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김연경은 르브론 제임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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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캡 무력화 김연경 페이컷
일부서 제임스 빗대 비난하기도
준우승했고 리그 흥행에도 일조


2009-10시즌 미국 프로농구(NBA) 일정이 끝난 뒤, 최고 화제는 르브론 제임스(36·미국)의 거취였다. 제임스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여러 팀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떠나 마이애미 히트로 갔다. 마이애미 이적 이유는 순전히 우승 반지였다. 마이애미는 내부 FA 드웨인 웨이드를 붙잡았고, 크리스 보쉬도 영입했다. NBA에서 손꼽는 선수들을 한 팀에 모았다.


문제는 선수 연봉이었다. NBA에는 샐러리 캡(salary cap, 연봉 총액 상한제)이 있다. 리그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전력 불균형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제임스와 웨이드, 보쉬는 연봉을 조금씩 낮춰 계약했다. 이른바 ‘페이 컷(pay cut)’이다. ‘빅3’가 뭉친 마이애미는 네 시즌 동안 두 번 우승했다.

대중은 제임스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재미없는 리그가 될 것은 뻔한 일. 그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제임스는 “우승하지 못한 나를 보며 즐거워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내일이 오면 ‘리얼 월드’로 다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경솔하게 말했다가 조소의 대상이 됐다.

여자배구 흥국생명 김연경(32)에게 최근 별칭이 생겼다. ‘릅연경’(르브론+김연경)이다. 김연경이 제임스처럼 페이컷을 하고 흥국생명에 합류해서다.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에 김연경까지, 흥국생명은 다음 달 개막하는 V리그 우승 후보 0순위다.

김연경과 제임스를 평행 비교하는 게 적절할까. 그렇지 않다. 제임스는 FA였다. 여러 팀이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김연경은 자유로운 몸이 아니었다. 일본에서 임대 선수로 뛴 2년을 놓고 김연경과 흥국생명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 결국 해외에서 뛰면 FA, 국내에서 뛰면 흥국생명 소속으로 결론 났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유럽 리그 사정이 나빠졌다. 김연경 몸값을 감당할 팀이 없었다. 태극마크와 도쿄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김연경은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 국내에서 뛴다면 선택의 여지는 없다. (제도적 문제에 관해서라면 한국배구연맹(KOVO)과 팀이 비판 대상이다.)

흥국생명은 이미 이재영-다영 자매와 계약을 마친 상태였다. 김연경은 해외에서 연봉의 절반도 안 되는 3억5000만원에 흥국생명과 계약했다. 그 결과 샐러리캡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수퍼 팀’이 탄생했다. 흥국생명과 선수들 간 이면계약이나 담합, 사전 논의가 있지도 않았다. 흥국생명으로서는 최고 선수가 연봉을 낮춰서라도 온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수퍼팀의 탄생이 리그 흥행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 그런 사례를 수없이 목격했다. 그런데 ‘김연경 효과’라고 할까. 흥행에 도움이 되는 예상 밖 결과가 나왔다. 지상파TV가 컵대회를, 그것도 여자부 경기(결승전)를 중계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GS칼텍스가 흥국생명을 꺾고 정상에 오르면서 흥국생명뿐만 아니라, GS칼텍스와 최우수선수(MVP) 강소휘 등이 조명을 받았다.

일부에서 제임스의 ‘리얼 월드’ 발언을 들어 김연경을 비난하고 준우승을 조롱한다. 비난에 선수 마음이 좋을 리 없다. 페이컷 문제는 비판할 수 있다. 김연경이 제임스와 다른 건 우승 욕심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국내 팬과 다시 만나고 싶었고,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올림픽을 준비하고 싶었다. 그래서 연봉 삭감도 감수했다. 김연경은 르브론 제임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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