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뺨치는 역대급 '경우의 수' 등장, 사상 첫 다득점까지 따지나
4년마다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아니다. 월드컵에서 친숙하게 봐왔던 16강 경우의 수가 아닌, KBO 리그 5강 경우의 수다. NC의 정규 시즌 우승이 확정된 가운데, 역대급 2~5위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월드컵 뺨치는 '경우의 수'까지 등장했다.
당초 가장 유리한 건 LG로 보였다. 2위 확정 매직 넘버를 LG가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NC의 우승이 확정된 지난 24일 경기서 LG가 비기면서 공은 KT로 넘어오게 됐다.
KT는 2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와 홈 경기서 10-5로 승리했다. 앞서 20일에는 KT가 LG에 6-7로 패배, 2위 싸움에서 KT보다 LG가 한발 앞서가는 듯했다. 당시 LG가 남은 4경기에서 모두 승리한다면 자력으로 2위를 확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LG는 23일 잠실 KIA전에서 8-4로 승리했으나, 24일 NC와 창원 원정 경기에서 3-3 무승부를 거두며 자력 2위 확정 기회를 KT에 넘겨주고 말았다.
26일 기준, LG는 79승4무59패(승률 0.572)로 2위, KT는 79승1무60패(승률 0.568)로 3위, 키움은 80승1무62패(승률 0.562)로 4위다. 세 팀 간 승차는 0.5경기씩이다. 5위는 두산으로 76승4무61패(승률 0.555)다. 4위 키움과 승차는 1.5경기.
KT는 이제 경우의 수가 단순해졌다. 남은 4경기를 다 잡으면 자력으로 2위를 확정한다. KT는 26~27일 광주 KIA 2연전, 28~29일, 대전 한화 2연전을 각각 남겨놓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25일 롯데전에 앞서 "이제 우리가 (2위) 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는데 놓치고 싶지 않다. 쓸 수 있는 자원을 다 쓰면서 마지막까지 해보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KT는 이번 주 데스파이네-쿠에바스-소형준-배제성으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KT가 4연전을 치르는 반면, LG는 띄엄띄엄 경기가 있다. 26일과 27일 휴식 후 28일 대전서 한화를 상대한다. 또 하루를 쉰 뒤 30일 SK와 원정 최종전을 치른다. 일단 28일 '에이스' 켈리가 나설 수 있으며, 30일에는 '1+1'을 비롯해 불펜 총력전이 가능하다.
근데 상대 전적은 물론, 초유의 다득점으로 순위를 가릴 가능성이 존재해 관심을 끈다. 두산이 3승을 하고 LG가 2패를 할 경우, 두 팀의 승률은 0.564로 같아진다. 이 경우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9승1무6패로 앞선 두산이 상위에 자리한다. 때에 따라서 두산이 남은 3경기를 다 잡은 뒤 LG와 KT의 경기 결과에 따라 2위에도 오를 수 있다.
심지어 더 나아가 다득점까지 계산해야 할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KT가 향후 2승 2패를 하고 키움이 1승을 할 경우, 나란히 승률은 0.566가 된다. 또 KT가 1승 3패, 키움이 1패시 승률은 0.559로 역시 동률이 된다.
KBO 리그 규정(제1장 KBO 정규시즌 제3조 연도 구단순위 및 기록 3항)에 따르면 정규 시즌 제2,3,4,5위가 2개 구단 또는 3개 구단 이상일 경우에는 '해당 구단 간 경기에서 전체 전적 다승', '해당 구단 간 경기에서 전체 다득점', '전년도 성적순'으로 순위를 결정한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올 시즌 두 팀의 상대 전적은 8승 8패로 동일하다. 그러면 이제 다득점을 따져야 한다. 올해 양 팀 간 16차전 득점을 합치면 키움이 90득점, KT가 77득점을 각각 올렸다. 따라서 만약 다득점으로 순위를 가린다면 키움이 우위에 서게 된다. 지난 38년 동안 KBO 리그 역사에서 상대 전적으로 순위를 가린 적은 있어도, 해당 팀 간 다득점으로 순위가 갈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포스트시즌에서 2위와 3위, 3위와 4위, 4위와 5위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다. 이제 그 치열했던 2020 KBO 리그 정규 시즌도 31일 NC-KIA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과연 이 뜨거운 2~5위 싸움에서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