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위기' 포수는 5천만원 기사회생…국대 포수는 '10억'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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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올겨울 베테랑 포수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재원(36, 한화 이글스)과 이지영(38)이 주인공이다.

과거 SSG 랜더스를 대표하는 포수였던 이재원은 지난해 선수 생활 지속 여부를 고민해야 했을 정도로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27경기밖에 기회를 얻지 못했고, 타율 0.091(44타수 4안타), 2타점, OPS 0.242에 그쳤다. 연봉 1억원을 받는 선수가 이런 성적표를 받아 들었으니 생존을 고민하는 게 당연했다.

SSG는 이재원이 평생을 몸담은 팀이었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SK 와이번스 시절인 2006년 1차지명으로 입단해 상무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무려 17시즌을 함께했다. 2018년에는 130경기에서 타율 0.329(407타수 134안타), 17홈런, 57타점, OPS 0.919로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해 시즌을 마치고 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 4년 총액 69억원 대형 계약을 하면서 리그 정상급 포수로 발돋움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계약이 부담이었는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주장을 맡았던 선수가 주전에서도 밀렸고, 2021년 107경기, 2022년 105경기로 기회도 점점 줄었다. 결국 이재원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정든 SSG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되든 안 되든 밖에서 새로운 기회를 노리겠다는 각오로 자진 방출을 요청했다.

한화는 심신이 다 지쳤을 이재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혁 한화 단장은 2017년 말부터 2019년까지 SK 투수코치로 지낼 때 이재원을 가까이서 충분히 지켜봤다. 이재원이 가장 빛난던 시기를 함께했던 지도자이자 선배로서 한화에서 새로운 출발을 제안했다. 이재원은 한화와 연봉 5000만원에 계약하고 전환점을 마련했다.

손 단장은 "최재훈과 박상언 외 경험있는 포수가 부족하고, 부상에 대한 대비와 뎁스를 강화할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이재원을 영입했다"며 "유망주 허인서가 내년 시즌 후반기에 상무에서 복귀할 때까지 이재원이 포수진에 무게감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재원이 최재훈의 부담을 조금 나누고, 어린 포수들이 성장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뜻이었다.
 


 


이재원이 그렇게 새 둥지를 찾고 새 시즌을 준비하는 동안 이지영은 시장에서 찬바람을 맞고 있다. 지난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외면받을 이유가 없는 포수다. 이지영은 지난해 81경기에서 타율 0.249(217타수 54안타), 8타점, OPS 0.586을 기록했다.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가 2023년 2라운드로 영입한 포수 유망주 김동헌(20)을 주전으로 키우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는 바람에 기회가 줄었으나 수비 안정감과 결정적일 때 해결해 주는 능력은 여전했다. 지난해 3월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는 데뷔 16년차에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다는 영광을 누릴 정도로 나이 30대 후반에 정상급 기량을 유지했다. 키움에서 강제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지난해 이보다 좋은 성적을 냈을지도 모른다.

키움이 미련이 없다면 다른 구단도 탐을 낼 만한데 보상 규모가 걸린다. 이지영은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키움과 3년 총액 18억원에 생애 첫 FA 계약을 마쳤고, 지난해는 연봉 5억원에 사인했다. FA 재자격을 얻은 이지영은 B등급이다. B등급 FA를 다른 구단에서 데려가면 원소속팀에 보호선수 25인 외 보상선수 1명과 지난해 이지영의 연봉 100%(5억원) 또는 연봉 200%(10억원)를 보상해야 한다. 이지영 나이면 1~2년 단기 계약을 고려할 텐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니 FA 계약으로는 데려가기 꺼려진다. 이적하려면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요청하거나 키움에 잔류하는 방법 말고는 묘수가 딱히 없는 상황이다.

이지영은 제물포고-경성대를 졸업하고 2008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육성선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09년 프로에 데뷔해 2018년까지 삼성에서 백업 포수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고, 2019년 시즌을 앞두고 KBO 최초의 삼각 트레이드로 키움에 새 둥지를 틀었다. 당시 키움, 삼성, SK 3팀이 움직였는데, 키움은 고종욱을 SK에 내주고 이지영을 받았고, 삼성은 이지영을 키움에 내주고 김동엽을, SK는 김동엽을 삼성에 내주고 고종욱을 받았다. 이지영은 단숨에 키움의 안방을 탄탄하게 꾸려 나가며 삼각 트레이드의 최종 승자라는 평가를 받았고,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키움에서 통산 533경기, 타율 0.276(1440타수 398안타), 3홈런, 151타점, OPS 0.644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김혜성(674경기)과 이정후(631경기) 다음으로 많은 경기에 나섰고, 공격 외에도 투수들과 소통 능력, 수비 안정감에서 이지영을 밀어낼 선수가 없었다.

결국 보상이라는 걸림돌이 이재원과 이지영의 올겨울 온도를 뒤바꿔놨다. 제대로된 포수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이지영은 분명 시장에서 무조건 외면하기는 힘든 카드다. 묘수를 가장 먼저 찾아내는 구단이 어디일지 궁금해진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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