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나는 멍청이” 정찬성, 오르테가 꺾은 할로웨이와 격돌?
경기 후 SNS 통해 “3라운드부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백
현지서는 다음 상대로 전 챔프 할로웨이와 바르보자 등 거론
정찬성(33)이 예상 밖 완패에 자책했다.
‘랭킹 4위’ 정찬성은 18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UFC 파이트나이트 180’ 메인이벤트 페더급(챔피언: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 매치에서 ‘랭킹 2위’ 브라이언 오르테가(29·미국) 전략에 막혀 심판전원일치 판정패(45-50/45-50/45-50)라는 뼈아픈 결과를 안았다.
오르테가전은 타이틀전 이상의 긴장과 기대를 키워왔던 중요한 한판이었다. 지난 15일 UFC 화이트 대표는 ESPN 등을 통해 “승자가 타이틀 도전권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승자가 타이틀샷을 받는다는 얘기다.
정찬성은 2013년 조제 알도전 이후 7년 만의 페더급 타이틀전을 꿈꿨다. 하지만 ‘링러스트’ 우려에 휩싸였던 오르테가의 봉쇄 전략을 깨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졌다. 유효타 적중 수치에서도 62-127로 두 배 이상 뒤졌다. 최근 정찬성 경기에서 보기 드문 완패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정찬성의 우위를 전망했다. 결전지 UAE에 도착해 아내 박선영 씨에게 “다 왔다. 고마워요”라며 긴 훈련 기간 믿고 따라와준 아내에게 고마움의 메시지를 전한 정찬성은 특유의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반드시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며 신중한 경기운영을 예고했다.
그러나 오르테가는 실전을 치르지 못한 20개월 사이 업그레이드 됐다. 매우 영리한 전략을 들고 나와 카운터를 비롯한 정찬성의 위협적인 공격 무기들을 사전 차단했다. 거리를 두면서도 매서운 잽과 스트레이트로 정찬성을 괴롭혔다. 정찬성 공격의 맥을 끊는 테이크다운 속임수와 킥 캐치 능력까지 뽐내며 완전히 주도권을 잡았다.
흐름을 빼앗긴 정찬성은 2라운드 들어 적극적으로 달려들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지만 접전 중 오르테가에게 백스핀 엘보를 얻어맞고 쓰러졌다. 이후 정찬성에게서 이전의 정찬성 같은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기 후 정찬성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자책의 글을 남겼다. 2라운드 4분께 허용한 백스핀 엘보 이후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정찬성은 "3라운드부터 기억이 없다. 어떻게 싸웠는지 모르겠다"면서 “오르테가가 정말 잘 싸웠다. 내가 너무 부끄럽다. 그런 뻔한 엘보를 허용한 내가 멍청이”라고 적었다.
절박했던 경기를 놓친 정찬성은 일단 타이틀 도전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오르테가 또는 최상위권의 상대를 한 번은 꺾은 뒤 체급 타이틀 전선의 구도를 살피며 기회를 노려야 한다.
ESPN 등 현지언론들은 전 챔피언 맥스 할로웨이(28·미국)나 라이트급에서 내려온 에드손 바르보자(34·브라질) 등이 다음 상대로 거론된다. 전 챔피언 할로웨이는 볼카노프스키에게 2연패를 당하기 전까지 페더급 16연승을 질주했고, 두 체급 챔피언을 노릴 만큼 ‘절대 강자’로 꼽혔던 파이터다. 정찬성도 화끈한 할로웨이의 팬이다.
약 2년 전 치른 타이틀 방어전에서 오르테가를 상대로 압도적인 타격으로 4라운드 닥터스톱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정찬성에게 매우 벅찬 상대다. 카운터를 피하는 원거리 공격 등 정찬성 공략법이 오르테가전에서 노출된 것도 부담이다.
반대로 상품성이 충분한 정찬성이 할로웨이 같은 대어를 낚는다면 체급의 구도와 부상자 발생 등에 따라 이른 시일 절호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