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2볼넷인데' 1년에 1387억 먹는 동료들, 보자보자 하니 너무하네… SD 3연패, 우울한 김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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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출루 활약에도 팀 패배를 막지 못한 김하성 ⓒ연합뉴스/AP통신

▲ 김하성의 활약은 동료들의 부진에 묻혀 팀 승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AP통신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 7월 말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현지의 시선은 샌디에이고에 쏠렸다. 최근 2~3년간 대형 계약과 대형 트레이드를 연이어 터뜨리며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샌디에이고지만 시즌을 포기하느냐, 아니면 계속 달리느냐의 기로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는 당시까지 승률 5할 아래에서 허덕였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산술적으로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기초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 샌디에이고는 승률은 5할이 안 됐지만, 득실 마진에서는 꽤 넉넉한 플러스 지표를 가지고 있었다. 승률 저하는 유독 1점 차와 연장전 승부에서 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 지표만 정상적으로 돌아오면 샌디에이고도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블레이크 스넬, 조시 헤이더라는 '예비 FA', 그리고 계약 기간이 1년 반 남은 후안 소토라는 최대어가 있었다. 매물은 충분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팀의 기초 체력과 슈퍼스타들을 믿고 끝까지 달려보기로 한다. 세 선수를 모두 지킴은 물론 최지만과 게릿 쿠퍼 등 1루수 자원들을 대거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승부를 걸었다. 지난해에도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기세가 올랐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좀처럼 경기력에 불이 붙지 않았다. 마운드는 괜찮았지만 타선이 침묵했고, 근래 들어서는 마운드까지 버티지 못하며 이제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이 4%대(팬그래프 프로젝션 기준)로 떨어졌다. 28일(한국시간)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에서 열린 밀워키와 경기에서도 6-10으로 역전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시즌 성적은 61승70패. 이제 30경기 남짓이 남았음을 고려하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서는 말 그대로 기적이 필요하다.

최근 흐름이 좋았던 선발 투수인 마이클 와카의 등판일이었다. 반드시 연패를 끊고 1승은 건져야 했다. 이날도 리드오프로 나선 김하성이 선봉에 섰다. 1회 볼넷을 골라 선취점 기회를 잡았다.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볼 세 개를 연거푸 차분하게 고르며 상대 선발 하우저를 괴롭혔다.
 


▲ 최근 들어 장타가 실종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 샌디에이고 최고 타자인 후안 소토도 8월 들어 부진에 빠졌다

▲ 월별로 성적이 들쭉날쭉한 잰더 보가츠



그러나 시원하게 터지지는 않았다. 후속 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볼 하나 고르지 못하고 4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소토가 안타를 쳐 김하성을 3루까지 보내기는 했지만, 마차도도 유격수 땅볼에 머물며 1점을 내는 데 그쳤다.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타자들이 시원한 장타 한 방을 치지 못한 채 찜찜하게 1회가 지나갔다.

1-1로 맞선 2회 산체스의 홈런 등 3점을 낸 샌디에이고는 6회 대거 7실점하며 4-9로 뒤졌다. 제대로 된 투수 교체 타이밍을 잡지 못한 채 경기가 쓸려 나갔다. 샌디에이고는 7회 반격에 나섰다. 선두 그리샴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폭투로 2루에 갔다. 이어 배튼도 볼넷을 골라 무사 1,2루 찬스가 김하성에게 걸렸다.

김하성은 침착했다. 어떻게 해서든 장타력을 갖춘 후속 타자들에게 찬스를 연결시키고자 했다. 치려는 생각보다는 공을 고르려는 생각이 강한 듯했다. 마침 우리베의 제구도 흔들렸다. 1구가 크게 빠졌고, 2구는 살짝 빠졌고, 3구는 다시 크게 빠졌다. 3B의 카운트를 잡은 김하성은 4구와 5구 스트라이크를 모두 지켜봤다. 보더라인에 걸린 공으로 어차피 쳐도 좋은 타구를 만들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6구가 높게 치솟자 그대로 공을 골라 볼넷을 얻었다.

김하성은 이날 볼넷으로만 두 번의 출루로 다시 2출루 이상 경기를 해냈다. 안타는 없었지만 동료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몫은 충실히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샌디에이고가 자랑한다는 2~5번 타순이 침묵했다. 답답한 경기 양상이 이어졌다.

무사 만루라는 결정적인 추격 기회에서 샌디에이고는 우리베의 폭투로 1점을 추가하며 무사 2,3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타티스 주니어의 볼넷 때 다시 폭투가 나와 한 명의 주자가 더 들어왔다. 6-9로 따라붙은 상황에서 무사 1,3루의 기회가 중심타선에 걸린 것이다. 모두가 기대를 품기에 충분한 여건이었다.
 


▲ 시즌 전 영입 당시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는 잰더 보가츠

▲ 타티스 주니어와 소토는 동반 부진에 빠졌다

▲ 매니 마차도는 올 시즌 저조한 성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결과가 최악이었다. 소토는 유격수 뜬공, 마차도는 1루수 뜬공, 보가츠는 2루 땅볼로 물러나며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 소토나 마차도나 희생플라이 하나면 2점차까지 쫓아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세 타자의 타구가 모두 내야에 갇힌 것이다. 샌디에이고 패배의 기운이 짙어졌고, 한숨을 돌린 밀워키는 7회 1점을 도망가 결국 두 자릿수 득점을 채우고 10-6으로 승리를 확정했다.

7회 상황에서 소토, 마차도, 보가츠가 한 방을 때렸다면 경기 양상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 혹은 1회 상황에서 2~3점을 넉넉하게 뽑았다면 경기 초반부터 밀워키를 압박하며 유리하게 경기를 끌고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하성의 출루에도 불구하고 후속 타자들이 너무 부진했다. 팀에서 가장 믿는 타자들이었다는 점에서 발등에 도끼를 제대로 찍힌 셈이 됐다.

샌디에이고가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구매자'로 나선 건 소토, 마차도, 타티스 주니어, 보가츠라는 특급 스타들이 살아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살아나면 팀 공격은 물론 분위기까지 살아나게 되어 있다. 그것이 팀을 뒤에서 밀 거대한 파도를 만들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오히려 이들이 팀을 망치고 있다. 가장 중요했던 8월 성적을 보면 실감이 난다.

김하성이 비교적 꾸준하게 출루하고 있지만 뒤에서 받쳐주질 못한다. 타티스 주니어의 8월 타율은 24경기에서 0.217에 불과하고, OPS(출루율+장타율)는 0.645다. 타자로서의 능력만 보면 올해 팀 내 최고인 소토마저도 8월 24경기에서 타율 0.207, OPS 0.693에 그치고 있다. 마차도는 8월 24경기에서 타율 0.207, OPS 0.741을 기록 중이고, 보가츠도 24경기에서 타율 0.242, OPS 0.673에 머물고 있다. OPS 0.800 이상의 타자가 하나도 없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을 생각해야 한다. 마차도와 타티스 주니어는 이미 총액 기준 3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고, 보가츠는 11년 총액 2억8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내년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는 소토는 총액 5억 달러 이상이 거론되는 선수다.
 


▲ 기대만큼 실망도 큰 샌디에이고 타선

▲ 가을야구 희망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샌디에이고



해마다 연봉들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단순하게 연 평균 기준으로 나누면 타티스 주니어는 연간 약 2428만 달러, 마차도는 약 3182만 달러, 보가츠는 약 2545만 달러를 받고 소토는 올해 연봉이 2300만 달러다. 연 평균으로 따지면 1년에 4명이 합쳐 약 1억455만 달러(약 1387억 원)를 받는 셈이다. 이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팀 구상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반대로 밀워키는 2-4로 뒤진 6회 볼넷으로 얻은 기회를 적시타로 승화시키며 차분하게 점수를 뽑아 대조를 이뤘다. 밀워키는 1사 후 캔하의 안타와 투랑의 볼넷으로 1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샌디에이고는 윌슨을 투입해 불을 끄려고 했으나 윌슨이 더 불을 질렀다. 모나스테리오에게 볼넷을 내줘 만루에 몰렸고, 텔레즈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아 4-4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옐리치를 고의4구로 거르고 콘트레라스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 이닝을 마치는 듯했으나 산타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경기의 패착이었다. 윌슨을 구원한 마르티네스도 2타점 적시타와 볼넷, 희생플라이를 연속으로 허용하는 등 불펜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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