)의 구위에 메이저리그 LA 다저스도 깜짝 놀랐다. 그런데 정작 두산 사령탑인 이승엽(48) 감독은 “예상했던 대로,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놀라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만큼 김택연이라는 투수에 대한 확신이 있다. 

KBO리그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 코리아’에 발탁된 김택연은 지난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다저스와의 스페셜 게임에 6회 구원등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제임스 아웃맨을 연속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에르난데스는 몸쪽 높게 들어온 93.7마일(150.8km) 직구에, 아웃맨은 한가운데 몰린 92.5마일(148.9km) 직구에 배트가 헛돌았다. 

에르난데스는 실버슬러거를 두 번 받은 통산 159홈런의 베테랑 거포. 아웃맨도 지난해 빅리그 풀타임 첫 해부터 23홈런을 터뜨린 강타자이지만 김택연의 구위를 이기지 못하고 배트 스피드가 밀렸다. 커브 1개를 빼고 직구만 10개를 던진 김택연은 5번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최고 93.7마일(150.8km), 평균 92.7마일(149.2km) 직구의 분당 회전수(RPM)가 최고 2483회, 평균 2428회에 달했다. 직구 평균 RPM은 양 팀 투수 통틀어 최고 수치. 

경기 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가장 인상적인 팀 코리아 선수로 정확하게 이름은 말하지 않았지만 김택연을 꼽으며 “아웃맨이 내게 말하길 구위가 정말 좋다고 하더라.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꽂히는 강속구가 위력적이었다. 구속이 91마일(146.5km) 나왔는데 95~96마일(152.9~154.5km)로 느껴졌다고 한다. 팔을 잘 쓰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돌직구로 유명한 오승환(삼성)이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미국 포수 마이클 배럿으로부터 “110마일(177.0km)을 던지는 것 같다”고 극찬을 받았는데 김택연의 공도 구속 이상의 힘이 있다. 




고척돔에 현장 취재를 온 ‘MLB 네트워크’ 저명 기자 존 모로시도 SNS에 ‘우완 투수 김택연의 이름을 기억하라. 18살 김택연은 다저스 에르난데스와 아웃맨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헛스윙을 이끌어낸 패스트볼로 향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주목해야 할 선발투수가 될 것이다’고 소개했다. 

메이저리그 시선을 사로잡은 김택연의 투구를 이승엽 감독도 기분 좋게 봤다. 호주 시드니, 일본 미야자키로 이어진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김택연을 지켜보며 그의 가능성을 두 눈으로 확인한 이 감독에겐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난 19일 대전 한화전 시범경기를 앞두고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의 다저스전 호투에 대해 “예상했던 대로,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주눅들지 않고 자기 볼을 던지더라”며 “김택연 같은 선수를 같은 팀에서 볼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시즌 들어가서 봐야겠지만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하면서 연투도 할 것이고, 위기 상황도 올 것이다. 하지만 그 선수가 가진 능력을 보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우리 두산 베어스는 아주 큰 행운을 얻었다”고 표현했다. 

2015~2021년 무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늘 후순위를 뽑아야 했다. 지역 연고 1차 지명이 있을 때는 괜찮았지만 2023년부터 전면 드래프트로 바뀌면서 유망주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022년 딱 한 해 9위로 순위가 떨어졌고, 2024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 지명권을 얻어 청소년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한 인천고 우완 김택연을 뽑는 행운을 누렸다. 




두산은 지난해 5위로 다시 가을야구에 복귀했고, 올해도 중상위권 전력으로 평가된다. 최근 9년간 딱 한 번 가을야구에 실패하며 하위권으로 떨어졌는데 여기서 김택연이라는 10년을 책임질 특급 투수를 잡았으니 이승엽 감독 표현대로 두산에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되는 집안의 표본이다. 

골든글러브 8회 수상에 빛나는 두산 포수 양의지도 “(구)창모나 (곽)빈이처럼 ‘얘 조금만 더하면 되겠다’ 싶은 미완성 상태인 투수들이 있다. 그런데 택연이는 이 친구들과 조금 다른 것 같다. 약간 완성된 투수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마운드에서 모습이 어린 선수답지 않게 여유 있고, 자기 공을 뿌릴 줄 안다. 들어오자마자 빵, 빵, 빵 이렇게 던지는 것에 놀랐다”며 잠재력을 인정했다. 

시범경기에서도 3경기 2세이브를 거두며 3이닝 무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안정감을 보인 김택연은 마무리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2년간 중간 필승조, 마무리 경력이 있는 정철원에게 먼저 우선권이 주어졌다. 김택연은 중간투수로 첫발을 떼면서 프로 경험을 쌓는다.

기사제공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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