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의 무덤' 그 명성 어디 안갔다, 류현진 ERA 7.09 그곳서 플렉센과 한판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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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투수들의 무덤'이라는 그곳은 미국 콜로라도주 로키산맥 덴버의 다운타운에 자리하고 있다. 해발 1580m의 고지대에 위치해 공기 밀도가 평지보다 10% 정도 낮아 타구의 비거리가 8~10% 더 나온다. 이 때문에 홈플레이트부터 펜스까지의 거리가 다른 구장보다 길게 설계됐다. 펜스 길이는 좌 106m, 중앙 126m, 우 107m다. 또 습도 유지를 위해 담배 저장실로 불리는 '휴미더(humidor)'에 공인구를 보관한다.

1995년 개장한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 쿠어스필드는 점수가 많이 나는 구장으로 유명하다. 홈런과 안타가 폭발적으로 터지기 때문이다. 타자친화적(hitter-friendly) 구장이자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쿠어스필드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으로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가 작성한 이 구장 유일의 노히터(No-hitter)를 꼽을 수 있다. 그는 LA 다저스 시절인 1996년 9월 18일 9이닝 동안 4볼넷만 내주고 8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자신의 생애 두 개 중 첫 노히터를 이곳에서 달성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100마일 강속구를 던진 곳이기도 하다. 박찬호는 1996년 6월 28일 콜로라도전에서 전광판에 100마일이 찍힌 직구를 던진 적이 있다. 스탯캐스트라는 통일된 첨단 추적시스템이 도입된 건 2008년이다.


스탯캐스트가 분석한 올시즌 쿠어스필드의 파크팩터(Park Factor)를 들여다 봤다. 거의 모든 지표에서 1위다. 우선 득점에 대한 PF는 123으로 압도적 1위다. 다른 구장들보다 점수가 23% 더 많이 나온다는 얘기다. 안타 PF도 115로 역시 1위다. 2루타(124)는 3위, 3루타(209)는 1위다. 홈런은 108로 9위로 '명성'에 비해 낮은 편이다. 언급했 듯, 펜스까지의 거리가 평균적인 구장보다 5~8m 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항목들을 종합 평가한 PF는 111로 1위에 올라 있다. 2위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 펜웨이파크로 109다.

최근 쿠어스필드에 등판한 투수들의 성적도 봤다. 31일 열린 콜로라도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경기. 콜로라도 선발 카일 프리랜드는 5⅔이닝 동안 홈런 3개를 포함해 8안타를 얻어맞고 7실점했다. 반면 애틀랜타 선발 더라이어스 바인스는 6이닝 4언터 2실점으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퀄리티스타트를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전날 애틀랜타 선발 브라이스 엘더는 6이닝 8안타 4실점했고, 콜로라도는 5명의 투수가 나가 합계 18안타를 맞고 14점을 줬다. 콜로라도 투수들의 올시즌 홈경기 평균자책점은 6.13으로 이 부문 전체 꼴찌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4년 만에 쿠어스필드 마운드에 오른다. 9월 2일 오전 9시40분 콜로라도를 상대로 시즌 4승에 도전한다. 류현진은 지난 27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홈경기에서 5이닝 4안타 3실점(2자책점)의 호투를 펼치며 시즌 3승을 거뒀다. 지난 14일 시카고 컵스전(5이닝 2안타 2실점), 21일 신시내티 레즈전(5이닝 4안타 2실점)에 이은 3연승 행진 중이다.

류현진도 쿠어스필드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통산 6경기에 등판해 26⅔이닝을 던져 1승4패, 평균자책점 7.09, WHIP 1.95, 피안타율 0.342를 기록했다. 난타를 당했다. 다만 가장 최근 쿠어스필드 등판 기억은 좋다. 다저스 시절인 2019년 8월 1일이다. 당시 6이닝 3안타 1볼넷 무실점의 호투를 펼친 바 있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는 곳이다. 이날 콜로라도 선발은 KBO 출신 크리스 플렉센이다. 2020년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한 플렉센은 202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해 14승을 올리며 정상급 선발로 올라섰으나, 기세를 잇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 6월 28일 지명할당조치돼 뉴욕 메츠로 옮겼으나, 곧바로 방출됐다. 그러자 선발진이 붕괴된 콜로라도가 플렉센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영입했다.

플렉센은 콜로라도 이적 후 6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5.87로 기록 중이다. 다만 최근 2경기에서 합계 11이닝 11안타 5실점(3자책점)으로 안정을 찾고 있는 상태다.

콜로라도는 후반기 팀 타율(0.233)이 NL 11위, 팀 OPS(0.695) 12위 , 평균 득점(4.43) 8위, 팀 홈런(52개) 9위 등 공격력이 허약하다. 그러나 라이언 맥마혼(0.249, 22홈런, 67타점, OPS 0.790), 엘리아스 디아즈(0.271, 13홈런, 62타점, OPS 0.741), 에제키엘 토바(0.255, 15홈런, 62타점, OPS 0.714), 찰리 블랙몬(0.288, 7홈런, 32타점, OPS 0.833)은 요주의 타자들이다.

토론토는 31일 워싱턴 내셔널스를 7대0으로 누르고 73승61패를 마크, AL 와일드카드 3위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승차를 2.5경기로 좁혔다. 토론토의 가을야구 운명이 류현진이 선봉에 서는 2~4일 쿠어스필드 3연전서 판가름날 수 있다.
 

기사제공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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