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을 선수 왜 데려갔나" 겨울 아시안컵 후폭풍에 시달리는 K리그, 시즌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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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김기동 FC서울 감독은 지난 10일 카타르아시안컵을 마치고 돌아온 국가대표 센터백 김주성을 일본 가고시마 훈련에서 처음 만나 "(대표팀)GPS 데이터를 보니까 운동량이 전혀 없더라. 개인 운동 많이 했을 것 같은데, 했어, 안 했어?"라고 물었다. 이에 김주성이 쭈뼛대며 "나름 하긴 했다"고 답했다.

새로 부임한 감독과 선수가 웃으며 나눈 짧은 담소에서 김주성의 몸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태국 후아힌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김 감독은 김주성을 비롯해 같은 달 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된 레프트백 이태석, 공격수 강성진 등의 시즌 준비를 걱정했다. 김 감독은 "당장 대표팀에 뽑혀 2주간 바짝 체력 훈련을 하면 실전에서 뛸 체력을 만드는 게 어렵지 않다"면서도, 장장 9개월에 달하는 장기 레이스를 소화하기 위해선 동계 전지훈련지에서 체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1차 동계전지훈련 기간에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은 체력 준비없이 시즌에 돌입하기 때문에 여름쯤 탈이 날 수 있다고 했다. 더구나 김주성은 2023시즌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팀에 차출돼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고, 카타르 현장에선 실전 경기없이 훈련만 소화하다 돌아왔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은 대회 전 강도높은 체력 훈련을 통해 대회에서 쓸 체력을 끌어올렸지만, 대회 기간 중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의 체력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그게 GPS에 수치로 나타났다. 김주성은 대회 기간 중 김영권(울산) 등과 함께 개인 훈련에 임했지만, '지옥 훈련'을 견뎌낸 소속팀 선수들과 컨디션 차이가 난 상태로 3월 개막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비단 서울의 문제만이 아니다. 대표팀에 차출된 필드 플레이어 중 센터백 김영권, 풀백 설영우(이상 울산) 김태환(전북)을 제외한 다수의 K리거는 백업 자원으로 짧은 시간 출전하거나, 아예 출전하지 못했다. 이번 겨울, 광주에서 대전하나로 이적한 이순민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새 소속팀에 합류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클린스만 감독이 과연 애초부터 이순민 문선민 김주성 등을 활용할 생각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구단 관계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기제(수원) 문선민(전북) 등은 대회 중 부상까지 입었다. 많이 뛴 선수도 문제다. 6경기에서 로테이션 없이 70㎞ 이상을 달린 설영우는 녹초가 된 상태로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몸도 몸이지만,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로 돌아왔다. 선수들은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는 절망감을 느꼈다. 베테랑 레프트백 김진수(전북)는 조별리그 기간 중 부상에서 회복했지만, 토너먼트에서 투입되지 않았다고 말해 팬들을 황당케 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을 치르는 팀, K리그 개막에 맞춘 팀들 할 것 없이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은 당연히 소속팀에서도 주력 자원이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은 그나마 11~12월에 열렸다. 월드컵에 참가한 K리거는 적당한 휴식을 취한 뒤 동계훈련에 참가해 시즌을 정상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2월초에 끝난 이번 대회는 이야기가 다르다. 선수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회복할 시간이 부족하다. 대표를 차출한 팀은 베스트 전력으로 보름 남짓 발을 맞추고 시즌을 치러야 한다. 2024시즌은 3월 1일 개막한다.
 

기사제공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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