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억 쓰길 잘했다, 한화 이렇게 사랑하고 헌신하는데…"돌아올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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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양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한화로 돌아올 수 있게 기회를 주셔서 구단에 감사하다."

한화 이글스 우완 이태양(33)이 1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선발승을 챙기고 남긴 말이다. 이태양은 5이닝 63구 4피안타 무4사구 1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4-3 승리를 이끌었다. 한화 소속으로는 2017년 6월 18일 대전 kt 위즈전(5이닝 3실점 2자책점) 이후 2250일 만에 거둔 값진 선발승이었다.

이태양은 효천고를 졸업하고 2010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36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다 2020년 6월 트레이드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로 이적했다. SSG에서 3년을 보내면서 스윙맨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지난해는 통합 우승까지 했다.

SSG는 이태양이 단기간에 투수로서 성장할 기회를 주고, 우승 경험까지 제공한 고마운 구단이었으나 그래도 늘 마음 한쪽에는 친정 한화를 향한 마음이 있었다. 우승 반지를 낀 직후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을 때 친정 복귀를 결심한 이유다. 한화는 이태양에게 2년 25억원을 안기며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시즌 막바지로 향하는 지금. 이태양은 이미 밥값 이상의 몫을 해내고 있다. 필승조, 추격조, 롱릴리프, 선발 등 어느 보직을 맡겨도 가리지 않고 턱턱 맡아서 임무를 해냈다. 결과까지 좋았다. 이태양은 올 시즌 41경기(선발 3경기)에 등판해 2승, 2홀드, 60⅔이닝, 평균자책점 2.37을 기록했다. 투수 조장으로 보여주는 리더십은 말할 것도 없다. 25억원이 아깝지 않은 헌신이다.

이태양은 "나 같은 선수 있으면 감독님, 코치님도 편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활짝 웃었다.

16일 NC전은 올해 이태양이 선발 로테이션에 정식으로 합류해 나선 첫 경기였다. 선발 욕심은 늘 마음에 품고 있었지만, 후배들이 먼저 기회를 얻고 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러다 최근 한승혁과 장민재가 나란히 부진해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탈했고, 최원호 한화 감독은 결국 이태양에게 손을 내밀었다.

▲ 이태양 ⓒ곽혜미 기자


이태양은 간절히 바랐던 선발 기회였기에 제대로 해내고 싶었다. '불펜 등판만 해서'라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았다. 그는 "선발투수인데 60구 70구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럴 거면 선발로 안 던지고 말지, 벌써 (시즌이) 40경기 정도밖에 안 남아서 몸은 다 돼 있다. 던지면 80구까지 던질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이야기했다.

이태양은 공격적인 투구로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려 나갔다. 63구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46개에 이르렀다. 직구(24개) 슬라이더(17개) 포크볼(11개) 커브(11개)를 적재적소에 섞으면서 NC 타선을 잠재웠다. 80구까지 투구 수는 여유가 있었지만, 올해 처음 5이닝 투구를 한 만큼 욕심내지 않고 6회부터 주현상에게 공을 넘겼다.

2250일 만에 한화에서 선발승을 챙긴 감격이 앞섰다. 이태양은 "이렇게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고 선발승을 할 수 있어 기분 좋다. 잠깐 떠나 있었지만, 마음에 한화를 향한 애정이 있었다. 한화로 돌아올 수 있게 기회를 주셔서 구단에 감사하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항상 불펜에 있었지만, 연습 때부터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고 생각해 기회를 기다렸다. 나는 FA를 했으니까 후배들에게 기회가 먼저 가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연습 때부터 모든 구종을 조금 더 완벽하게 던지려고 계속 준비했다. 불펜으로 나갔을 때도 연습해본 게 있었고, 기회가 왔을 때 마음껏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급작스러운 선발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공을 야수들에게 돌렸다. 이태양은 "좋은 수비 덕분이다. 불펜으로 나갈 때는 그 상황에 맞게 짧은 이닝을 던지니 삼진을 잡으려 하지만, 선발로 나갔을 때는 긴 이닝을 던져야 하니까 삼진보다는 적은 투구 수로 길게 던져야 좋다.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들려 하는데, 좋은 수비가 뒷받침돼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 SSG 랜더스 시절 이태양 ⓒ SSG 랜더스


SSG를 향한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고 표현했다. 이태양은 "작년에 좋은 선배와 후배들 만나서 좋은 경험을 했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다. 경험은 돈 주고도 못 산다는 게, 그렇게 큰 경기를 해보니까 내가 많이 나간 주연은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게 야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초구도 그냥 던지는 게 아니라 2, 3구까지 생각하고 던지게 되고, 위기가 와도 스스로 쫓기는 게 없어졌다. 그런 점에서 감사하다"고 힘줘 말했다.

남은 시즌 선발투수로 팀에 더 많은 승리를 안기는 것을 목표로 지금처럼 힘껏 달려보려 한다. 이태양은 "기회가 다시 와서 감사한 마음으로 던졌다. 아직 선발로 오늘(16일) 한 경기 잘 던진 거니까. 이런 걸로 일희일비하지는 않는다. 나도 선발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구단과 팬분들께 보여 드릴 수 있어 기분 좋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최 감독은 그런 이태양에게 "언제나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임무를 잘해주고 있다. 선발로서도 5이닝을 깔끔하게 막아줬다. 정말 훌륭한 피칭을 보여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이태양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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