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복귀 이보미 "KLPGA 후배들 자극…배워야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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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JLPGA 투어 여왕' 이보미(32)가 일본 투어에 복귀한다. 이보미는 "올해 KLPGA 투어에서 뛰면서 후배들에게 많은 자극을 받았다. 내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수원시 광교의 이보미골프아카데미에서 만난 이보미는 "한국에서 생각했던 것만큼 성적은 좋지 못해서 아쉽지만 그래도 혼자 얻은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았다. 보완해야 할 점도 확실하게 알게 됐다"고 돌아봤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가 주 무대인 이보미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출전했다. JLPGA 투어에서 쌓아 올린 업적(통산 25승)으로 영구 시드를 얻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보미는 9개 대회에 출전해 톱 텐 한 차례에 오르는 데 그쳤다. 이보미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체력 관리를 못 했기 때문에 코스 안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스윙을 고치면서 한 패턴으로만 미스하던 게 두 패턴씩 안 좋은 결과가 나와 코스 매니지먼트에 어려움을 느꼈다. 한국에서 하우스 캐디를 쓰는 등 혼자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부족한 부분을 많이 느꼈다"라며 "일본에 가면 완벽하게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나의 팀과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일본에 진출하기 전 이보미는 KLPGA 투어에서도 통산 4승, 2010년 대상·상금왕·최소 타수 상을 석권하는 등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다. 10년 만에 돌아오니 격세지감을 느꼈을 법도 했다.

이보미는 "예전엔 잘 친 선수가 10~20명 안쪽이었다면 지금은 정말 많은 선수가 우승 후보라고 생각된다. 상위권 선수들 실력이 단점이 없다고 느껴진다. 보고 있으면 멋있다. 많이 자극됐고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가장 눈에 띈 후배는 박현경(20)과 임희정(20)"이라고 말했다.



아카데미를 연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보미는 "요즘 볼, 스피드가 빠른 추세여서 나도 그에 맞춰 연습하고 있다.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코스, 실외 연습장에서 연습할 땐 오로지 감으로만 스윙 교정을 했는데 데이터를 보면서 스윙을 고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스튜디오에서 연습하다 보니까 도움이 많이 돼서 데이터 장비가 있으면 연습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겠다 싶어 아카데미를 오픈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보미골프아카데미는 스튜디오와 피팅 숍을 갖췄다. 이보미, 박현경, 김주형(18) 등을 지도하는 이시우 헤드 프로 중심으로 강민웅, 최지희 등 5명의 프로가 레슨을 맡았다. 각 스튜디오에 QED 모니터를 설치했다.

이보미는 "더 빨리 피드백을 얻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8년 전부터 운영한 스크린 골프장에 레슨을 받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아 이보미의 어머니와 큰 형부가 아카데미를 같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보미 본인도 선수 생활 은퇴 후 레슨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한다.



이보미는 19일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2주 격리 후 3개 대회를 소화할 예정이다.

이보미는 "격리 중엔 혼자서 트레이닝하는 것밖에 없다. 그래도 나가는 대회들은 코스를 다 알고 있고 좋아하는 코스여서 빨리 적응해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밝혔다.

2007년부터 14년 동안 쉬지 않고 투어 생활을 하다 보니 승리욕 가득했던 20대와 달리 목표도 부드러워졌다.

이보미는 "당장 우승하겠다 이런 것보다 꾸준하게 골프 치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 예전엔 목표가 당연히 1위, 상위권이었다면 지금은 안 아프고 내가 원하는 스윙, 원하는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한다. 예전엔 이런 게 당연했던 건데 지금은 많이 노력해야지만 되는 것이어서 버겁긴 하지만 그것도 나름 재밌다. 목표만 보고 달려온 게 많이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남은 목표는 내가 힘들지 않은 것이다"고 말했다.

인간관계에서도 그렇다. 어렸을 땐 경쟁자라고만 생각했던 동료들이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다.

1988년생 박인비, 신지애, 최나연, 김하늘, 이정은, 1990년생 유소연과 함께 88년생 모임에 속해 있는 이보미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친한 건 아니었다. 다들 목표가 같았기 때문에 경쟁하는 관계였다. 지금은 돈독하게 친하게 지내고 만나면 고민을 서로 얘기한다. 지금은 나이가 들고 유해지면서 서로를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고 응원한다. 다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누구 한 명이라도 우승하면 그날 단톡방은 난리가 난다. 진심으로 축하해준다"고 설명했다.



이보미는 지난해 12월 배우 이완과 결혼했다. 이보미가 JLPGA 투어 복귀를 위해 19일 일본으로 떠나면서 결혼 후 처음으로 롱디(서로 멀리 떨어져 살면서 하는 연애) 부부가 됐다.

이보미는 "격리, 비자 문제가 있어서 남편은 같이 안 가고 나 혼자 간다. 결혼하고 처음 떨어지긴 하지만 올해 뜻밖에 좋은 시간을 많이 보냈다. 성적이 안 나와서 힘들 수도 있었는데 남편이 많이 위로해줘서 지금까지 잘 왔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이벤트 대회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선 이완이 캐디로 나서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이보미가 인터뷰하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던 이완은 "캐디비가 아직 안들어왔다"고 농담해 이보미를 웃게 했다.

이보미가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하자 시댁 반응은 어땠을까. 배우 김태희와 가수 비가 시누이와 시매부다.

이보미는 "혼자 가야 하니까 어머님이 가장 걱정하셨다. (김)태희 언니나 아주버님은 확실하게 일에 대해 프로페셔널함이 있으셔서 그런지 가서 조심하고 잘하고 돌아오라고 얘기해주셨다. 시댁에서 항상 걱정해주시고 이해, 배려해주셔서 너무 편하게 지낸다. 많은 분이 '시월드' 얘기를 하니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날 너무 예뻐해 주셔서 가족 모임도 너무 즐겁고 힐링한다. 가족 모임도 한 달에 한 번은 할 정도"라며 "올해 작은 아주버님이 싹쓰리로 너무 잘 되시고 태희 언니도 드라마가 잘 돼서 가족 분위기가 아주아주 좋다"고 설명했다.

시댁 가족과 가끔 라운드를 나간다는 이보미는 "큰 언니 부부가 굉장히 잘 치셔서 그 멤버로는 자주 치는 편이다"면서 "우리 남편도 잘 친다. 골프를 정말 좋아한다"라며 깨알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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