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에 잔여연봉은 지급, 매년 쏟아지는 '불화설'…이해할 수 없지만, 롯데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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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前 감독./마이데일리 

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감독./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비상식적인 일들이 끊임 없이 쏟아지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다. 이게 롯데의 현실이다.

롯데는 28일 "래리 서튼 감독이 27일 사직 KT와 경기후 건강상의 사유로 감독직 사의를 표하여 구단은 숙고 끝에 서튼 감독의 뜻을 존중하고 수용키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7일 자진사퇴설이 보도된 이후 이를 극구 부인했던 터라 더욱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롯데는 올 시즌에 앞서 전력 보강에 엄청난 자본을 쏟아부었다. 롯데는 토종에이스 박세웅과 5년 총액 90억원의 계약을 맺으며 스토브리그의 시작을 알리더니, 줄곧 약점으로 지적받아 왔던 내야 센터라인 보강에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롯데는 먼저 포수 유강남과 4년 총액 90억원을 계약을 맺은 뒤 4년 총액 50억원에 노진혁까지 품에 안았다. 그리고 3+1년 총액 40억원에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한현희까지 영입했다.

전력 보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롯데는 두산 베어스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은 '재일교포 3세' 안권수를 비롯해 '베테랑' 김상수와 차우찬(은퇴), 이정훈, 신정락 등과도 손을 잡으며, 2017년 이후 6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렸다. 시작은 좋았다. 롯데는 구단 역사에 남을 만한 연승을 질주하는 등 2012년 이후 11년 만에 4월을 1위로 마쳤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음에도 롯데는 마냥 기뻐하지 못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작년에도 4월을 2위로 끝냈지만, 5월부터 가파른 하락세를 탄 결과 정규시즌을 8위로 마친 까닭이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듯했다. 롯데는 5월에도 5할 이상의 승률 거두는 등 상위권 경쟁을 펼쳐나갔다. 문제는 6월이었다.

2022년에는 5월부터 추락했다면, 2023시즌은 6월이었다. 이번에도 주축들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4월 테이블세터로 엄청난 활약을 펼친 안권수를 비롯해 총액 50억원에 영입한 노진혁 등이 부상으로 이탈하기 시작한 것. 게다가 댄 스트레일리와 잭 렉스 등 지난해 괄목할 만한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들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롯데 자이언츠 배영수 코치./마이데일리 

롯데 자이언츠 이종운 감독 대행./롯데 자이언츠 



급기야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는 팀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하나로 뭉쳐도 모자란 가운데 배영수 코치의 '항명' 사태까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한 롯데 관계자는 "야구 이야기를 하다가 의견이 다를 때 조율을 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조금 얼굴을 붉힐 수 있지만 항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를 믿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롯데는 '항명' 의혹이 보도된 후 코칭스태프 변화를 가져가면서 배영수 코치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2군 선수단을 지휘하고 있던 이종운 現 감독 대행에게 1군 수석 코치의 역할을 맡겼는데, 과거 1군 감독까지 한 뒤 경질됐던 인물이 수석 코치를 맡는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롯데는 올스타 브레이크를 기점으로 다소 처져있는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외국인 선수 두 명을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이는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성적이 더 떨어지면서 '가을야구'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마지노선인 5위와는 무려 5경기 차이로 벌어져 있다. 오히려 9위와 간격이 4.5경기로 더욱 가까운 상황.
 


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前 감독./마이데일리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前 감독./마이데일리 



이러한 가운데 또 '악재'가 터졌다. 이번에는 사령탑이 지휘봉을 내려놓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 것. 서튼 감독은 지난 17일 건강상의 이유로 경기를 지휘하지 못했는데, 지난 27일도 마찬가지였다. 서튼 감독의 거듭된 결장에 급기야 '자진사퇴설'이 돌기 시작했는데, 롯데 관계자들은 이구동성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서튼 감독과 동행을 이어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서튼 감독은 27일 경기가 끝난 후 늦은 밤 성민규 단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더 이상 팀을 이끌지 못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복수의 롯데 관계자들은 "어지럼증과 몸살 증세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서 부담감을 느꼈고, 스스로가 짐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한 것 같다. 팀에 폐가 되기 싫었던 것 같다"고 서튼 감독의 자진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여기서 다소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 또 나왔다. 자진사퇴임에도 불구하고 서튼 감독의 잔여 연봉을 지급하겠다는 것. 오랜 기간 롯데에 몸담았고, 유망주 육성 등 팀의 발전을 위해 도움을 줬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는 구단이 내린 결정으로 누군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마지막 '반등'을 노려봐야 하는 시기에 팀을 뒤숭숭한 분위기로 몰아넣는 결정을 내린 전임 감독에게 잔여 연봉을 지급하는 것은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종운 수석코치에게 감독 대행까지 맡기로 했다.

롯데는 10개 구단 중 내부 '잡음'이 가장 많은 구단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수많은 외국인 코치가 롯데 유니폼을 입었지만 결말이 좋았던 이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팀을 떠나는 과정에서 '불화'가 도화선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는 허문회 전 감독이 경질된 것의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서튼 감독의 자진사퇴 또한 단순히 건강만의 문제, 경질이 아니냐는 시선이 뒤따르는 이유다. 이러한 것들이 지난 6년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하고, 1992년 이후 우승이 없는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前 감독./마이데일리 

기사제공 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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