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 정리+인사도 없이 떠났다? 파도파도 '미담'뿐…수술 전날까지 '조언', 마음 따뜻한 오타니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기본적인 것을 생각나게 해줬다"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각) 메이저리그를 발칵 뒤집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홈 맞대결이 끝난 뒤 옆구리 부상으로 결장을 거듭하던 오타니 쇼헤이의 라커룸이 깔끔하게 비워져 있다는 것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라커룸을 방문했던 미국 현지 언론의 기자들은 물론 팀 동료들까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미국 현지 복수 언론은 "에인절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경기가 끝난 뒤 오타니의 라커룸이 깨끗하게 정리됐다"고 보도했고, 오타니와 한솥밥을 먹고 있는 브렛 필립스는 "오타니는 어디로 갔나?"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LA 에인절스 관계자들은 "내일(17일) 상세한 내용을 밝히겠다"며 말을 아끼면서 많은 추측을 낳았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에인절스는 오타니가 라커룸을 정리한 이튿날 부상자명단(IL) 등록과 함께 '시즌 아웃'을 공식 발표했다. 오타니는 지난달 말 신시내티 레즈와 맞대결에서 우측 팔꿈치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고, 이후 타자로 경기 출전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옆구리에 염증까지 생기면서 결국 남은 시즌을 치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 오타니는 팀 동료들은 물론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 에인절스타디움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동료들도 모르게 모든 짐을 정리한 것과 FA(자유계약선수) 자격 획득을 앞두고 있는 까닭에 인사도 없이 떠난 오타니의 모습은 기존 선수들과 인연을 정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오타니의 마음은 여전히 따뜻했다.
일본 '풀카운트'는 오타니와 잭 네토 간의 훈훈한 이야기를 전했다. 네토는 지난 2022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3순위로 에인절스의 지명을 받은 '특급유망주'로 1년 만에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21일(이하 한국시각) 경기 종료 시점으로 75경기에 출전해 58안타 9홈런 32타점 35득점 타율 0.227 OPS 0.694를 기록 중이다.
네토는 지난 20일 탬파베이 레이스와 맞대결에서 4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는데, 이 홈런은 오타니 덕분에 만들어진 홈런이었다. '풀카운트'는 "오타니는 19일 경기가 끝난 뒤 팀을 떠났고, 네토는 탬파베이와 경기를 위해 이동했는데, 20일 오타니로부터 여러차례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풀카운트'에 따르면 네토는 "오타니가 내 영상을 보고 소감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줬고, 수 개의 영상을 보내오더라. 정말 고맙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오타니는 19일 경기에 앞서서도 네토에게 타격폼과 관련해 많은 조언을 건넸다. 팀을 떠나기 전과 떠난 뒤 수술을 받기 직전까지 후배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것.
네토는 "오타니가 '일관성 있는 폼을 만들어야 한다. 속구에 뒤지지 말아야한다'는 이야기를 해주더라. 타석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한 개선점을 이야기해줬고, 잊고 있었던 기본적인 것을 생각나게 해줬다. 내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오타니는 스카우트처럼 나를 봐준다. 정말 쿨한 일이다. 오타니는 내가 대성공을 거두기를 바란다"고 크게 기뻐했다.
공식저긍로 시즌을 마친 오타니는 지난 20일 수술대에 올랐다. 그동안 팔꿈치 수술 여부와 치료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해왔지만, 하루빨리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5년전 토미존 수술을 받았던 것과는 다른 부위의 부상이었지만, 앞으로 오랜 기간 '이도류'로 활약하기 위해 오른쪽 팔꿈치 인대 전체에 무게를 두고 수술을 받았다.
현재 오타니는 2024시즌 개막전 타석에 들어서는 것을 목표로 설정, 마운드에 서는 것은 2025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오타니는 수술이 끝난 뒤 SNS를 통해 "올해를 그라운드에서 마무리하지 못해 많이 아쉽지만, 최선을 다하고 노력해서 그 어느때보다 강한 다이아몬드로 빨리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사제공 마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