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가장 뜨거운 투수 됐다" 공만 빠르던 기쿠치, 6G 연속 1실점 이하 호투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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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기쿠치 유세이가 6경기 연속 1실점 이하 호투를 이어갔다. 사진=게티이미지


더 이상 공만 빠른 투수가 아니다. 기쿠치 유세이(32)가 연일 안정감 넘치는 피칭으로 류현진(36)이 절정이었던 시기 기록과 나란히 섰다.

기쿠치는 지난 16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추가하고도 시즌 10승 달성에 실패했지만, 그의 호투에 힘입은 토론토는 2-1로 승리하며 가을야구를 향한 여정을 이어갔다.

큰 위기 없이 안정적으로 지켜낸 경기였다. 1회부터 7타자 연속 범타로 출발한 기쿠치는 5회까지 큰 무리 없이 무실점 이닝을 이어갔다. 6회 에드문도 소사의 안타 후 요한 로하스의 적시 2루타로 한 점은 내줬으나 위기를 길게 끌지 않고 추가 실점 없이 투구를 마쳤다.

이날 투구로 올해 총 24경기에 등판한 기쿠치는 9승 4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 중이다. 128과 3분의 1이닝 동안 탈삼진 132개를 쌓을 정도로 구위가 여전하다. 2019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데뷔한 후 아직 10승을 거둬본 적이 없으나 올해는 유력하다.

무엇보다 달라진 제구와 평균자책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9이닝당 볼넷이 5.2개에 달했고, 4시즌 통산 평균자책점은 5.02였다. 그러나 올해는 8월 중순인 지금까지 3점대 평균자책점에 9이닝당 볼넷은 절반 수준인 2.5개까지 내려갔다.

시애틀 시절 매년 부진했던 기쿠치가 토론토 선발진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았다. 지난해 토론토는 케빈 가우스먼과 알렉 마노아 원투 펀치가 단단했고, 한 시즌 부진했으나 역시 커리어가 뛰어났던 호세 베리오스, FA 이적생인 크리스 배싯까지 존재했다. 이전까지의 기쿠치라면 류현진이 복귀했을 때 선발진 생존을 자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마노아가 올 시즌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기쿠치는 호투했다. 여기에 류현진마저 복귀 후 호투하면서 토론토는 마노아를 마이너로 보내 재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실력으로 만든 생존이다. 기쿠치는 지난달 1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부터 최근 6경기 연속 1자책점 이하를 이어왔다. 토론토의 선발 투수 6경기 연속 1자책점은 지난 1988~1989년 데이브 스티엡과 2020년 류현진이 유이하다.

과감하게 기쿠치 영입을 결정했던 토론토의 결단도 성과를 거둔 셈이 됐다. 시애틀 시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온 그를 토론토가 영입한 건 빠른 구속을 살려 호투하게 만들 자신이 있어서였다. 토론토는 이미 2021년에도 로비 레이를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로 만든 바 있다. 기쿠치가 레이처럼 공격적 투구로 구위를 살려내면 충분히 가치가 있었고, 마침내 이를 이뤄냈다.

MLB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기쿠치가 인생 최고의 시즌,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짚었다. 매체는 "올해 1자책점 이하 투구가 13번으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블레이크 스넬(샌디에이고), 케빈 가우스먼(토론토), 브랙스턴 개럿(마이애미)을 제치고 MLB 전체 1위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전체 19위(3.44)에 올라있다"고 기쿠치의 활약을 조명했다.

MLB닷컴은 "1년 전 기쿠치를 본 사람들이라면 이 수치들이 꿈처럼 느껴지겠지만 어느새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선발투수 중 한 명이 됐다. 재능이 한꺼번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드라마틱하다"고 전했다.

기쿠치는 "난 항상 MLB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컨트롤에 문제가 있었지만 올해는 그게 좋아졌다. 존을 공략하며 타자를 아웃 잡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차승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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