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킹’ 제임스… ‘황제 카리스마’ 조던
2003년 만 18세 소년이 미국프로농구(NBA) 클리블랜드에 입단했다. 그의 유니폼에는 23번이 새겨져 있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6)의 분신과도 같은 숫자. 현역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킹’ 르브론 제임스(35)는 “내 우상이자 코트의 영원한 스타인 조던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등번호 선택 이유를 밝혔다.
30대 중반이 된 이번 시즌 제임스의 LA 레이커스 유니폼에는 여전히 23번이 달렸다. 그는 18일 올스타전에 앞서 “위대한 조던을 닮고 싶다. 그의 업적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조던을 바라보고 달려온 제임스는 이제 조던을 넘어설 순간을 맞았다. 19일 현재 통산 3만2082점을 기록한 제임스는 통산 득점 4위 조던(3만2292점)에 210점 차로 다가섰다. 올 시즌 평균 26.8득점을 기록하고 있어 앞으로 8경기 정도를 더 뛰면 조던과 순위를 맞바꿀 수 있다.
때맞춰 최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조던과 제임스 중 누가 더 위대한가를 조명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조던은 ‘득점 머신’, 제임스는 ‘팔방미인’이다. 조던은 결정적인 순간 빛나는 해결사 능력이 뛰어나고 공격에 특화됐다. 반면 제임스는 득점 외에 패스 어시스트 리바운드 등에서도 크게 기여하며 플레이메이커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통산 득점에서는 조던이 16번째 시즌을 맞은 제임스에게 추월을 앞두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꾸준히 출전 경기 수를 늘려 가고 있는 제임스가 NBA 통산 득점 랭킹 3위 코비 브라이언트도 넘어설 공산이 크며 40세에 은퇴한 득점 2위 칼 멀론, 42세에 코트를 떠난 카림 압둘자바의 득점 1위 기록에도 도전할 만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격의 순도 면에서는 조던이 제임스에게 앞선다는 평가다. 조던은 15시즌을 뛰는 동안 부상, 야구 선수로의 변신 및 잠정 은퇴 등으로 코트를 자주 떠나 있었으면서도 경기당 평균 득점이 역대 최고인 30.1점에 이른다. 조던은 10차례 NBA 득점왕에 올랐다. 경기당 평균 27.1점을 기록한 제임스는 한 차례 득점 1위를 차지했다.
조던은 절체절명의 순간 팀의 운명을 걸고 나서는 승부사적 기질이 있었다. NBA 선수 출신인 해설가 브루스 보언은 “조던은 내가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언제든 짊어지고 결국 해냈다. 이런 면에서 제임스는 의문부호가 붙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조던은 시카고 시절 팀을 두 차례 3연패로 이끌며 통산 6번 챔피언 트로피를 안았다. 6번 모두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제임스는 마이애미에서 2차례, 클리블랜드에서 1차례 등 3개의 우승반지를 끼었다.
조던의 장점 중에는 보는 이의 눈이 휘둥그레지게 하는 ‘시각적 화려함’도 있다. 탁월한 수비 능력과 창의적인 돌파, 곡예에 가까운 레이업슛 등 다양한 응용 동작 및 플레이가 그렇다. ‘에어’라는 별명처럼 2초에 가까운 체공 시간과 엄청난 탄력을 이용했다.
203cm의 제임스는 198cm의 조던과 비교하면 좀 더 힘을 앞세우는 플레이를 한다. 또 제임스는 통산 트리플 더블(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가로채기, 블록슛 등에서 3개 부문 두 자릿수 기록)을 76차례 작성해 조던(28회)에게 크게 앞섰다. 트리플 더블은 득점뿐 아니라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 다른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렵다.
조던이 천재라면 제임스는 노력형에 가깝다. 매직 존슨 레이커스 사장은 “제임스가 수년간 3점슛과 수비 능력을 끌어올리며 진화했고, 팀 동료들과의 융화에도 애를 쓴 점은 높이 사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는 기량 향상과 컨디션 관리를 위해 연간 150만 달러(약 17억 원)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