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수원 삼성과 빅버드 공동 사용 잰걸음 "경기장 효율성 확대 필요성…소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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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내년 대한축구협회(FA)컵 아니면 성사되기 어려운 '수원 더비'를 수원종합운동장이 아닌 수원월드컵경기장(애칭 빅버드)에서 일원화해 치르는 상황이 연출될까.

시민구단 수원FC가 내년 리그 홈구장을 빅버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최순호 수원 단장은 20일 스포티비뉴스에 "1, 2부리그 관계없이 같은 지역이 프로 축구팀이 있고 좋은 축구전용경기장이 있다면 (수원FC와 수원 삼성이) 같이 활용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왜 같이 사용하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을 이뤄내겠다고 전했다.

적극적인 빅버드 사용 추진은 홈구장을 임대해 활용하는 수원 삼성이 K리그2(2부리그)로 강등되면서 벌어진 일은 아니라는 것이 최 단장의 주장이다. 수원FC가 열악한 종합운동장보다는 나은 빅버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부임 초기부터 지론이었다고 한다.

1, 2부리그로 갈린 이상 일정 조정만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적절히 해준다면 교차해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 최 단장의 생각이다. 그는 "두 팀이 사용해도 한 시즌에 홈 경기가 각각 19경기 안팎이다. 기능적으로 좋은 방안이다. 그라운드 잔디 관리도 어렵지 않다"라고 답했다.

수원FC는 2003년 수원시청 축구단으로 창단해 실업 축구 내셔널리그에서 시작해 수원FC로 팀명을 바꿈과 동시에 K리그2로 진입해 성장을 거듭했다. 수원 연고가 어느 정도는 뿌리내렸다고 보고 축구전용구장인 빅버드를 활용해도 괜찮다고 판단했다. 이는 올 1월 구단주인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검토한 사안이기도 하다. 시간이 걸렸을 뿐, 언젠가는 정리해야 하는 문제고 내년 공동 사용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해외 사례도 차분하게 조사했다고 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밀라노 더비'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인테르 밀란과 AC밀란이 활용하는 쥐세페 메아차(또는 산시로)를 공동 사용하는 것이 그렇다.

최 단장은 "제가 조사해 놓은 자료를 보면 전세계 35개 운동장을 70팀이 같이 사용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산시로 아닌가. 1년에 양팀 합쳐 70경기 이상을 해도 같이 활용하는 것에 문제가 없더라. 우리는 많아야 40경기지 않나"라며 경기장의 효율성, 영업일 수 확대를 위해서라도 수원FC의 빅버드 공동 활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인 문제 극복에 대해서도 방안이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경기마다 서로의 현수막, A보드 등 철수 문제는 상당한 금액이 들어가지만, 용역을 통해 해결하면 문제가 될 일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1, 3루 공간을 나눠 활용하는 프로야구 잠실 라이벌 LG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예처럼 움직이면 된다는 것이다. 선수대기실의 경우도 한쪽에 두 곳을 양팀이 쓰고 반대편에 원정팀을 내주면 된다고 보고 있다.



과거 김호곤 전 단장 시절에도 수원FC가 수원 삼성과 빅버드를 같이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있었지만, 제반 비용 문제가 커 없던 일이 됐다. 그렇지만, 상황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것이 최 단장의 생각이다. 2014, 2021년 수원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빅버드를 한시적으로 같이 활용했던 전례도 있다.

더 풀어야 할 현실적인 문제는 임대료다. 수원 삼성은 연간 입장 수입의 25%를 임대료로 내고 있다. 10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매번 수원 삼성이 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에 불만을 갖는 이유 중 하나다. 또, 경기장 건립 당시 삼성그룹에서 400억 원이라는 비용을 지출한 바 있다. 삼성의 영향이 있는 경기장이지만, 임대하면서도 높은 임대료에 관리재단의 부당 광고물 설치에 반발하는 등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런 배경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수원FC는 사용이 가능하다면 충분한 임대료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수원 삼성이 지불하는 임대료의 10%만 지불하면 되지만,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 임대료 지불을 하겠다고 한다. 영업일을 늘려야 하는 관리재단의 수익에도 기여하면서 수원시 축구 팬들의 관람 편의나 구단의 확장성을 위해서라도 이를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수원 삼성과는 협의가 된 문제일까. 수원FC와 비교해 훨씬 많은 팬을 보유한 수원 삼성 팬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수원 삼성 한 관계자는 "수원FC로부터 공식적으로 제안받은 일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최 단장은 "전국의 월드컵경기장이 활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 않나. 빅버드가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수원 삼성 팬들이 조금만 양보와 배려를 보여주신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수원FC를 맡고 있지만, 수원 삼성도 정말 열심히 응원했다. 축구로 경쟁이 필요할 때는 해야 하지만, 협력할 때는 협력하면 좋은 일이 많다"라며 긍정적인 검토를 기대했다.

대화 창구는 이준 대표이사다. 그렇지만, 이 대표는 오동석 단장과 함께 강등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던졌다. 모기업 삼성그룹의 인사 체계로 인해 사직 여부는 미정이다. 이 대표 유임, 오 단장 사임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최 단장은 "결국 소통이다. 서로 공감하고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어떤 방법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해야 한다"라며 수원 삼성 수뇌부의 거취가 정해지면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최 단장의 계획에 대해 관리재단 한 관계자는 "최 단장으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다"라면서도 "임대 사용 제안이 있다면 당연히 검토할 일이다. 공공시설인 빅버드지만, 경기 당일을 제외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경기장 사용 횟수가 많아진다면 수익성 측면에서 분명 좋은 일이다"라고 답했다.

관리재단 지분은 경기도 60%, 수원시 40%로 나뉘어 있다. 한때 경기도가 가진 지분을 수원시에 넘긴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매번 지방선거 전후로 이야기가 나왔다가 들어가기 다반사였다. 산하 기관에 선거 공로자들을 논공행상하느라 제대로 성사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이와 상관없이 양 지자체의 지분이 있는 이상 수원FC가 수원시의 지원을 앞세워 들어가도 이상할 것 없다는 설명이다.

의지가 강한 최 단장은 "경기장 공동 사용을 통해 서로 마케팅도 더 열심히 하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축구를 통한 지역 활성화 등 좋은 효과도 많다고 본다"라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고 선언했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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