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는 흔들리지 않았다" 통역 쇼크에도 꿋꿋, 韓에서 남긴 마지막 말은 "수고하셨습니다"…

[BO]악어 0 7105 0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메이저리그에 '이도류 신드롬'을 일으킨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통역 쇼크'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오타니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오타니가 샌디에이고와 개막전을 치렀던 지난 20일만 하더라도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었다. 오타니는 다저스 데뷔 첫 안타를 신고하고 2루 도루에 성공하면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는데 2루에 들어가자 한국인 유격수 김하성에게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면서 특유의 친화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다저스는 오타니의 활약을 앞세워 5-2로 승리하고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오타니가 개막전에 남긴 것은 5타수 2안타 1타점 1도루의 활약이었다.

그런데 다음날인 21일 오타니를 둘러싸고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다. 오타니의 통역사를 맡았던 미즈하라 잇페이가 불법 도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난 것.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최대 지역지 'LA 타임스'는 "오타니의 변호인이 오타니의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 씨를 절도 혐의로 고발했고 다저스 구단이 미즈하라를 해고 조치를 했다"고 보도했다.

'LA 타임스'는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는 매튜 보이어라는 불법 도박업자를 조사 과정에서 오타니의 이름이 거론됐고 이를 전해들은 오타니의 변호인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오타니의 통역사인 미즈하라 씨가 거액의 불법 도박을 저질렀고 오타니의 개인 자금을 도용했다고 하더라"고 밝혔다.이날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인 'ESPN'도 "오타니의 통역으로 유명한 미즈하라가 수백만 달러 상당의 도박 빚을 가지고 있었다"라면서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최소 450만 달러(약 60억원)를 둘러싼 의혹이 있어 21일 해고 조치가 됐다. 오타니의 오랜 친구이자 통역을 담당한 미즈하라 잇페이는 미국 연방 정부가 조사 중인 남부 캘리포니아의 한 도박 업체에 도박 빚을 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미즈하라는 불법 스포츠 베팅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NBA, NFL 등 북미 프로스포츠는 물론 유럽축구, 대학 미식축구 등 다양한 종목에서 베팅을 즐겼다. 그러면서도 "메이저리그 경기에는 베팅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즈하라는 'ESPN'과 인터뷰를 통해 "오타니가 나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직접 송금을 해줬다"라고 주장한 반면 오타니 측은 "미즈하라로부터 절도를 당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오타니는 21일 샌디에이고전 출전을 위해 고척스카이돔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오타니의 통역과 관련한 질문에 "노코멘트"라면서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면서도 "오타니는 정상 출전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오타니의 입장에서는 하루 아침에 '동반자'가 사라진 셈이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생활을 함께 한 오랜 동반자였던 미즈하라가 자신의 곁을 떠나면서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우려를 샀으나 적어도 그라운드 안에서 만큼은 흔들림이 없는 모습이었다.

오타니는 5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고 비록 아웃은 됐지만 홈런성 타구를 날리기도 했다.

1회말 첫 타석에서 샌디에이고 선발투수 조 머스그로브의 초구 90마일(145km) 커터를 때려 우전 안타를 터뜨린 오타니는 프레디 프리먼의 볼넷으로 2루에 안착한 뒤 윌 스미스가 중견수 방향으로 적시 2루타를 날리면서 득점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 다저스가 1-5로 추격하는 득점이었다.

다저스가 2회말 개빈 럭스와 무키 베츠가 나란히 안타로 합창하면서 1사 2,3루 찬스를 잡자 오타니는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팀이 2-5로 추격하는 타점을 기록했다. 머스그로브의 2구 88마일(142km) 체인지업을 공략한 결과였다. 3회말 2사 2루 찬스에서는 투수 땅볼 아웃,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우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난 오타니는 7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일본인 좌완투수 마쓰이 유키와 상대해 우측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지만 끝내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데뷔전에 나선 선발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1이닝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하는 와중에도 장단 16안타로 11득점을 폭발했지만 샌디에이고의 화력을 봉쇄하는데 실패하며 11-15로 패배를 당했다.

이날 경기 후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산케이스포츠'는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생활을 함께 했던 통역 미즈하라 씨가 불법 도박 연루 혐의로 해고됐지만 그라운드에서는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뛰었다"라면서 "오타니가 마음 속으로는 편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타니는 타석에 들어서자 공격적인 시선으로 마운드를 향했다"라고 오타니가 '통역 쇼크'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페이스대로 경기에 임했음을 이야기했다.

이날 또다른 일본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호치' 또한 "경기장에 미즈하라 통역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오타니의 동향에도 자연스럽게 이목이 쏠리면서 경기 전에는 전날보다 2배 가까운 40여명의 취재진이 클럽하우스에 모였지만 오타니는 취재진에게 개방된 50분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라면서 "경기 후에도 40여명이 모였지만 관계자들은 '오늘은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은 오타니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취재진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몇 차례 말하고 클럽하우스를 나갔다"라고 밝혔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일단 침묵으로 대응한 오타니는 경기 후 구단 전세기에 탑승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상태다. 그렇게 "수고하셨습니다"는 오타니가 한국에서 남긴 마지막 말로 남았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