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렁쩌렁 박정아… 살랑살랑 ‘봄 배구’
“봄 배구만 간다면 ‘2연패’는 자신 있어요(웃음).”
17일 현대건설과의 경기를 3-1로 이기고 열흘 동안 경기가 없는 꿀맛 같은 휴식기에 들어간 한국도로공사 주포 박정아(26)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이달 들어 5연승을 달린 도로공사는 선두 흥국생명(17승 8패, 승점 51)을 바짝 추격(2위·17승 9패, 승점 48)하며 3위 팀까지인 포스트시즌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기 때문이다. 박정아는 “시즌 초중반까지는 정말 힘들었는데 여기까지 왔다. 끝까지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지난달까지 도로공사의 팀 분위기는 초상집에 가까웠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의 피로감으로 시즌 초 배유나(30) 등 주전들이 전력에서 빠졌고, 재계약한 외국인선수 이바나(31)도 어깨부상의 후유증으로 결국 짐을 쌌다. 지난달에는 꼴찌 현대건설과 두 번 만나 모두 지는 치명타를 맞기도 했다. 이효희(39) 정대영(38) 등 노장이 많아 팀의 페이스가 처지자 조심스레 “이번 시즌에는 힘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박정아 덕택에 도로공사는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현대건설, KGC인삼공사가 외인의 부재 속에 공격 활로를 못 찾고 속절없이 무너진 사이 도로공사는 박정아가 경기당 20점 이상을 기록하는 활약 속에 최소한 이겨야 할 땐 이기며 버텼다. 그 사이 바뀐 외국인 파튜(34)가 팀 적응을 마치고 박정아와 ‘쌍포’ 역할을 해주면서 봄이 가까워지는 시점에 5연승을 거두며 리그에서 가장 매서운 팀으로 거듭났다.
시즌 종료까지 4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4위 GS칼텍스가 외국인 알리(28)의 부상이라는 악재를 맞아 도로공사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도 매우 높아졌다. 경북 김천 훈련장에서 매일 청백전을 치르며 실전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박정아는 “오래 쉬다 경기를 치르면 못하는 징크스가 있다. 이걸 깨야 진짜 봄 배구가 손에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아의 데뷔 첫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수상 여부도 관심사다. 연일 맹활약하며 득점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525점·전체 2위) 시즌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의 선두를 이끌고 있는 이재영(23) 등이 유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박정아는 시즌 초반인 지난해 12월 동료들이 직접 꼽는 동아스포츠대상을 수상해 상에 관한 기분 좋은 추억이 있다.
“제가 만족할 만큼 상은 받아 봐서 특별히 상 욕심은 없어요. 다만 저도 선수니까 당연히 팀 2연패를 이끌고 싶은 욕심은 나죠(웃음).”
그의 다짐대로 이번 시즌 도로공사가 가장 높은 곳에 오른다면 손사래 친 데뷔 첫 정규시즌 MVP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