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현이 본 허훈, “100% 몸 상태는 아니었다”
“(허)훈이가 100%일 때는 안 붙고 싶다”
인천 전자랜드는 지난 27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부산 kt를 84-62로 꺾었다. 시즌 두 번째 연승을 달렸다. 6승 1패로 단독 선두를 지켰다.
동갑내기 가드인 전자랜드 김낙현(184cm, G)과 kt 허훈(180cm, G)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김낙현과 허훈은 시작부터 붙지 않았다.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 2쿼터가 되고 나서야, 두 선수의 맞대결이 시작됐다.
김낙현이 2쿼터를 지배했다. 풀 타임을 나섰고, 9점(3점 : 2/3) 4어시스트 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양 팀 선수 중 2쿼터 최다 득점과 최다 어시스트를 동시에 달성했다.
반면, 허훈은 그렇지 않았다. 허훈은 2쿼터에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야투 7개(2점 : 4개, 3점 : 3개)를 모두 놓쳤다. 허훈 특유의 공격력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3쿼터에도 마찬가지였다. 김낙현은 3쿼터에 5분 12초 동안 5점을 기록한 반면, 허훈은 3쿼터 3분 4초 동안 3점슛 1개만 시도했다.
그 사이, 승부는 전자랜드로 기울었다. 전자랜드는 가드진의 폭발력과 3-2 지역방어를 앞세워 kt를 압도했다. 3쿼터를 67-47로 마쳤고, 4쿼터에도 그 흐름을 이었다.
김낙현은 이날 22분 3초 동안 16점(3점 : 3/4) 7어시스트 2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양 팀 국내 선수 중 최다 득점. 그러나 허훈은 14분 49초 동안 한 점도 넣지 못했다. 2점슛 4개와 3점슛 4개를 시도하는데 그쳤다.
김낙현의 완승이었다. 하지만 김낙현은 이날 경기를 생각하지 않았다. 허훈의 상황을 생각한 것. 이유가 있다. 허훈이 최근 2경기 모두 연장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김낙현은 ‘허훈의 체력 저하’를 우선으로 여겼다.
그래서 “(훈이가) 처음에 공격할 때는 평소 때의 스피드와 같았다. 그런데 경기를 치르면서 슛이 계속 짧고, 슈팅 성공률도 떨어졌다. 수비하면서 ‘훈이가 체력적으로 힘들구나’라는 걸 느꼈다”며 평소와 다른 허훈을 이야기했다.
또한, “훈이가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했다면, 나도 오늘 경기에서 쉽지 않았을 거다. 초반에 훈이를 막느라, 슈팅 감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훈이가 빠져있어서, 공격을 쉽게 풀었던 것 같다”며 허훈의 부재를 다행으로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허)훈이가 100% 상황일 때는 붙고 싶지 않다.(웃음) 만약 다음 라운드에서 붙게 된다면, 수비에 중점을 두는 게 맞는 것 같다. 오늘처럼 훈이가 막히면, kt가 아무래도 다 막히는 것 같았다. 훈이부터 막아야 한다고 본다”며 다음 라운드에서는 허훈을 막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라이벌’은 말 그대로 경쟁 관계다. 싸워야 하는 곳에서 피터지게 싸워야 한다. 하지만 싸우는 곳 밖에서는 서로를 인정해야 한다. ‘라이벌’은 그런 관계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
김낙현과 허훈도 마찬가지다. 둘은 서로를 인정하는 사이다. 그런 게 전자랜드와 kt전에서 나온 것 같았다. 김낙현의 말 속에 그런 걸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