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플럿코 냄새가 난다' 롯데의 구세주 등장, 그런데 '4일 휴식' 버틸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사직, 김태우 기자] 롯데의 새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34)은 사실 어마어마한 파이어볼러는 아니다. 최근 KBO리그를 찾는 우완 외국인 투수들이 시속 150㎞는 어느 정도 기본으로 장착하는 것에 비해, 윌커슨은 구속보다는 다른 매력으로 승부한다.
'트랙맨'에 따르면 윌커슨의 최고 구속은 150㎞를 밑도는 수준이다. 8월 11일 KIA전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8.3㎞ 수준이었고, 8월 16일 SSG전에서는 149.2㎞가 나왔으나 이는 힘이 있을 때인 1회에 나온 것으로 전체적인 구속은 140㎞대 중반에 머물렀다. 다만 구속이 그렇게 빠르지 않다고 해서 얕보면 큰 코 다치는 선수다. 다른 매력들이 많다.
윌커슨 포심의 분당 회전수(RPM)는 평균 2500회가 넘는다. KBO리그 톱클래스다. 여기에 2m가 조금 넘는 익스텐션을 가지고 있다. 릴리스포인트가 조금 낮은 대신, 공을 최대한 앞에서 놓기에 체감적인 구속이나 위압감은 더 강할 수 있다. 수직무브먼트 또한 나쁜 편이 아니다. 리그 평균 이상은 충분히 된다.
무엇보다 이 공이 더 위력적으로 보이는 건 제구가 되기 때문이다. 윌커슨은 굉장히 공격적인 유형의 선수다. 공이 빠르지 않은 선수들은 보통 보더라인 피칭을 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볼이 늘어나고, 제구가 제풀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윌커슨은 존 가장자리와 높은 쪽을 더 공격적으로 공략하면서 타자를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안정적인 제구력과 커맨드를 가지고 있어 이 위력은 더해진다.
안치용 '스포타임 베이스볼' 위원은 "너무나도 안정적인 피칭을 한다. 약간 아담 플럿코(LG)나 케이시 켈리(LG)의 느낌이 나는 선수"라면서 "강한 구위보다는 커맨드를 활약해 공격적인 피칭을 한다. 볼넷 숫자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투수는 어쨌든 볼넷이 없으면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높은 점수를 줬다.
실제 윌커슨은 11일까지 4경기에서 스트라이크 비율이 67.4%에 이르렀다. 이 기간 리그 평균(63%)보다 훨씬 높았고, 11일 KIA전에서는 이 비율을 68.8%까지 끌어올렸다. 안 위원은 "볼넷이 적기 때문에 대량 실점 확률이 낮고, 이닝 소화는 늘어난다. 롯데는 이런 꾸준한 피칭이 필요했는데 기대대로 잘 던져주고 있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도 이런 윌커슨의 성향이 국내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봤다. 서튼 감독은 "결국 멘탈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윌커슨이 생각하는 멘탈이야 말로 어느 투수에게든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공격적인 투구를 칭찬했다. 결국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하는 게 키고, 그렇다면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원형 SSG 감독 또한 윌커슨에 대해 "공격적으로 던진다고 해서 다 던질 수 있는 게 아닌데 기본적으로 윌커슨이 제구가 좋은 투수다. 던지는 구종도 슬라이더, 커터,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하다. 이 구종들을 전부 스트라이크로 잘 넣는 투수다. 기본적으로 좋은 투수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상대지만 높은 평가를 내렸다.
그런 윌커슨은 16일 사직 SSG전에서 수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와중에서도 비교적 좋은 투구를 했다. 5⅔이닝 동안 107개의 공을 던지면서 6피안타(1피홈런) 4실점(2자책점)을 기록했다.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자신의 카운트로 가져올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고, 다양한 구종의 구사 능력 또한 좋았다. 다만 문제는 롯데의 현 상황이 여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중위권 팀들을 추격해야 하는 롯데는 찰리 반즈와 윌커슨의 '4일 휴식 후 등판'을 계획하고 있다.
월요일 휴식일이 끼면 자연스럽게 5일을 쉬고 나서는 경우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시즌 끝까지 이 로테이션을 유지하려면 체력이 필요하다. 윌커슨의 구종 구사 능력과 커맨드, 그리고 가지고 있는 좋은 멘탈과 성향은 증명이 됐다. 이제 마지막으로 증명해야 할 것은 이 능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체력과 내구성이 있느냐다. 이건 가봐야 안다. 지금 단계에서 예상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윌커슨은 6일 SSG전 이후 나흘을 쉬고 11일 KIA전에 나섰고, 다시 나흘만 쉬고 16일 경기에 출전했다. 16일 경기에서는 이전 경기들에 비해 체력이 더 빨리 떨어지는 기색이 있었다. 구속이 꾸준히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어도, 그 폭이 상대적으로 가팔랐다. 1회 147~149㎞의 공을 던졌으나 4~5회부터는 대다수가 145㎞ 남짓 혹은 미만의 공이었고, 6회 마지막 타자 최지훈에게 던진 패스트볼 구속은 141㎞였다.
롯데 벤치도 이런 점을 고려한 듯 6이닝까지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긴 윌커슨을 교체했다. 결국 윌커슨이 궁극적으로 성공을 거두려면 체력 문제를 이겨내야 한다. 윌커슨이 진짜 롯데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