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명장이 "이정후 아니면 충격"이라고 했다… 김하성과 리드오프 빅뱅? 꿈의 대결 임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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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공격 지표가 내셔널리그 최하위 수준으로 처졌던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명예 회복을 위해 반드시 타선의 개선이 필요하다. 메이저리그에서만 1517승을 거둔 밥 멜빈 신임 샌프란시스코 감독의 머릿속도 복잡하다.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최선의 자리에 배치해야 한다.

멜빈 감독이 이제 막 부임한 만큼 아직 타선의 구체적인 윤곽을 말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그런데 멜빈 감독은 스프링트레이닝 야수들이 공식적으로 소집되기도 전에 한 자리를 콕 집어 확정했다. 바로 팀 타선의 활로를 열어야 하는 리드오프 자리가 그것이다. 멜빈 감독이 리드오프로 낙점한 선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한 이정후(26)다. 이정후의 팀 내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멜빈 감독은 15일(한국시간) 팀의 스프링트레이닝이 열리고 있는 미 애리조나주 스캇데일에서 현지 취재진과 만나 팀 리드오프로 이정후를 낙점했다. 멜빈 감독의 올해 타순 구상에서 가장 첫 번째로 확정된 포지션이자, 지금까지 구단의 움직임을 봤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기용이기도 하다. 멜빈 감독은 "개막전에 이정후가 출전하지 않는 것이 더 충격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주전 기용을 확정했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임을 고려하면 팀과 코칭스태프의 믿음을 실감할 수 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에 대해 "약간의 적응 기간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정후는 엄청난 타격 기술을 가지고 있다. 확실히 훌륭한 타자임이 분명하다"고 장담하면서 "이정후는 이미 다른 선수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있다. 보통은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정후는 쉽게 말을 트는 성격을 가졌다. 지금까지는 모든 게 훌륭하다"며 순조롭게 팀에 적응하고 있는 이정후에 대한 든든한 신뢰를 과시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를 1번 타순에 기용하는 또 다른 이유로 이정후가 1번 타순에서의 경험이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샌프란시스코가 영입 당시부터 이정후를 팀의 리드오프로 구상했다는 것이 잘 드러난다. 이정후는 KBO리그 통산 1번과 3번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최근에는 주로 3번 타순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전체적인 성적을 놓고 보면 1번에서 보낸 시간도 적지 않았다.

이정후는 KBO리그 통산 3947타석에 들어섰다. 통산 타율 0.340, 통산 출루율 0.407, 통산 장타율 0.491을 기록했다. 1번 타순에서는 1468타석에 나섰는데 이는 3번 타순(2017타석)에 이어 두 번째였다. 1번 타순 성적은 타율 0.328, 출루율 0.391, 장타율 0.441이다. 3번 타순 성적은 타율 0.344, 출루율 0.414, 장타율 0.531이다. 3번에 비해 1번 타순의 성적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정후의 타격 재능이 만개한 뒤로는 3번으로 나서는 비율이 많았다는 점에서 특별한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이정후가 1번 타순에서도 특별한 중압감을 느끼지 않고 임무를 잘 수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정후는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통산 타율 0.346을 기록해 오히려 주자가 있을 때(.332)보다 더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주자가 없을 때 176개의 삼진을 당한 반면, 볼넷은 179개를 골라냈고 몸에 맞는 공 15개를 추가해 4사구가 삼진보다 더 많은 유형이기도 하다.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할 줄 아는 선수다. 샌프란시스코도 이런 이정후의 차분한 장점을 주목했을 법하다.
 



샌프란시스코는 정교함을 갖춘 타자가 별로 없다. 이번 오프시즌에 이정후에게 거액을 투자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많은 통계 프로젝션들이 이정후의 타율은 3할 언저리를 예상하고 있다. KBO리그에서 뛰던 당시보다 출루율은 더 많이 떨어지겠지만 타율은 어느 정도 유지를 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없는 유형의 선수임에 분명하고, 이에 샌프란시스코도 이정후가 리드오프로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법하다.

실제 대표적인 통계 프로젝션 중 하나인 '스티머'는 올해 이정후의 예상 타율로 0.291, 예상 출루율로 0.354를 제시했다. 예상 타율은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0.318), 루이스 아라에스(마이애미‧0.317), 프레디 프리먼(LA 다저스‧0.301), 요단 알바레스(휴스턴‧0.299), 얀디 디아스(탬파베이‧0.295), 코리 시거(텍사스‧0.293),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0.292), 보 비셋(토론토‧0.291)에 이은 메이저리그 전체 8위다. 내셔널리그에서는 아쿠냐 주니어, 아라에스, 프리먼에 이은 당당한 4위다. 출루율은 아무래도 더 많이 떨어지더라도, 공을 맞히며 안타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유지할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스티머'의 예상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동료 중 타율 0.270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 전망한 선수는 하나도 없었다. 이정후의 타율을 압도적으로 본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정후의 적응 차원도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 6년간 1억1300만 달러, 포스팅 금액을 합치면 총액 1억3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굉장히 귀한 몸이다. 어차피 메이저리그에서의 시행착오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최대한 많은 타석에 들어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고, 시행착오의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게 팀의 계약적인 관점에서도 바람직하다. 설사 1년 정도 적응 기간을 가지더라도 내년부터는 정상적인 기량을 발휘하면 이정후 투자 금액을 뽑아낼 수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또한 15일(한국시간) 이번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샌프란시스코에 관심을 가질 법한 주제를 뽑으면서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적응을 손꼽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12월 14일 6년 1억1300만 달러의 계약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7시즌 동안 타율 0.340,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의 놀라운 슬래시 라인을 기록했다'면서도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더 빠른 공에 대처하려면 적응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이언츠는 이정후의 배트 투 볼 스킬(공을 맞히는 능력을 의미)이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생산적인 타자로 발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면서 '그의 옛 키움 히어로즈 동료인 김하성이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누렸던 성공을 재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적었다. 김하성도 첫 해에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수준 높은 공을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출전 시간이 안정화되면서 2022년부터는 비교군 대비 평균 이상의 공격력을 가진 타자로 성장했다. 타격 재능만큼은 이정후가 김하성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만큼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주면 시행착오의 기간도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편 이정후가 리드오프로 출전한다면, 김하성(29‧샌디에이고)과 코리안리거 리드오프 대결도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김하성은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주로 하위타순에 있던 선수였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후안 소토, 매니 마차도, 잰더 보가츠라는 스타 중의 스타들이 버티는 '빅4' 라인이 버티는 가운데 김하성이 상위 타선으로 올라가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김하성이 지난해 시즌 중반 놀라운 타격감을 선보이며 출루율을 끌어올리자 밥 멜빈 당시 감독이 김하성을 리드오프로 투입하는 승부수를 선보였다.
 


 


비록 시즌 막판 체력적인 문제에 시달리기는 했으나 김하성의 리드오프 배치는 대체적으로 성공적이었다. 김하성은 지난해 152경기에서 타율 0.260, 출루율 0.351, 장타율 0.398, OPS(출루율+장타율) 0.749를 기록했다. 이중 리드오프로 나선 73경기에서는 타율 0.268, 출루율 0.365, 장타율 0.418, OPS 0.783의 활약을 펼치며 생산적인 리드오프로 이름을 날렸다. 높은 출루율에 발까지 빠르니 샌디에이고로서는 김하성을 전진 배치할 만한 충분한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장타를 칠 수 있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후안 소토, 매닟 마차도, 잰더 보가츠를 뒤에 나란히 놓으며 공격력을 극대화하려 한 것이다.

올해도 김하성은 리드오프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후안 소토가 뉴욕 양키스로 이적하며 '빅4'의 한축이 빠져 나갔고, 이에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을 그대로 리드오프로 두고 타티스 주니어, 마차도, 보가츠를 2~4번에 배치해 득점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해 있고, 상대적으로 만날 일이 많다. 두 선수의 리드오프 불꽃대결도 흥미로워졌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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