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공 느껴봐→타구 '이빨'로 잡을 것" 이정후와 김하성 '브로맨스' 美에서 빛날까

[BO]악어 0 568 0



(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하성이 형이 공을 직접 느껴보라고 했어요...형 타구는 '이빨'로라도 잡아야죠!"

영웅 군단 이정후가 아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로서 첫 행보가 시작됐다. 이정후는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했다. 그는 도착 이후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 트레이닝이 열리는 애리조나로 이동할 예정이다.

우선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제공한 실내 연습장에서 개인 운동을 진행한다. 이후 2월 중순 샌프란시스코 스프링 캠프에 합류한다.

앞서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90억 원) 계약에 합의, 해당 계약서에는 4년 뒤 구단과 선수 합의로 계약을 파기하고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도 포함됐다. 계약 내용 세부 조항으로는 내년 시즌 연봉 700만 달러(약 92억 원)를 시작으로 2025년 1,600만 달러(약 209억 원), 2026년과 2027년에 2,200만 달러(약 287억 원), 2028년과 2029년에 2,050만 달러(약 267억 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금은 500만 달러(약 65억 원)이다.

이는 한국 선수 중 MLB 포스팅 역대 최대 규모다. 2012년 한화 이글스에서 LA 다저스로 이적한 류현진은 6년 3,600만 달러를, 김하성은 4년 2,800만 달러를 받았는데, 이정후는 이보다 훨씬 큰 계약을 맺었다. 역대 코리안 메이저리거 계약에서도 지난 2013년 추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한 7년 1억 3,000만 달러에 이은 2위 규모다. 지난 10일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234억 원)의 초대형 FA 계약을 맺으며 프로 스포츠 역사를 새로 작성한 오타니 쇼헤이 역시 2018년 포스팅 당시 계약금 231만 5,000달러, 첫 해 연봉 54만 5,000달러에 그쳤다. 그만큼 이정후의 계약 규모는 대단하다.

이어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일본 요시다 마사타카가 보스턴 레드삭스와 맺은 5년 9,000만 달러 계약을 넘어 아시아 야수 포스팅 최고액을 올렸다. 범위를 전체 포지션으로 넓히면 2014년 1월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가 뉴욕 양키스와 계약한 7년 1억 5,500만 달러에 이어 이정후가 두 번째다.



이정후는 KBO리그 통산 884경기 타율 0.340 (3,476타수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OPS(장타율+출루율) 0.898을 기록했다. 특히 그는 2017년 신인상 수상을 시작으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는 5년 연속 외야수 골드글러브를 품었다.

또 2022년엔 142경기 타율 0.349(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OPS 0.996을 기록, 그해 타격 5관왕(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점, 최다안타) 선점과 함께 리그 MVP에 올랐다.

KBO리그를 제패한 이정후를 영입한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일제히 그를 반겼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입단식 당시 "기자회견 직전에 이정후와 영상통화 시간을 가졌다. 이정후는 프란시스코의 일원이 되는 것을 좋아했다. 이것이 나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우리 선수단도 그런 생각을 할 것"이라며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원했던 팀이고, 그가 함께하고 싶은 팀일 것"이라고 기뻐했다.

자이디 사장 역시 "이정후 영입이 완벽하게 딱 맞는다고 생각한다. 이번 오프시즌에 우리는 공격적으로 팀 전체가 더 활발하게 움직였다. 이정후가 내년 시즌 개막전부터 선발 중견수로 뛸 것이다. 활약해 주기를 기대한다"라며 이정후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남겼다.



또 미국 현지 매체 역시 이정후에 대한 호평을 남겼다. MLB.com은 지난달 1일(한국 시각) "2024시즌 각 팀의 꿈 한 가지"라는 제목과 함께 이정후가 포함된 사진을 공개했다. 또 매체는 이정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샌프란시스코의 희망은 내셔널리그(NL) 올해의 신인선수상을 가져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CBS 스포츠와 MLB.com은 이정후를 샌프란시스코 차기 1번 타자로 낙점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라인업으로는 이정후(중견수)-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마이크 야스트젬스키(지명타자)-마이클 콘포토(좌익수)-제이디 데이비스(3루수)-미치 해니거(우익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패트릭 베일리(포수)-마르코 루치아노(유격수)순이다. 이어 야후스포츠는 22일 "이정후가 내년 시즌 샌프란시스코의 중요한 역할을 맡을것으로 분명해보인다.

파르한 자이디 야구 운영 부문 사장은 이정후를 주전 중견수로 내세울 생각이다"라며 "최근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팟 캐스트인 '더 TK 쇼'에 출연해 1번 타자로 이정후를 기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멜빈 감독은 "부임 이후 샌프란시스코의 라인업에 대해 구상을 해봤다. KBO리그에서 이정후가 1번 타자로 뛴 경험이 많다. 나는 이 부분을 믿는다"고 밝히면서 "지금으로선 이정후 1번 타자 기용이 안 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ESPN은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개인 통산 0.340, 한 시즌 최고 0.360(2021년)의 타율을 기록했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에 뽑힌 2022년에는 타율 0.349, 출루율 0.421, 장타율 0.575를 올리고, 개인 한 시즌 최다인 23홈런을 쳤다"며 "2022년에는 볼넷이 66개로 삼진 32개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라고 이정후의 선구안을 높게 평가했다. 또 "최근 2년 동안 이정후의 삼진 비율은 5.4%에 불과했다. 2023년 KBO리그 평균 18.2%, 메이저리그 22.7%보다 훨씬 좋은 수치"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MLB.com은 이정후의 신인상 수상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2010년 포수 버스터 포지를 끝으로 신인상 수상자가 없다. 올 시즌, 이 가뭄을 끝낼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예상했다. 1월 14일에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올해 주목해야 할 야구인 15인 중 이정후를 14번째 선수로 소개했다.

"한국에서 '바람의 손자'로 불렸던 자이언츠의 새로운 중견수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아직은 알 수 없다"면서도 "운동 능력이 뛰어나고 생동감 넘치는 수비수이자 공에 배트를 맞히는 기술이 뛰어난 전통적(Old school)인 의미의 좋은 타자라는 걸 알고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2월 1일 MLB.com은 팬그래프의 예측을 인용하며 "이정후는 MLB 타격 랭킹 10위 안에 들 것이며, 루이스 아라에즈(마이애미 말린스)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삼진 비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타율 0.291, OPS(출루율+장타율) 0.785 그리고 삼진율이 9.1%에 불과할 것"이라고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에드먼(왼쪽), 김하성, 이정후(오른쪽)가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메이저리그 첫 발걸음에 나선 이정후에 조력자와 같은 역할을 해준 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이다. 김하성은 키움 히어로즈 시절 이정후와 함께 '절친'으로 지내며 일명 '브로맨스'를 보여줬다. 김하성 역시 이정후를 아끼는 만큼 메이저리그 진출을 두고 많은 조언을 했다. 이정후는 "하성이 형이 많이 챙겨줬다"고 말하며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직접 느껴봐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메이저리그의 투수 유형에 대해 말은 안 했지만, 이해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처음 보는 공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봤을 때, 잘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공교롭게도 김하성과 이정후는 내셔널리그 같은 지구에 있다. 올 시즌 여러 차례 코리안 더비가 열린다는 뜻이다. 앞서 김하성은 출국 직전 이정후에 대해 "내 쪽으로 오는 타구는 무조건 잡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정후 역시 김하성과 승부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면서 "하성이 형이 중견수 쪽으로 치는 공은 정말 이빨로도 잡겠다"고 더했다. 이어 "하성이 형이 나왔다고 봐준다면, 그건 팀 투수에게 예의가 아니다. 또 우리 플레이를 보러 온 팬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경기할 때는 사적인 감정 다 빼고 선수 대 선수로 경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하성을 향한 응원도 남겼다. 이정후는 "하성이 형은 올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일만 남았다. FA를 앞둔 중요한 시즌인데, 아프지 말고 항상 하던 대로 잘해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이정후는 현지 매체의 극찬에 대해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경기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 좋은 기사가 나오고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적응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하겠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가장 상대하고 싶은 투수로는 LA 다저스의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꼽았다. "같은 지구에 있기 때문에 더욱 상대하고 싶다. 또 국가대표 경기 때도 상대해 봤다. 메이저리그에서 만났을 때는 다른 느낌일 것 같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정후는 자기 팬들에게 "공항까지 나와 준 팬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됐다. 많이 기대해 주는 만큼, 내가 잘해서 한국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미국에서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KBO리그 연도별 이정후 성적 (2017~2023)

2017년: 144경기 타율 0.324(552타수 179안타) 2홈런 47타점 OPS 0.812

2018년: 109경기 타율 0.355(459타수 163안타) 6홈런 57타점 OPS 0.889

2019년: 140경기 타율 0.336(574타수 193안타) 6홈런 68타점 OPS 0.842

2020년: 140경기 타율 0.333(544타수 181안타) 15홈런 101타점 OPS 0.921

2021년: 123경기 타율 0.360(464타수 167안타) 7홈런 84타점 OPS 0.959

2022년: 142경기 타율 0.349(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OPS 0.996 (MVP) 

2023년: 86경기 타율 0.318(330타수 105안타) 6홈런 45타점 OPS 0.860

사진=MHN스포츠 인천공항 이현지 기자, 연합뉴스
 

기사제공 MHN스포츠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