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위기 극복한 36세 양우섭의 절실함…아내의 눈물
[OSEN=잠실, 서정환 기자] 절실하게 노력하는 선수는 누구든 이길 수 있다. 양우섭(35, SK)이 보여주고 있다.
서울 SK는 2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1라운드’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83-80으로 제압했다. 5승 2패의 SK는 선두 전자랜드(5승 1패)를 바짝 추격하며 2위를 달리고 있다.
승리의 주역은 양우섭이었다. 그는 고비 때마다 3점슛 7개를 적중시키며 25점을 폭발시켰다. 3점슛 7개는 양우섭의 개인최다성공 신기록이다. 25점 역시 개인최다득점 26점에 단 1점이 모자랐다.
비시즌 LG와 계약기간이 끝난 양우섭은 누구도 원하는 팀이 없어 은퇴위기에 몰렸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양우섭은 문경은 SK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태풍이 문 감독에게 직접 전화해서 마지막 기회를 잡았던 적이 있다. 양우섭도 마찬가지였다.
전태풍 은퇴로 베테랑 가드가 필요했던 문경은 감독은 양우섭의 손을 잡았다. 문경은 감독은 “김선형이 쉬는 시간에 체력을 세이브할 수 있는 선수로 데려왔다. 양우섭이 이렇게까지 잘해줄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양우섭은 SK에서 장기인 수비는 물론 공격까지 눈을 떴다. 양우섭의 재능을 재발견한 문경은 감독은 김선형, 최성원, 변기훈과 함께 세 명의 단신선수를 동시에 기용하는 ‘스몰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양우섭의 슛이 갑자기 좋아진 것은 아니다. 그는 '수비전문'이라는 꼬리표때문에 공격에서 제대로 역할을 받아보지 못했다. 선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결국 감독에게 달렸다. 양우섭은 “내가 운동을 쉬는 타입이 아니다. LG에서도 운동을 쉰 적이 손에 꼽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문경은 감독은 적극적으로 슛을 던지라고 한다”며 믿음을 보였다.
SK관계자는 “KGC전이 끝난 뒤 양우섭의 아내를 만났다. 계약해줘서 고맙다며 갑자기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전했다. 남편의 은퇴위기를 곁에서 지켜보며 내조를 하던 아내도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현재까지 활약을 보면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쪽은 SK다. 양우섭은 이미 연봉 3500만 원 이상의 활약을 충분히 했다. 그는 다음 시즌에 충분히 다시 억대 연봉에 진입할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양우섭의 몸관리와 열정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일부 젊은 선수들 중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벤치에 앉아 ‘감독이 기회를 주지 않는다’며 환경 탓만 하는 선수들이 있다. 절실함이 부족한 그들에게 ‘과연 양우섭만큼 노력을 해봤는가’라고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